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의 지식백과
울타리를 벗어나니 본능이 살아나네요
본래 소속이 야생이라
작은 머리에 검고 큰 눈동자가 있어요
머릿속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요
눈이 밝아 안경 없이도 멀리 볼 수 있어요
빠르게 맹수인지 아닌지 구분하고
훔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를 판단하지요
날개는 펼 수 있지만 한 번도 날아 본 적은 없어요
자꾸 불어나는 몸집
퇴화된 아늑한 날개 속에 고개를 파묻고는 해요
자신을 숨기는 법도 알아야 하거든요
식성은 아무래도 잡식성이 유리하겠지요
초식과 육식 때로는 모래와 돌까지 삼켜요
삶이 다 초원은 아니라서
때때로 사막 같은 곳이라서
무리 속에서 태어나고
무리 생활을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이 좋습니다
날개가 역할을 못해서 다리로 나섰어요
이 다리 좀 보세요 달릴수록 강해져요
태생의 억척은 타고나지 않았어요
다행일까요?
새 중에서는 달리기 잘하는 가장 큰 새거든요
세링게티 국립공원에서 사진 한 장 보내요
자칼 매 하이에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푸른 초원을 향해 목을 길게 빼고 멋지게 폼 좀 잡아봤어요
아 셀프 사진은 아니예요
----애지 2024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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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의 <타조의 지식백과> / 권혁재
권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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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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