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정보] 가을이 내린 횡성호수길을 걷다
횡성호는 12년 전인 2000년에 완공된 인공호수다.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섬강의 상류 갑천을 막아 횡성댐을 조성해 생겼다.
가을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하게 번지는
고즈넉한 산중호수가 만들어졌다.
제주도 올레길로 시작된 걷기 열풍에 횡성군청에서도
작년 가을엔 호숫가를 한바퀴 도는 27㎞ 길이의 '횡성호수길'을 만들었다.
가을여행에서 찾은 횡성호수...
망향의 동산 기념조형물...'희망의 나래'
망향의 동산의 통일신라시대 세워져 있는 쌍탑...
수몰된 중금리의 '탑둔지'에 있던 것을 옮겨다 세운 것이다.
2기의 탑은 모두 폐허처럼 상처투성이다.
왜정 때 일본인이 탑을 해체해 우마차에 싣고 가져가다 실패해,
탑재들이 한동안 강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을 이곳에 조성했단다.
화성의 옛터 전시관...수몰민의 한을 담고 서있다!
횡성호가 만들어지면서 구방리,화전리,부동리,포동리,중금리 5개 마을이 수몰됐다.
수몰된 마을을 한데 묶어 흔히 '화성 지역'으로 부르는데...
화전,부동리 일대가 본디 횡성현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몰된 화전리 지역엔 향교터,옥담터 등의 지명이 남아 있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5개 마을 터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주민들이 쓰던 농기구,생활도구,
마을 사진,지도 등을 전시한 '화성의 옛터 전시관'이란 명칭도 이를 뜻한다.
수몰된 옛 5개 마을 1000여명의 주민들은 횡성,원주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매년 6월 첫주 일요일 망향의 동산에 모여 반가운 재회를 한다.
화성정(花城亭)에서 조망하는 호수풍경도 굿~~^^
가을빛으로 물드는 횡성호수길을 걸어 보자^^
횡성호는 남한강 제1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은 횡성댐(2000년 11월 준공)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총 저수량 8690만톤, 유역면적 209평방킬로미터인 횡성호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횡성호수길은 2011년 가을에 개통되었다.
횡성호수길은 모두 6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총 길이는 27km에 달한다. 가장 짧은 3구간은 1.5km로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가장 긴 4구간과 6구간은 각각 7km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6개 구간 중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걸을 수 있는 5구간은 난이도가 낮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회귀코스라 인기가 높다.
<1구간> 횡성댐길 : 횡성댐 ↔ 대관대리, 난이도(중), 3km, 1시간 소요
<2구간> 능선길 : 대관대리 ↔ 횡성온천, 난이도(중), 4km, 2시간 소요
<3구간> 치유길 : 횡성온천 ↔ 화전리, 난이도(중), 1.5km, 1시간 소요
<4구간> 사색길 : 화전리 ↔ 망향의동산, 난이도(중), 7km, 2시간30분 소요
<5구간> 가족길 : 망향의동산 ↔ 망향의동산, 난이도(하), 4.5km, 2시간 소요
<6구간> 회상길 : 망향의동산 ↔ 횡성댐, 난이도(중), 7km, 2시간30분 소요
가장 완만한 코스라는 망향의 동산에서 출발해 호숫가와 산길을 거쳐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4.5㎞ 길이의 '가족길(제5구간)'을 걸었다^^
한폭의 수묵화를 마주하고 걷는 듯^^
꽃밭에서 쓴 편지/김상미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대가 떠난 뒤 나는 꽃들과 친해졌답니다. 그대가 좋아했던 꽃들. 그 꽃들과 사귀며 하루하루 새 꿈을 개발해내고 있답니다.
그대가 가장 좋아했던 꽃이 안개꽃이었나요? 영원한 사랑. 그 꽃으로 그대는 나를 유혹하고 나를 버렸지요. 꽃밭 가득 그 꽃들이 다시 피어나고 있어요. 깊이를 잴 수 없는 꽃들의 욕망은 그 자체가 울부짖는 색깔 같아 그대 없이도 나는 그 꽃들을 숨막히게 안고 숨막히게 그 향기를 맡아요.
이제 엉겅퀴처럼 싱싱한 마음은 내 것이 아니에요. 나는 하루하루 화해의 개암나무 앞에 나를 문지르며 베고니아처럼 신중하게 아이비처럼 지조 있게 매일 밤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역경 속의 에너지를 키우고 있답니다.
그러니 늘 버림받아 우는 매발톱 꽃씨 따위는 이제 보내지 말아요.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진달래처럼 짧고 연약한 열정에 매달려 쐐기풀처럼 잔인하게 시들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옛사랑, 그대를 위해 행운목 한 그루는 보내드릴게요. 애석하게도 그대가 좋아했던 달맞이꽃은 모두 시들어 버렸어요. 깊은 밤에만 피는 노랗고 변덕스런 꽃. 봉선화처럼 성급하게 수국처럼 냉정하게 나를 떠난 그대처럼 그 꽃들은 모두 바람 부는 벌판에 내던져 버릴래요.
하지만 그대가 백석 시집 갈피에 넣어두었던 제비꽃은 내가 가질게요. 아주 오랫동안 보고 또 본 꽃이라 말이 통할 정도로 친해졌거든요. 버릴 수 없는 내 일부분이 되어 버렸거든요.
나는 이제 꽃들이 발산하는 생명력 없이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그립지가 않아요. 꽃잎 하나하나가 내게 상처를 주어도 그 상처 위에 오래 앉아 있으면 꽃잎 하나하나가 다시 나를 치료해 줘요.
그러니 잘 가요, 내 사랑. 내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 제비꽃에 빠져 있을지, 패랭이꽃에 가 머물지, 아카시아꽃처럼 비밀스런 사랑을 탐할지, 아몬드 꽃처럼 무분별한 사랑에 빠질지, 그건 아무도 몰라요. 나도 몰라요.
그렇지만 꽃들은 많은 걸 잊게 해주고 또한 많은 걸 떠올리게 해줘요. 두려움 없이 즐겁게 많은 걸 기다리게도 해줘요. 사랑하는 만큼 빠지게 하고, 사랑하면 할수록 더 많이 보이고, 볼 수 있게 해줘요. 파닥파닥 상상력이 뒤쫓아 다니는 어린아이의 발자국처럼!
가을꽃이 웃는 황톳길을 걸어본 지 얼마만인가?
호숫가에 무리지어 흔들리는 코스모스들과
산기슭에 피어난 야생화들을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흙길이다...^^
여자의 가슴에서 울고 있는 섬강을 보았다 섬강은
좁은 계곡을 숨차게 흘러온 듯 여기쯤서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다 섬강은 언제부터 남한강을 만나고 싶었을
까 섬강이 멀리서 흐르는 남한강 물소리를 들었을 때
세월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두 물길은 에돌아
온 세월이 서러웠던 것일까 여자가 큰 몸 흔들어 울음
을 삼킬 때마다 강물소리 방안 가득 출렁인다
남자는 섬강보다 멀리 흘러 여자를 애타게 했었는
지 모른다 소주잔에 머리 박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여자가 큰 눈 가득 강물 담아 남자를 본
다 남자는 섬강에 눈을 던진다 섬강 물빛이 하얗게 바
래 있다 달맞이꽃이 강바람에 흔들린다 달맞이꽃 따
라 섬강 흔들린다 남자의 눈빛 흔들린다
울고 있는 섬강을 보았다 /김윤배
*섬강은 횡성과 원주로 흐르는 강
강은 흘러야 하는데...
갖힌 풍경도 아름다울 수 있다.
자연이 만드는 데칼코마니...예술품을 감상하며
조용한 호숫가를 따라 완만한 흙길을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구비구비 슬프고도 당당한...
면경같은 얼굴이
휴식 속에 사색이라는 눈을 뜬다.
단풍과 함께!
자연의 순환처럼
삶의 끝에서 만나는 묘지가 적막하다...
내 전생에서도 무덤을 향해
걸었을지 모른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다시,
호수길 제5구간 종착지인...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