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장부(丈夫)의 호기를 나름 고무(鼓舞)시킨 장편소설 시리즈! 「풍운무정(風雲無情) ❷」 (김임상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시린 아픔은 흔들지 마오 풍운(風雲)의 무정(無情)함이여!
독자를 감흥시킬 남성 기질의 장편소설!
만주인들의 부락에서 악행을 저질렀던 일본군들은, 만주인 장로의 사주를 받은 행동랑 무리의 기습으로 타격을 입는다. 이후 단신 길을 떠나게 된 곤은 폭설의 밀림을 헤매다 이리떼의 습격으로 목숨이 위급에 처하고, 이 순간 숲의 마신처럼 등장한 백계러시아 사냥꾼 율리비치가 목숨을 구해준다.
눈이 녹아 길이 열릴 때까지 율리비치의 산막에 머물게 된 곤은, 그의 든든한 사냥 조력자로 머물다 이윽고 눈길이 열려 다시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이상한 곳에서 해동랑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가 교오또오 오다무네노리의 집으로 팔려온 유끼꼬 여인의 친오빠임도 알게 된다.
곤의 방랑은 계속되어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산중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의탁하던 중, 그 일대의 지배자인 염독천 부하들과 일전을 겨루다 투항하고 자신을 맡긴다. 혹독한 고문으로 다 꺼진 운명이었지만, 놀랍게도 이곳에서 두 번이나 구해주었던 염강진과 재회하여 도움을 받게 되고, 염독천과의 독대에서 목숨을 담보한 설전을 벌인 끝에 오다무네노리의 친자인 소기를 돌려받는다.
만족 여인 염강진과 어려운 이별을 하고, 율리비치의 사냥집을 다시 찾아간 곤은 율리비치가 비명횡사한 것을 알았다. 복수를 다짐한 후 숲을 떠돌다 차오라는 고리드족 사냥꾼을 구해주고 그와 우정도 쌓는다. 여기서 귀신도 혀를 차는 차오의 협력으로 율리비치를 죽인 자의 소재를 알게 된 곤은 하얼빈으로 되돌아오게 되고, 하얼빈에서 남몰래 비밀조직을 가진 염강진의 외삼촌 패천웅의 도움으로, 자금루라는 술집을 드나들던 야노프스키를 기어이 찾아내어 율리비치의 원혼을 달랜다. 자금루의 여급 주홍련과 또 하나의 인연을 남기고, 소기와 함께 서해를 건너 남포항에 도착한 곤은 조국의 광복에 감격하며 고향집에 닿는다.
초등학교(소학교)의 유리야스꼬 선생님이 아직도 조선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음을 알고 보살피다 소기와 함께 무사히 일본땅을 밟게 하고, 미찌꼬와 그녀 가족을 찾아가 지난날 자신을 살펴주던 도리도 지킨다. 이때 무라가와와 하루꼬의 죽음도 알게 되고, 교오또오 금산사에서 두 사람의 명복을 빌며 일본을 떠날 마음의 매듭을 풀어가던 중 이상야릇한 여류 닌자 그림자와의 괴이한 밤도 경험한다. 그리고 미찌꼬와 정리(情理)의 끈을 자르면서 풍운(風雲)의 무정(無情)함을 아파한다. ……
<작가소개>
습작가 김임상
• 부산 출생(1952년생)
• 부산동래중학교 졸업
• 부산해양고등학교 항해과 졸업
• 부산 동명전문대 일본어과 졸업
• 창원기능대학 열설비학과 졸업(국가 총무처 위탁교육생)
• 코레일 부산지사 기계관리장 정년퇴직
• 現 소방안전기계분야(특급감리)
• 現 소방안전전기분야(특급감리)
• 現 산업안전분야(고급감리)
• 現 건축설비분야(고급감리)
E-mail _ kis99299kis@daum.net
<이 책 본문 中에서>
(1) 본문 중에서
정체불명 거한의 사나이가 마치 숲을 지배하는 제왕처럼 어둠을 헤치고 거리낌 없이 걸어 나오더니,
“산 사람이오? 죽은 사람이오?”
“……?”
공포감에 짓눌렸기에 달라붙은 입을 떼기조차 힘들다.
한 팔에 횃불을 들고 또 다른 팔로는 사냥총을 막대처럼 거머쥐고서 곤의 몰골을 딱하게 쳐다보더니,
“쯧쯧! 살고 싶다면 불꼬챙이라도 들고 나를 따라오게나.”
사냥개를 대동하여 이리무리 앞에 총도 겨누지 않고 우뚝 서 있는데, 느껴지는 위풍이 숲의 지배자처럼 당당하고 버젓하다.
(2) 본문 중에서
“나는 율리비치라는 사냥꾼이오. 당신네들 모닥불 옆에서 하룻밤 신세졌으면 하오.”
칙칙한 분위기를 깨트리며 불쑥 나서는 자가 있는데,
“당신이 바로 밀림의 패왕이라 불리는 그 소문난 사냥꾼이시군. 정식으로 초청하겠으니 두려워 말고 우리 불가로 오시오.”
눈은 살기를 숨긴 채 차갑게 반짝이고 입가에는 사람을 혼란시키는 교활한 웃음이 번질거린다.
“당신네 두목에게 고해 알리시오. 밀림의 패왕 율리비치가 찾아왔다고 말이오.”
팽팽한 긴장의 줄다리기 순간, 어느 쪽이 먼저 시작하느냐!
(3) 본문 중에서
“흥! 당신은 가슴에 어떤 여자를 감추고 있어요. 나를 쳐다보는 눈에 알 수 없는 장막이 닫혀 있어 아무리 다가서도 내가 비춰 보이질 않아요. 나는 차라리 당신이 죽어 이곳에 묻혀버렸으면 좋겠어요.”
몇 배의 술잔이 오간 뒤 흐늑거리는 눈물을 감춘 염강진이 슬픈 몸짓으로 춤추며 이별가를 부르는데, 펄럭이는 옷자락에 눈물이 녹아 흐르고 구슬픈 가락에 실은 목소리가 듣는 가슴을 삭둑삭둑 도려낸다.
석휘(夕暉) 젖은 초원마차 내 사랑도 실었는가
시린 이 아픔 흔들지 마라 風雲의 無情함이여
빈 가슴 열어 고동 울리면 별리의 문이 열린다
찰랑찰랑 방울 달고 초승달 뜬 초원에 누우리
바람 재운 가슴에 세상 슬픈 비 흩뿌리며
접어야지 거두야지 눈물 흐린 저 구름을……
(4) 본문 중에서
“자금루에서 시골뜨기처럼 굴면 당장 쫓겨나고 말아요. 저 여자는 자금루의 첫째가는 마담인 카타리나에요. 나를 찾는지 명손이 왔다며 알려주러 온 것이지요. 접근하면 조심해요. 험한 꼴로 죽어 나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이곳은 문 닫는 시간이 언제입니까?”
“자금루는 불야성(不夜城)이에요. 돈만 내면 누구라도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며,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요. 당신도 한 번 그래 보실래요?”
“나에게 그런 객기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시오?”
“글쎄요. 남자들이란 기회만 있으면 다 똑같은 늑대지요. 당신이라고 다를 봐가 뭐 있겠어요.”
(5) 본문 중에서
미찌꼬가 빈 병처럼 탁자 위로 쓰러져 입술을 지끈 물고 눈물을 뿌린다.
“엉엉! 이 나쁜 놈! 그따위 속임수로 감히 나를 움직이려 들다니! 미찌꼬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이 세상에서 오직 네 녀석 하나뿐이야. 하지만 나도 이젠 지칠 만큼 지쳤어. 이젠 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너를 붙들고픈 생각이 없어. 어디든 너 마음대로 훌쩍 떠나 내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려.”
“나를 너무 탓하지 마오. 이별이란 큰 풍랑도 거칠게 일렁이다 잠잠해지는 호수처럼 때가 되면 치유되는 유행병 같은 것이라오. 살다 보면 삭아질 작은 상처에 불과한 것이지요. 나는 이미 수많은 이별을 보고 겪었다오. 가슴 파내는 죽음들도.”
미찌꼬가 탁자에 엎드려 각혈하듯 오열을 토해낸다.
<서평>
이 소설의 근본적 흐름은 대부분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어 온 권선징악을 본질로 삼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투리나 흔히 인기몰이로 사용되는 은어(隱語)와 욕설 따위의 저급한 표현은 가급적 배제시켰습니다.
시대 배경은 혹독한 외세로부터 억압받던 일제 말기이며, 일본인들 틈바구니에서 성장한 주인공 곤의 인생역정(人生歷程)을 풍운의 기상으로 펼쳐 보인다는 줄거리입니다.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정리도 담았습니다. 역점 두고자 한 것은, 점점 망실되는 우리 과거사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비쳐낸 반전주의와, 또 숲의 소중함을 그린 대자연에서의 모험, 그리고 주인공 곤에 빗대어 부각시킨 장부(丈夫)의 호기를 나름 고무(鼓舞)시킨 것입니다.
몰락한 일인 귀족집에 비록 종살이로 들어가지만, 신의를 지키고자 만주벌과 동북 밀림을 휘저으며 거친 방랑에서 겪는 정리(情理)와 별리(別離)의 아픈 경로들…… 일본 최고 술자인 닌자와도 겨루고, 야생 밀림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사냥과 잔악한 약탈자들과도 대등이 맞서는 이 젊은 패기의 호방(豪放)함에 도취되어 보시길 바랍니다.
(김임상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28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