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다 소용없어, 너희들이 반대하더라도 나는 저 사람과 살고 싶다. 몇 해 전 어머니를 먼저 하늘로 보내고 아버지의 선전포고가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새로운 반려자가 될 운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그분이랑 결혼해서 새 출발하고 싶단다. 그런데 자식들이 반대한다. 아버지는 “내 인생인데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면 안 되냐?”고 항변한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혼 건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의 재혼 율은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을 한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외로워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함으로써 생긴 외로움이 뼈에 사무쳤던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다. 모임을 통해 만난 아줌마를 여자 친구로 사귀고 있는 건 알았지만, 막상 두 분이 결혼을 해 법적인 부부가 된다고 하니 말이다. 아버지와 여자 친구는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면 산다고 하지만, 만약 부모가 재혼을 하게 되면 자녀들 입장에서는 부수적인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둔 자녀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재산이 좀 있다고 하면 ‘혹시 저 사람이 우리 아버지의 돈 때문에 접근한 것인가? 그럼 나중에 상속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라는 현실적인 의문에서부터 새어머니와의 관계가 어색해지면 어쩌지?” 저쪽 집 자식들하고 형제 교류하며 살아야 하나? 등등의 고민이 생긴다.
여자 쪽 자녀의 입장에서도 ‘결혼을 하면 이젠 우리 집보다 저 집에 신경을 더 쓰게 될 텐데, 그럼 우리 엄마를 빼앗기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황혼의 로맨스가 결실을 맺기 전까지 이런 복합적인 고민들이 들기 마련이다.
[410]04.12<행복이란 찾으면 보이는 것>(아라크네) 장경동 지음 / 1~271p
나이 들어 교제한 경우 그 만남이 지속되기 어려운데, 그 이유가 서로의 가치관이나 성격 등이 이미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가진 상황에서 나이 들어 결혼해 부부의 연을 맺고 산다는 게 쉽지 않다. 요즘 사별이나 이혼 후 재혼이라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너무 예리한 잣대를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 들이대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이 나이 들었을 때 후회합니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은 부모의 외로움을 알 수 없다. 입장이 다르니까.
정말로 두 분의 관계가 괜찮다고 하면 자녀가 입장을 바꿔야 하고, 만약 아버지가 눈에 뭐가 씌어서 이상한 여자에게 빠져 있는 것이라면 아버지가 자중해야 한다. 사랑의 관계냐 아니면 비정상적 관계냐를 구분해야 한다.
결혼을 결심했다면 이런저런 정황들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저 사람이 왜 나와 결혼하고 싶은가? 다른 사욕은 없는가. 가정환경을 어떤가. 우리 결혼에 대해 양가 자식들의 의견은 어떤가. 반대를 하면 왜 반대할까. 등등을 살펴야 한다.
자녀들이 반대하는 경우는 ‘저 사람하고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고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자녀들과 연 끊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살면서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 된다. 두 번째 결혼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식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차근차근 일을 추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 없이 무작정 아버지 자신의 주장만 앞세워 밀어붙인다면 결국 자녀와의 관계가 어색해지고, 자식들과 연을 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411]04.13<행복이란 찾으면 보이는 것>(아라크네) 장경동 지음 / 1~2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