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숲, 2022년 / 강유선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고등학교 때 1학년은 무궁화호, 2학년은 새마을호, 3학년은 KTX처럼 시간이 쏜살 같이 흐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웬지 누가 꼭 세월의 한 덩어리를 애써 민 것 같다. 역사 선생님이 나중에는 더 순식간에 지나갈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올 한 해는 특별하게 한 일이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작년에는 목숨 걸고 일하는 자영업자처럼 똥구멍 빠질 정도로 힘들었는데 금년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무엇보다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고 비법 공책에 두세번 성공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많이 적어 놓을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친구같은 엄마랑 그동안 쓴 글 중 <좋은 생각> 이라는 잡지의 주제에 합한 것들은 투고해보기로 계획했다. 10만원을 준단다. 되든 안 되든 이 자체만으로도 참 신난다.
여름에 같이 스트레칭 학원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가게 사정 상 못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같이 운동하고 재밌었다. 시집 가기 전에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교수님께 글쓰기도 열심히 배웠다. 다행히 비슷한 말은 점점 줄어들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도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뿌듯했다. 역시 쓰다보면 느는 것 같다. 그러나 맷집이 약해서인지 혼나는 건 도저히 못 듣겠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녹화본을 듣고 있다. 해야할 것도 많고 퇴근 시간이 애매해서이기도 하다. 이번엔 이렇게 됐다. 다시 태어나면 미국인으로 태어나고 싶기도 하다. 한국어는 너무 복잡하다. 그런데 나도 문제다. 글감만 생각하다가 일요일에 쓴다. 그리고 잘 모르고 고쳐서 어설프게 맞느니 긴가민가하는 건 그냥 내버려둔다.
문법 체계를 정확히 모르는데 들으니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방송대 국문과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다양한 문학작품도 공부할 겸 신청했다. 동화창작 강의도 뭘 알아야 수강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정말 글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교수님 말씀대로 글 쓴 걸 보면 아이들의 성향이 보였다. 신통방통했다. 2022년은 작은 것도 주저리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교습소를 시작하고 이맘 때가 좀 힘들었는데 보릿고개 같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첫해에 압박감이 많았는데 수완이 좋은 아버지랑 이야기도 많이 하며 잘 헤쳐 나갔다.
글쓰기 강의를 들으면서도 어떻게 아이들에게 지도를 할지 감을 많이 잡는다. 그래서 수업할 책 말고도 읽은 것의 제목과 관련 질문의 답을 계획을 작성하는 수첩을 활용해 적게 했다. 끊임없이 알아가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니 참 좋아했다. 부족한 게 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방사능이 뭔지, 원자력 관련 책을 읽고 느낀점은 무엇인지, 엄마 잔소리가 왜 듣기 싫은지, 피아노는 왜 잘 치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하면 뭐가 좋은지, 욕심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남자 아이들은 왜 여자 친구를 괴롭히는 것인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꾸준히 물어봐 줬다. 이제는 숙제하는 독서가 아니라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읽기가 주안점이 되었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찾고 의미를 정립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에 이런 절차를 안 밟으니 깊이감이 없다. 5, 6학년 되면 써야될 분량도 늘어나는데 느낀점이 없단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같이 제대로 보는 법을 틈틈이 연습 중이다. 나는 내년이 더 기대된다. 열심히 씨를 뿌리고 가꾸니 벌이 꽃향기를 맡듯 학부모들이 꾸준히 찾는다. 처음에 나도 엄마, 아빠처럼 맛집이 되고 싶었는데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 막연하게 대기업에 가겠다고 한 것보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 생활이 더 보람된다. 성인 수준의 독해력이 목표인데 얼마 전에는 중3 자녀를 둔 어머니께서 고등학교 가기 전에 다지고 싶다며 오셨다.
글쓰기와 독서의 힘을 믿는다. 이제는 쉬지 않고 계속 수업을 들을 거다. 조언도 듣고 더 밝은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내일 아버지가 무릎이 안 좋아 서울 병원에 MRI 찍으러 가시는데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둘째 언니는 시험관 아기를 유산했는데 기적 같이 새로운 조카가 생겼으면 한다. 막내 동생이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이고 있는데 든든한 아들로 환골탈태되길 바란다. 좋은 보금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길 소망한다. 2024년에는 늘 화창한 봄 날씨 같은 하루만 연속되길 하늘이 도와주었으면 한다.
첫댓글 올 한해 부지런히 사셨네요. 내년에는 꼭 소망이루십시오.
선생님 항상 응원합니다.
한 해 한 해 발전해 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노력을 이길 장사는 없는가 보네요. 2023년도 응원합니다.
국문과 강의도 계획 하시고 멋지네요.
한꺼번에 2년을 뛰려고 하시는군요. 하하.
친구같은 엄마라는 표현이 참 좋네요.
내년에는 황정혜 선생님도 글 쓰기 같이 하면 좋겠어요.
논술 선생님이니 글쓰기가 직업과 바로 연계되어 배울 점이 많겠습니다.
참 옹골차게 살았네요. 내년에는 소망하는 것 모두 이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