넘쳐나는 모조품! 말 그대로 ‘짝퉁시대!’
“야, 요즘 루이비통 가방이 왜 저렇게 많이 돌아다녀? 저게 말이 돼? 하나에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방의 수요가 저렇게 많다고?
다들 갑부 아니면 짝퉁이지 뭐!”
지하철 역 내 상가나 역 입구에서 판매되고 있는 짝퉁 상품들 ⓒ 문정선
2010년 새 학기가 시작하던 날, 친구와 함께 등교를 하던 기자는 지하철에 널린 루이비통 가방을 보았다.
당시 일명 ‘독설가’로 불리는 친구의 우렁찬 비난에 지하철 내 눈초리들이 여간 따갑지 않았다. 그렇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명품’이 넘쳐나고 있다. 아니 명품인지 짝퉁인지 모를 ‘명품의 모양을 한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루이뷔통, 구찌, 샤넬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이름과 디자인을 도용한 가방들은 쇼핑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캘빈 클라인, 닥스 등의 의류 제품이나 운동화, 지갑 등도 완벽히 도용되어 인터넷 쇼핑가나,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바야흐로 ‘짝퉁(fake, imitation)’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짝퉁의 인기는 비단 오늘 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초, 한창 프라다 백팩이 전국 여심에 엄청난 유행을 몰고 왔다.
작은 책 한 권과 지갑을 넣는 것이 고작이었던 이 작고 검은 가방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기자에게도
가장 갖고 싶던 리스트 중 하나였다. 사고자 결심한 지 일주일 만에 가방을 얻어냈고, 친구들과 나란히
이 작고 검은 가방의 끈을 늘어뜨려 교복에 빛을 냈다.
물론 중학생에게 100만원이 넘는 가방이 주어질 리는 없다.
기자와 친구들의 가방은 단돈 2만 5천 원! 정품에 비해 무려 약 98만원이나 싸게 프라다의 이름을
등에 걸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짝퉁 가방의 의미도, 그 잘못도 인지하지 못한 채
‘패션’이란 이름을 무작정 따라가고 있었다.
짝퉁 열기에 눈물 쏟는 대한민국!
가방이나 의류 제품에도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법! 함부로 디자인을 도용하면 안 되지만 짝퉁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더구나 브랜드 상품은 특허권을 갖고 있어 짝퉁 상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경우 저작권과 특허권,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법을
모두 어기게 된다. 이러한 불법 위조 및 판매를 단절시키기 위해 최근 인천세관과 서울시청, 부산경찰서 등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경찰서에 따르면 '명품 짝퉁을 제조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조직을 적발했으며 이들에 의한 피해액만 무려
550억 원 대'라고 밝혔다.
서울만 해도 동대문 쇼핑센터와 강남고속터미널 상가 일대, 신촌역과 영등포역 지하상가 등에서 의류를 포함한 잡화와 액세서리
등의 짝퉁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고 하니 실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가에서도 짝퉁으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 4개월 만에 짝퉁 판매에 대한 신고건수가 약 4만 2000건, 그 피해액이 어림잡아 304억 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짝퉁의 성황은 비단 관련 업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등은 한국과 통상 교역을 맺을 때 불법
복제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기도 하며, 때에 따라 우리 쪽에 불리한 요구를 적용시키기도 한다.
이는 불법 복제품인 짝퉁이 국익에도 큰 손해를 입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덧붙여 국내에서 직접 제조된 짝퉁 상품이 아니라도, 국내에 유입되고 판매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한다.짝퉁의 열기는 날로 뜨거워만 지는데… 대한민국에 대한 세계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있다.
짝퉁 사면 자존심 상한다?!
위법, 국익 손해… 이렇게나 위험천만한 짝퉁!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본 기자는 이러한 이유를 알아보고자 대학생(고려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여대생 75명)을 대상으로 짝퉁 가방, 의류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1. 의류, 가방, 신발 등 짝퉁 상품을 구입해 본 적이 있나?
2. 어떤 방법으로 구입했나?
3. 짝퉁 상품을 살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4. 짝퉁 상품이 저작권, 특허 및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5. 짝퉁 상품을 판매하거나 구입하면 위에 언급한 법을 통해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6. 짝퉁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정의한다면?
본 조사는 위에 제시된 6개의 문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특히나 짝퉁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여대생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듣고자 주관식으로 물어보았다.
75명의 응답자 중, 47명(약 60%)의 응답자가 짝퉁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으며, 주로 온라인 쇼핑을 통해(약 70%, 31명) 구입했다고 답했다.
짝퉁 구입 경험자 47명은 모두 짝퉁 상품이 저작권, 특허 및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짝퉁 상품을 살 때 이러한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짝퉁 상품을 구입할 때의 기분을 묻는 3번 질문에서는 ‘들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뿌듯했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덧붙여 ‘남들이
짝퉁임을 알아볼까봐 걱정된다, 쪽팔린다, 진짜 명품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등 명품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냈다.
(짝퉁 구입 경험자 47명 中 28명)
짝퉁 상품의 판매나 구입에 따른 처벌을 묻는 5번 질문에서는 대부분 ‘소비자 처벌은 옳지 않다.’는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전체 75명 中 53명) 이들은 ‘소비자에게는 별 다른 잘못이 없는 것 같다.’며 ‘그런 제품을 제조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킨 판매자의
잘못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부분에서 다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작권, 특허권 등을 어기는 위법 행위임을 알면서도 짝퉁 구입에는 경각심을 갖지
않는 대학생들이 이리도 많다니.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지난해 8월 ‘서울에 거주하며 위조 상품 구입 경험이 있는 20∼40대 여성 5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위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위조 상품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6%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조 상품 제조자와 소비자를 처벌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53.2%가
반대했다. 위조 상품은 패션 아이템의 일부라는 생각에 위조 행위가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짝퉁, 지나친 과시욕구의 산물!
짝퉁, 말 그대로 진짜가 아닌 가짜다. 살 때나 들고 다닐 때나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닌 가 본데,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개인의 자존심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백한 위법행위요, 국가적 손실을 낳는 막대한
피해행위라는 점이다.
설문조사 중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욕구, 즉 ‘명품’을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단순히 '잘못이라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물론 누구나 질 좋은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명품과 짝퉁이 ‘좋은 물건’을 얻기
위한 심리에서 생겨난 것만은 아닐 거라 짐작한다.
가방 하나에 천만 원이 넘는 에르메스 켈리 제품이 80만원 상당의 짝퉁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명 ‘짝퉁 계의 명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80만원이라면 다른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돈이다. 정말로 좋은 질의 가방을 원한다면 80만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돈을 주고 왜 짝퉁을 사겠는가.
명품과 거의 비슷한 짝퉁 제품
짝퉁! 더 이상 패션 아이템의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자. 명품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과시적 소비심리도 정당화 하지 말자.
그리 열등감을 느끼며 명품의 품에서 허덕이는 이유가 명품 구매에 대한 정당한 이유처럼 ‘질 좋은 제품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값싸고 좋은 제품들도 많다. 짝퉁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한번쯤 우리의 허영심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글/문정선(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