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부산역을 출발한 기차는 이름 모를 간이역까지 일일이 챙기느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북으로 달린다. 산과 산(山) 사이의 좁은 틈을 뱀처럼 빠져나가기도, 오소리 굴처럼 캄캄한 굴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뱀장어처럼 긴 몸통이 휘어지며, 오르막을 오를 때는 짐승처럼 헉헉대다 빽, 빽 소리도 지른다. 연신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안개처럼 내려앉는다. 대륙과 반도를 연결하는, 이 철도로 중국이나 조선에서 수탈한 자원을 실어나르려는, 목적일 것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건설했다지만,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기차가 조선 백성들에게도 한없이 편리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발이 부르트며 보름을 걸어야 했던 경성(京城) 길도 이제 하룻밤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축지법을 쓴다는 전설적인 도인(道人)도 이렇게 빨리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기술 덕분으로 조선의 전국이 하루, 이틀 생활권이 된 것이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데는, 철길을 건설하고 굴을 뚫기 위해 강제 동원된, 수많은 조선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곳곳의 공사장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다고 한다. 학교 친구, 재혁이의 할아버지도 추풍령 공사장에서 돌아가셨다 한다.
ㅡ 「제1부 만주행」 중에서 ㅡ
첫댓글 김용순 선생님 장편소설 <송화강> 출간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성껏 보내주신 책 잘 받아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용순선생님, <송화강>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번 <택배로 온 아내.>에 이어 두번째로 소설집을 내셨군요.
시간나는 대로 잘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