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 전문 산악회의 A, B 코스 중 순경산을 연계하는 A 코스 '약수공원 → 선바위 → 안부 삼거리 → 노송군락 → 선바위산 → 막골 이정표 → 조망바위 → 암봉 → 순경산 → 낙엽송 숲 → 상동시장'의 8km 구간을 달릴 예정이었다.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산행 계획에는 없지만, 5시간 정도가 아닐까 예상한다.
1
선바위산
높이: 1,042m
위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선 바위산은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31번 국도상에서 북으로 올려다보면,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바위산으로 바위와 노송군락이 동양화처럼 어우러진 비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높이 50여 미터의 선 바위가 서 있어 "선바위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상동읍 구래리 봉우재 매점 우측 한신공업(철공소)에서 북쪽으로 옥동천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면 반쟁이골 출입구이다. 이곳에 선바위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반쟁이골의 콘크리트로 포장된 비좁은 도로를 따라 2~3킬로미터가량 들어가면 우측 지계곡 합수점에 묵밭 지대가 나타나고, 우측 지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 안으로 5분여 거리에 이르면 석축을 쌓아 만든 돌 웅덩이 세 개가 나타난다. 이 돌 웅덩이는 옛날 상동 광업소에서 중석을 제련하기 위하여 독극물을 보관하여 놓은 곳이라 한다.
여기에서 우측 계류를 건너 20여 미터 거리에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20여 분 올라서면 노송 군락지대가 나오고, 너덜지대를 힘겹게 통과하여 30여 분을 올라서면 반쟁이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바위를 내려서 좌측 능선길을 따라 5분여 거리쯤 안부에 닿으면 좌측 협곡 아래로 이 산의 이름을 낳게 한 선바위가 내려다보인다. 급사면 하단부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높이 50여 미터, 안부에서 보아도 높이가 30여 미터쯤 되어 보이고 선 바위 밑으로 높이 10여 미터쯤 되는 바위 두 개가 서 있다. 이 선 바위는 이곳 주민들의 집안의 흉사가 있을 때 치성을 드리고, 자식이 없는 사람은 이곳에서 정성을 들이면 자식을 얻게 한다는 설이 있어 이곳 주민들은 신성시 모시는 바위다.
선 바위를 뒤로 하고 오르막 능선길을 20여 분 올라서면, 좌측 백운산에서 이어져 뻗어 내린 지능선이 합치는 삼거리에서 우측 남릉을 따라 10여 선 바위중 제일 큰 소원바위에 이르면 남쪽이 수십 길 단애로 이루어진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의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남쪽으로는 깊게 팬 옥동천이 발밑으로 아찔하게 내려 보이고, 협곡으로 이루어진 반쟁이 골이 뛰어난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 반쟁이골 건너 가메봉이 보이고, 그 뒤로 매봉산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동으로는 순경산과 그 너머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 대간이 하늘 금을 그리고, 옥동천을 따라 그 주변 산세가 너무 아름답다.
하산은 북동릉을 타고 잡목과 노송이 우거진 길을 따른다. 우측은 수십 길 절벽을 이루고 있어 너무 우측으로 나서면 매우 위험하다. 능선을 타고 30여 분 내려서면 막골에 도착한다. 막골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면서 1시간여 내려오면 봉우재 마을이다. 이 막골 하산길은 커다란 바위와 해빙기에는 계곡 우측 절벽에서 낙석이 자주 떨어지고, 우기에는 물살이 급하므로 산행 때 조심을 해야 하는 곳이다.
봉우재를 출발, 반쟁이골-본구래 묵밭-선 바위-주 능선 삼거리를 거쳐 정상에 이른 다음, 부동릉, 막골로 하산, 다시 봉우재에 이르는 산행 거리는 약 5킬로미터 정도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일요일인 3월 19일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를 따라, 영월 상동의 '선바위산'에 오르기로 했다. 최근에 자주 하는 말이지만, 2월 초 갈만한 산이 없어, 안내산악회 여기저기 눈팅하다가, 이 산을 발견하고, 캘린더에 "주시! 영월 선바위산'으로 등록했다. 과거라면 입금하고 바로 신청했지만,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일이 너무 많아 성원에 가까워지면, 신청하기 위해서다. 물론 Plan B로 다른 안내산악회의 칠곡 '가산'도 신청했다. 그런데, 주시해야 한다는 걸 망각하고 있다가, 3월 12일경 달력에서 그 일정을 발견하고, 신청 상황을 확인했다. 현재 신청자 18명 성원을 초과하기는 했으나,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대책이 안 서는 숫자라, 19번째로 신청했다. 물론 칠곡 가산은 취소하고. 그리고 산행 하루 전인 3월 18일 토요일 오전 현재 인솔 대장 포함 25명으로 산행이 취소되는 일은 없다. 아직 입금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입금한 상태라면 취소해도 환급이 되지 않는 마지노선을 넘어서다.
처음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선바위산'을 발견했을 때, 이런 산도 있었나? 궁금해서 산행 계획의 산 소개를 확인했다. 영월 상동의 높이 1,042m의 암봉이다. 고로 모든 산행에 우선해서 진행하는 천고지 중 하나다. 천고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산하 높이별 분류에서는 빠져 있지만. 그래서 한국의 산하에서 선바위산을 검색했다. 영월 상동에 있는 산이다. 상동? 익숙한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9년 9월 8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산을 다녀왔는데[산행기], 그 장산이 상동에 있다. 고로 선바위산은 장산 부근에 있음에도, 초면이라, 지도를 펼쳐보니, 그 옆에 단풍산과 매봉산도 있다. 단풍산과 매봉산은 2020년 9월 19일 연계해 다녀왔다[산행기]. 당시도 이번에 같이하는 안내산악회와 동행했었다. 단풍산과 매봉산도 상동 소속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와중에 운탄고도에서 출발하는 백운산도 그 위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사실 신 산경표의 '남한 산경도'에는 단풍산이나 선바위산은 아예 없다. 말인즉, 소수의 산꾼이 아니면 찾지 않는 산으로 오지 중의 오지라는 얘기다. 그런 산에 둘러싸인 상동읍이 오지인 거야 당연하고. 다만 과거에는 그 오지에 광산이 있어, 번성하던 읍이었으나, 현재는 채굴이 중단되어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읍으로 전락했다. 2019년 장산 산행 때 현실을 확인한 바 있다. 산악회 코스 계획을 보면 '약수 공원'에서 시작해 '상동시장'에서 마감한다. 해서 처음에는 시장이라는 것만 보고, 날머리에서 하산주를 마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장산 때 본 현실이 떠올라, 가능할까로 바뀌었다. 지도에는 시장에 식당도 있으나, 과연 영업할까?
당일 기상청의 태백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2~3도 사이, 바람은 2~3m/s라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사이다. 즉 춥다는 얘기다. 해서 등산 준비는 겨울철에 준해서 한다. 다만 날씨는 화창해 조망은 좋을 것이나, 주위가 높은 산으로 가려 보이는 게 있을까? 그렇다고 해도, 이미 다녀온 봉우리를 보며, 저건 장산, 저건 매봉산, 저건 단풍산 등을 확인하는 재미는 있을 거 같다. 점심은 신사역표 김밥으로 하는데, 문제는 일요일에 영업을 안 했던 거 같다. 그럼 지난 석화산행 때와 같이 편의점표 김밥이다. 다른 모든 건 늘 배낭에 들어 있는 그대로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신사역 내의 김밥집이 영업을 안 하고, 날머리의 성동시장의 식당도 영업을 안 하면, 쫄쫄 굶는 건가?
쫄쫄 굶을 수는 없어, 버너와 코펠을 들고 가, 하산 후 주차장에서 라면을 끓여 하산주를 마시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조리도구와 라면은 버스에 두고 가면 되니, 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많은 산꾼이 그렇게 한다. 그런데 산행 하루 전인 토요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안내산악회 선바위산 게시판에 주인장이 글을 하나 올렸다. 당일 출발하는 버스 정보와 날머리에 매점과 식당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다. 저런 경우 대개 식당 주인장과 통화 후 글을 올려, 일단 믿어 보기로 하고, 주차장에서 라면 끓이는 건 없었던 일로 했다. 하나 불안한 건 지도에서 확인한바 막창집이라, 혼술은 안 될 수도 있다는 거!
2 - 1
지난 제천 동산 산행의 경험에 따라, 기상 후 일과 시작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6시가 조금 넘어,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가는데, 02번 버스가 지나간다. 애초 04번 버스를 탈 예정이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는 걸 보고 있다가,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앱으로 04번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계속 '차고지 대기' 상태다. 무언가 이상하다. 현재 시각 6시 10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그나마 7시 10분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라, 6시 27분 열차를 타도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해서 불광역까지 걸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마을버스 운행 시간이 다른가? 등, 차가 오지 않는 이유를 추측하며 빠르게 걸어 6시 25분경 도착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 후 이 글을 쓰며, 왜 마을버스가 오지 않았는지 과거 산행기를 확인했다. 집을 나선 시각이 한 시간 늦은 7시에 출발한 가평 호명산행 때 마을버스 시간을 6시 출발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걸 확인했다. 해서 과거처럼 역까지 걸어가는 게 좋은데, 재개발한답시고, 그 길목을 막아, 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빙 돌아야 해 마을버스를 이용했던 거다. 꼬라지를 보면, 재개발도 금방 끝날 거 같지는 않고, 매번 마을버스 때문에 같은 해프닝이 벌어질 거 같다.
6시 57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며, 첫 번째 김밥집을 확인했다, 셔터가 내려와 있다. 예상했던 바다. 해서 서둘러 두 번째 김밥집으로 갔다. 같다! 이제 믿을 건, 상동시장의 막창집이다. 김밥 사는 건 실패하고, 7시 10분 신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라, 좀 이른 감은 있으나, 밖에서 기다리는 등산객 중 안면 있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기 위해 출구로 나갔다. 그런데, 버스가 정차해 있고, 등산객이 타고 있다. 시청과 명동을 거쳐 오는 차라, 출발시간인 7시 10경 도착하는데, 7시 3분이다. 해서 다른 산악회 버스라 생각해, 산악회명과 목적지를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다! '응? 시간이 바뀌었나?' 깜짝 놀라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산행 계획을 확인했다. 달라진 게 없다. 시청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록 3분에 탔으나, 10분 출발 버스라 끝까지 승객을 기다려, 11분경 죽전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워 인솔 대장 포함 28명의 승객이 영월 상동 약수공원으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책을 보거나, 자거나, 아니면 밖의 경치를 보며 멍때리고 있는데, 볼일이 급해진다. 분명 신사역에서 다녀왔음에도 그렇다. 그런데, 버스가 기름을 넣기 위해 여주 휴게소로 들어가며, 기사가 인솔 대장에게 기름 넣고 올 테니, 여기서 잠깐 화장실 다녀와도 좋다고 했으나, 대장이 빨리 기름 넣고 출발해, 치악에서 쉬자고 한다. 그들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 꾹 참았다가, 8시 44분경 도착한 치악 휴게소에서 볼일을 봤다.
화장실로 달려가며, 주차해 있는 차를 보니, 수도권 최고 안내산악회 버스도 보여, 목적지가 어딘지 확인했다, 영월 동강 '백운산'이다. 그것도 1호차. 고로 이 산악회만 최소 두 대 이상 백운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며 대형 차량 주차장을 다시 보자, 이미 그 산악회 버스는 출발하고 없다. 그걸 확인하고, 휴게소 내 식당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동시장의 막창집이 영업할 거 같지 않아, 그에 대비하기 위해 혹시 식당에 김밥이 있으면, 사기 위해서다. 간혹 ‘충무김밥’을 파는 휴게소가 있다. 있다! 다만, 딱 하나 남았다. 우리보다 조금 빨랐던 산악회 승객들이 사가며, 나를 위해 하나 남겨 놓은 거 같다. 속으로 '다행이다!'를 외치고 그걸 샀다.
김밥을 산 것에 만족하며, 버스로 돌아가 앉아 있으니, 차가 출발하고,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 후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오지 중의 오지고, 특히 순경산은 이정표가 없으니, 산악회가 매단 리본을 잘 보고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A 코스의 순경산은 가지 않고, 선바위산에서 막골로 바로 하산하는 B 코스 산행을 하는 승객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에 따라 버스의 진행이 변하기에 중요하다. 한 명이 손을 들었다가, 혼산에 겁을 먹었는지, A 코스로 바꿨다. 고로 B 코스는 없다. 그리고 10시 15분경 버스가 들머리인 ‘약수공원’에 도착하자, 산행에 주어진 시간과 마감 시간을 공표했다. 4시 정각 마감! 고로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4시간 45분이다. 4시간 30분에서 자투리가 추가된 거다. 애초 6~7km 거리의 코스를 보고 5시간을 책정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4시간 30분이다! 그런데, 승객들은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고 뭐라 한다. 당연히 대장은 "일찍 도착하면, 일찍 갑니다!"로 잔압했다.
2 - 2
버스에서 준비를 끝내고, 배낭까지 메고 내려,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명색이 약수공원인데, 약수 맛은 봐야 할 거 같아, 산행 준비에 바쁜 승객을 뒤로하고 약수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가물어서 그런지, 약수가 없다. 가물어 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면 약수라 부를 수 없어, 내가 찾지 못했거나, 여기가 아닌 등산로 상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등산로를 따라 위로 갔다. 물론 현재 고도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587m! 인솔 대장이 700m 가까운 높이라, 정상과 표고차가 300m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현실은 450m 정도의 차이다. 450m라면 동네 뒷산 수준이나, 해발 1,000m가 넘는 산의 산행을 600m 가까운 높이에서 시작하면, 예열할 시간도 없이, 바로 깔딱, 즉 급경사를 만난다는 게 문제다.
약수공원의 고도를 확인하고, 약수를 찾으며 등산로를 따라, 선바위산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선바위를 향해 위로 가자, 왼쪽으로 정자가 있다. 혹시 정자가 아니라, 유명한 약수터에는 다 있는, 약수를 보호하는 지붕이 아닐까 생각하고 가까이 가 봤으나, 애석하게도 그냥 쉼터다! 그 정자를 지나, 등산로 입구로 가자, '소원바위 유래'라는 소개문이 있어, 당연히 사진만 찍었다. 읽는 건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리고 그 옆의 서 있는 지도를 보며, 이번 산행을 검토했는데, 순경산은 방향만 있을 뿐 지도에 나오지도 않는 거로 봐서, 이 동네에서는 주요 산 취급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순경산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해발 1,042m인 선바위산보다 높다는 걸 몰랐다.
옥동천의 지류인 반쟁골의 계곡을 건너자 본격적인 급경사 등산로가 시작되고, 5분가량 올라가자, 바위틈으로 물이 흐른다. 약수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석축을 쌓아, 약수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바위틈으로 흐르는 약수는, 약수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선바위까지 여러 개다. 그런데, 비록 5분 정도 위로 올라왔을 뿐이나, 경사가 급해 숨이 가쁘고 땀이 흐르기 시작해, 등산로에서 벗어나, 넥워머와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계속 올라가는데, 가끔 바람이 불면 춥지만, 그렇다고 바람막이를 꺼낼 정도는 아닌 게 애매한 날씨다! 급경사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갈지자를 그리며 능선을 향해, 그나마 오를만해, 힘겹게 올라가면서도 갈지자 등산로에 관해 산꾼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가끔 갈지자로 방향이 바뀌는 지점에서 다른 산꾼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으로 벗어나,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위로 오르자, 어느 순간부터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솟은 바위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위기를 보니, 높이 50m에 육박한다는 선바위가 멀지 않다. 과연 앞선 산꾼의 사진에서 본 모습 그대로일지 궁금해하며, 위로 올라, 10시 40분경 아직 새잎이 나지 않아, 앙상한 숲사이로 키 작은 선 바위를 거느리고, 하늘을 뚫을 듯이 솟은 바위가 보인다. 선바위다. 그 바위를 보며, 계속 올라, 10시 43분 주변 바위가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바위 조각으로 너덜을 이루고 있는 선바위 아래 도착했다. 그런데, 나뭇가지가 바위를 가려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아, 나무가 없는 선바위 뒤, 즉 너덜지대로 가려고 하는데, 바위 조각이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무너져 내려 도저히 갈 수 없어 원하는 사진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보니, 선바위 바로 아래에 정상으로 오르는 밧줄을 매달린 바위가 있다. 정상이 평평해 많이들 올라가 인증을 찍은 듯하다. 저길 올라갈까 하다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자는 생각에 포기하고, 선바위로 가, 위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앞선 산꾼이 찍었던 사진은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선바위 옆 철계단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앞서 오르든 산꾼이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 전망대라고 아래를 보며 소리친다. 그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위로 올라가서 보니, 정확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이 여기서 찍은 거다. 해서 그 전망대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후, 다음 산꾼에게 자리를 내주고 철계단으로 위로 오르며, 주의를 둘러보다, 옆의 바위 중간에 난 좁은 난간이 전망대로서 괜찮아 보여, 그 난간을 따라 끝으로 갔다.
예상대로 전망대다! 다만, 밑의 철계단과 달리, 좁은 바위 난간이라 약간 위험하고, 움직일 공간이 없어, 나뭇가지가 사진을 방해하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진 몇 장 찍은 후 바위에서 내려와,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 10시 55분 능선 직전에 도착했다. 조금 후 도착해 보니, 삼거리다. 이정표에 의하면 좌회전은 ‘내려가는 길’인데, 도착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 당연히 우회전은 선바위산 정상으로 0.8km만 가면 된다. 이정표를 보며 좌회전하면 어딜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래에서 본 지도가 떠올랐다. 제3주차장이 있는 '이서낭골'이다.
'이성낭골' 삼거리를 떠나,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주시했다. 밑에서 올라올 때 뒤로 보이는 봉우리를 보며, 별명으로 '山바보'를 쓰는, 82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산꾼이 매봉산이라고 했을 때 너무 가까운 위치라 긴가민가했으나, 당시에는 위로 오르는 게 바쁘고 숨이 차,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능선을 따라가는 동안 여유가 생겨 등산 앱의 지도로 그 봉우리를 찾아봤다. 2020년 9월 19일 단풍산과 연계해 올랐던 매봉산이다[산행기]! 그럼, 매봉산 정상에서 선바위산과 선바위를 봤을 거 같은데, 전혀 기억이 없다. 어쨌든 산행 전 날씨가 좋다는 정보에, 과거 올랐던 매봉산, 단풍산, 장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로 예상했는데, 맞았다. 그 매봉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거의 평지에 가까운 등산로를 따라 계속 가자, 등산 앱이 선바위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때 시각이 11시 13분이다.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11시 15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서너 명의 산꾼이 건너편 매봉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었다. 해서, 좀 한가한 틈을 타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인증을 찍기 위해 셀카봉을 꺼내는 산꾼에게 핸드폰을 주며 인증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의 인증을 찍고, 매봉산을 가리키며 그 방향으로 자리를 잡으라고 한 후 그걸 배경으로 찍어줬다. 그러자, 감사하며 내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해, 매봉산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수 있었다. 매봉산의 모습을 다시 사진으로 남긴 후, 다른 산꾼도 기록을 남길 수 있게, 그 자리를 피해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전망대로 가서 주변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건너편의 다음 목표인 순경산 또한 놓치지 않았다.
선바위산 정상에서 할 일을 다하고, 순경산으로 가기 위해 막골 정상으로 내려가다가, 점심을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어, 배가 고파질 타임에, 4시 마감인데, 목표 하산 시간이 2시 30분이라 하산주를 맛있게 마시려면,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적당히 고픈 게 좋아, 아직 점심시간 전이나, 먹기로 했다. 해서 먹골 정상으로 내려가며 적당한 장소를 찾았는데, 너럭바위는 아니나, 낙엽 쌓인 경사진 비탈에 그나마 바위가 보여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조금 아래에 열십자로 쓰러진 고목이 더 편해 보여, 자리를 고목으로 옮겼다. 그리고 집에서 얼려와, 적당히 녹은 차가운 물로 입을 축인 후, 치악 휴게소에서 산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당이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막골 정상으로 내려가는 일행을 지켜보며 점심을 먹었는데, 더는 내려가는 산꾼이 없을 즈음 다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자리의 모든 인적을 말끔히 지우고, 11시 32분 식당을 떠나, 보이지도 않는 앞서간 일행의 뒤를 따라 막골로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올라올 때 못지않은 급경사에 낙엽까지 쌓여 있어, 약간 위험해 하산에 익숙하지 않은 등산객에게는 힘든 구간이라, 곧 몇 사람을 추월했다.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막골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의 영웅, '山바보'와 나란히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막골 정상이라 생각했던 곳이 정상이 아니라, 막골 상류의 꽤 넓은 평지로, 과거 의병의 주둔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상 선바위산 정상에서 아주 많이 내려온 거 같아 도대체 얼마나 내려왔나, 이정표가 있는 막골 갈림길의 높이를 확인했다. 850m! 등산 앱 GPS의 오차를 무시해도 150m 이상 내려왔다. 정확한 높이는 모르나, 순경산 또한 해발 1,000m가 넘는 거로 알고 있으니, 앞으로 올라가야 할 구간도 만만치 않다. 앞서가는 두 노인 산꾼의 얘기를 들으며, 급경사를 오르다가, 12시 3분경 인솔 대장이 조심하라고 했던 임도를 만났다. 그 직전 '山바보'도 만났다. 사실 이 모두와 통성명을 안 했을 뿐, 자주 같이 다녀 안면이 있는 사이다. 그런데, 그들과 내 페이스가 달라, 뒤를 따라가는 게 힘들어 기회를 보다가 추월했다. 그리고 12시 22분에 이정표는 없고, 산악회 리본만 나뭇가지에 달린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막골이다.
갈림길에 올라서자,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코스를 설명할 때 상동시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순경산 정상에서 돌아내려 와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갔다 오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반대편은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상동시장이 아니라 막골이다. 그럼, 여기가 아니다. 고로 바로 위의 봉우리 또한 순경산 정상이 아니다. 해서 다시 배낭을 메고 가쁜 숨을 헐떡이며, 봉우리로 올라, 산양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며, 앞에 보이는 순경산을 향해 갔다. 그런데, 순경산과 쌍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서 순경산까지가 암릉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행 재미가 있다. 익히 알다시피 이정표 따위는 없고, 간혹 보이는 산악회 리본으로 길을 확인하며 가야 하나, 어차피 능선으로 이어진 거라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암릉에 익숙하지 않은 등산객은 그나마 암릉을 우회하는 앞서간 산악회의 리본이 중요하지만.
어느 산이나, 정상 부근의 암릉 곳곳은 가리는 게 없는 전망대가 있는데, 순경산 또한 마찬가지다. 그 전망대에서 오른쪽 매봉산을 감상하다가 그 뒤에 있는 봉우리가 단풍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지난 산행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단풍산이 맞다. 사진에서 가장 앞에 있는 봉우리가 선바위산, 중간이 매봉산, 그 뒤가 단풍산이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암릉을 따라가는데, 반대편의 모습이 어떤지 몰라,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바위와 마주쳤다. 뒷배를 모르니 감히 도전할 수 없어, 항복을 선언하고, 암릉에서 내려와 그 바위를 우회해서 낙엽 쌓인 너덜로 길을 잡았다. 그리고 너덜을 따라가며 뒤를 돌아보고, 빠르게 항복하고 내려온 스스로를 칭찬했다. 뒷배는 직벽으로 막무가내로 도전했으면, 결국 패배를 선언하고 되돌아가야 할 바위다!
빠른 판단력을 가진 자신을 칭찬하며 낙엽이 쌓여 아래가 보이지 않아, 약간 위험한 너덜로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순경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순경산의 높이가 1,000m가 넘는 건 알고 있었으나, 선바위산보단 100m 이상 높은 1,169m다! 핸드폰의 GPS 오차를 고려해도 140m가량 높다. 이제야 순경산으로 올라올 때, 선바위산보다 힘들게 느낀 이유를 알았다. 그럼에도 순경산은 공식 이름도 가지지 못한 산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가는데, 정상 직전 고개에 왼쪽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보인다. 여기가 대장이 언급한 상동시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당연히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놨다. 그리고 다시 위로 향해 헬기장인 정상에 도착해, 재빨리 나무에 매달린 명패를 찾아봤으나, 없다. 그런데 정상인 헬기장보다 조금 높은 언덕이 있어 당연히 거기 있을 거로 생각하고, 올라갔으나 역시 없다.
그 언덕이 막골로 내려가는 길로, 마침 거기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산꾼에게, 명패의 위치를 물어보니, 헬기장 한쪽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고 해,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이나 찍고 가자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매봉산과 단풍산이 더욱 뚜렷이 보인다. 그리로 왼쪽으로 장산도 보이나, 나뭇가지가 사진 찍는 걸 방해한다. 그래도 사진 한 방 남기고 헬기장으로 돌아와 나뭇가지에 매달린 명패를 찾아보니,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다. 그걸 발견하자마자,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으나, 바람에 흔들려 원하는 모습을 찍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바람이 잠잠한 순간을 틈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삼각대를 꺼내 인증을 남기려는 데, 안면이 익은 노인장이 다가오더니, 찍어 주겠다고 해서 핸드폰을 넘겼다. 그런데,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려고 해도 명패가 바람에 날려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손으로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인증을 찍었으니,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헬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경치를 감상했다. 물론 가장 먼저 찾은 건, 2019년 9월 8일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랐던 장산이다[산행기]. 그 장산이 아무런 방해물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며 당시의 감회에 젖었다가, 헬기장의 반대편으로 옮기려고,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바닥에 놓여있는 정상목을 발견했다. 해서 삼각대를 꺼내 설치하고 두 번째 인증을 남겼다. 이후 반대편으로 가, 선바위산을 찾았으나, 여기보다 낮아, 관목에 가려 안 보여, 기록으로 남기는 건 포기했다.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은 다 해, 배낭이 기다리고 있는 상동시장 갈림길로 내려갔다. 배낭을 향해 가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왼쪽으로 너덜 지대를 발견했다. 당연히 가리는 게 없어, 선바위산을 조망할 수 있을 거 같아, 거기로 갔다. 예상대로다! 그 너덜에서 선바위산의 모습을 사진 찍고, 갈림길로 돌아와 배낭을 둘러메고, 오른쪽의 상동시장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 시각이 12시 47분이다.
예상했던 바지만, 그 하산길이 쉽지 않다, 낙엽 쌓인 급경사로, 원하지 않아도 뛰게 된다. 고로 하산 속도가 생각보다 아주 빠르다. 그렇게 15분가량 미끄러지듯이 내려가자, 그나마 평평한 곳이 나와, 숨을 좀 돌리고 가는데, 다시 급경사다. 그렇게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낙엽 쌓인 길이라, 정확히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어 그저, 이게 길이겠거니, 생각하고 내려가, 1시 15분경 관목 사이로 임도 같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임도라 생각하고 내려갔는데, 묘역이다. 묘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자, 저 아래로 마을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동시장이다. 그리고 주차해 있는 버스도 보인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장산과 백운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하산주를 생각하며 신이 나 시장으로 향했다.
신이 나 내려가는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다. 요즘 산골에서는 많이 당하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내려가자, 길목에 개집이 있고, 줄에 묶인 개 두 마리가 요란하게 짖고 있다. 문제는 큰 놈은 그나마 줄이 짧아 길까지 닿지 않는데, 작은놈은 길을 헤집고 돌아다닐 정도로 줄이 길다. 고로 이 길로 그냥 내려가면, 작은놈과 눈싸움하든지, 아니면, 몸싸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신탕을 안 먹은 지 오래고, 굳이 찾아 먹을 생각도 없는데, 개와 몸싸움해서 보신탕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다른 길이 있나 찾아 봤으나, 없다, 보신탕을 만드는 한이 있어도 그 두 놈 앞으로 내려가야 한다. 우는 아이도 울음을 멈추게 하는 눈싸움으로 기선을 제압하기로 하고, 만약에 대비해 배낭을 벗어, 개 있는 방향을 방어하고, 작은놈을 주시하며 그 앞을 통과했다. 역시 내가 째려보면 다 쫀다!
개 앞을 통과해 시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큰 대야에 물을 받고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사진 찍고, 계속 내려가 1시 25분경 상동시장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과거 시장! 2019년 왔을 때도 황량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4년가량 지난 지금은 아예 인기척이 없다. 마치 유령도시나 영화 촬영장 같은 모습이다. 한때는 이 좁은 골목에 2만 명이 북적거렸다는데, 광산이 폐쇄된 후 인구가 줄기 시작해 유령마을이 됐다. 인생무상 아니 마을무상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동영상을 찍으며 과거 시장 거리를 통과해, 인적이 전혀 없는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1시 26분이다. 마감 1시간 34분 전으로 목표는 달성했다. 문제는 버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거.
3
버스에 도착해 보니, 나보다 먼저 내려온 산꾼은 세 명 정도로 간이버스정류장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나야 배낭을 내 앞에 두고 왔으니, 갈 때도 마찬가지라, 버스에 타, 배낭을 앞에 두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었다. 그리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려고 보니, 막 도착한 산꾼이 식당 앞에서 문을 열려고 한다. 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문을 열고 주인을 부르자, 안에서 대답한다. 그리고 영업하는지 묻자 안 한다고! 이제부터 1시간 반 동안 뭐로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다. 그러다 2019년 장산 들머리 조금 아래에 중국집이 있었던 게 기억나, 그 방향으로 올라가며, 문을 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신호는 가나, 받지는 않는다. 이 동네 인구가 100명도 안 될 텐데, 중국집이라고 영업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남은 건 배낭에 있는 비상식량을 안주로 하산주를 마시는 거다. 상동시장 거리를 통과할 때 슈퍼가 있는 걸 확인했다. 물론 영업하는지는 모르나, 슈퍼야 굳이 문을 닫을 이유도 없어, 배낭에서 비상식이 들어 있는, 디팩을 꺼내들고 슈퍼로 갔다. 문은 닫혀있었지만, 잠근 건 아니다.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 매장 한쪽의 방에 두세 명의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방에서 나왔다. 나야,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한 순간 술이 있는 냉장고로 가 먼저, '영월 동강 생막걸리' 한 병을 꺼냈다. 그런데, 막걸리 한 병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 소주가 있나 찾아보니, 빨갱이 오리지날 페트병이 딱 한 병 있어 그것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씻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물었는데, 계곡 얘기는 안 하고, 우물의 위치를 알려준다.
소주 한 병, 막걸리 한 병값으로 4,800원,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소주 3,000원, 막걸리 1,800원이다. 그 가격을 지불하고 나와 우물로 가다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끝에 짧은 철 사다리가 걸쳐 있는 것도. 우물의 물맛은 계곡에서 나올 때 보기로 하고, 일단 다리를 건넌 후 철 사다리를 이용해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계곡이 거의 쓰레기장 수준이라, 그나마 깨끗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먼저 막걸리와 빨갱이 물에 넣었다. 그리고 디팩에서 육포와 소시지, 사과를 꺼내 동강 생막걸리로 무사 산행을 기념하는 첫 잔을 들이켰다. 그렇게 혼자 발을 물에 담그고, 막걸리를 홀짝이고 있는데, 계곡에 있는 날 발견했는지 일행 한 명이 내려오더니, 상류로 올라간다. 알탕을 하려는 분위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자, 더는 술이 당기지 않아, 소주는 그대로 디팩에 넣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 시각이 2시 20분경이다.
술이 당기지 않아, 유일한 희망인 인솔 대장의 일찍 도착하면, 일찍 귀가한다는 그 말을 믿고, 사다리까지 닿는 게 암벽 등반인 다리로 올라가, 보류했던 물맛을 보러 우물로 갔다. 우물에 도착해 물맛을 보려고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사용한 게 언제인지 추측이 안 될 정도로 더럽다. 해서 파이프에 입을 대고 맛을 볼까 하다가 품위 유지를 위해 바가지를 깨끗이 씻은 후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받아 맛을 봤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생각되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바로 남은 물을 버리고 바가지를 내려놓았다. 발을 씻기는 좋아도 마실 물은 아니다. 문제는 하다못해 마을 주변 산에 있는 약수에도 '음용수 적합'인가를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는데, 마을에 있는 우물에 그게 없다는 건, 유령마을로 변한 이 동네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을 넘어 짜증이 났다.
사라져가는 시골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며 다시 과거 상동시장을 통과하다가, '상동 종합슈퍼'의 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감탄했다. 등산객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다는 걸 이제야 알아채고, 영업 중이라는 걸 광고하는 거다.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주변 상황이 아직 출발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 성당 주위를 둘러보며 언제 없어질지 모를 걸 기록으로 남겼다. 교회는 폐허가 됐고, 비록 성당은 공소로 격하돼 유지는 하나, 그 공소도 얼마나 가겠나?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자, 더 찍을 것도 볼 것도 없어, 그늘에서 쉴까 하고 간이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내뿜는 배가 가스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 의자 하나를 들고나와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스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다 모든 일행이 도착해, 우리의 노익장 '山바보'가 마을의 한쪽 구석에서 하산주를 마시고 있던, 몇 명의 산꾼에게 출발하자고, 말을 전하고 오는 걸을 보고, 의자를 원위치시키고, 버스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인솔 대장이 인원 파악을 하고, 왔던 곳을 향해 출발했다. 그때 시각이 대략 3시 50분경으로 마감보다는 10분 정도 빨랐다. 버스가 출발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가, 30분 정도 후 깨 딱히 하고 싶은 일도, 할 일도 없어, 멍때리고 창밖만 보고 있다가, 문막 휴게소에서 볼일을 보고, 차가 출발하지, 다시 멍때리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죽전이고 내가 내려야 할 신사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상동 종합슈퍼'에서 들고 온 빨갱이를 반주로 저녁을 먹는 거로 이번 선바위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 A 코스를 따라 '약수공원 → 선바위 → 안부 삼거리 → 노송군락 → 선바위산 → 막골 이정표 → 조망바위 → 암봉 → 순경산 → 낙엽송 숲 → 상동시장'의 6.26km(트랭글) 구간의 오지를 3시간 12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3분, 휴식 9분!
선바위를 대면한 것만으로 대단히 만족한 산행이다. 산꾼을 자처한다면, 선바위는 꼭 만나봐야 한다!
선바위산의 산신이 보우하사, 서쪽의 단풍산과 매봉산, 동쪽의 장산, 북의 운탄고도와 백운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더 좋았다.
7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라 좀 아쉽기는 했으나, 백운산을 연계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인솔 대장과 나의 공통된 생각인 거 같다.
유령마을이나 다름없는 상동시장에 인생무상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