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이에크와 민경국교수
본인은 20세기 자유주의의 최고봉은 하이에크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에크의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한국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숙고하는 것이 자유우파 정치인들과 시민운동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저서들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이에크의 글은 상당히 난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한 문장마다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한 페이지를 읽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조금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처음 하이에크를 접하였을 때 그랬습니다.
그리하여 하이에크의 사상을 가장 알기 쉽게 해설하고 그것을 한국의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한국인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그런 인물로 본인은 민경국교수를 꼽습니다. 본인은 민경국교수를 ‘하이에크의 수제자’로 평가합니다. 여기서 수제자라는 의미는 스승에게서 직접 배웠다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을 충분히 해독하고 그것을 자신이 처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인은 하이에크를 ‘20세기의 현자’로, 민경국교수를 ‘하이에크의 수제자’로 평가하는데 그동안 본인이 만났던 우파정치인들과 우파활동가들 중 그렇게 평가하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민경국교수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본인은 하이에크를 이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핵심가치인 자유주의를 이해하는 알파요 오메가라고 생각하는데, 하이에크를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민경국교수를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봅니다.
2. 민경국교수의 저서들
아래에서는 민경국교수의 저서들을 간행한 순서대로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민교수는 신정치경제학(1993), 헌법경제론(1993), 진화냐 창조냐(1996), 하이에크 이야기(1997), 한국경제 - 자유주의에서 돌파구를 찾아라(2007) 등의 저서를 발간하였으나 절판 등의 사유로 책을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1) 시장경제의 법과 질서(1997)
이 책은 ‘질서경제학과 주류경제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주류경제학은 시장경제에 대한 간섭주의를 정립한 경제학이면서 사회주의 계획방법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경제학입니다. 질서경제학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오스트리아학파와 질서자유주의의 세가지 전통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킨 경제학입니다.
주류경제학은 인간이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프랑스 계몽주의에서 비롯한 구성주의적 합리주의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비하여, 질서경제학은 인간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비판적 합리주의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주류경제학보다 질서경제학이 자유로운 인간들의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유지 보호하는데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2) 자유주의와 시장경제(2003)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사회질서를 구성하기 위하여서는 두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그 첫째는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며 그 둘째는 모든 인간은 천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지하고 도덕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기초로 하여 작성된 정치원리, 법원리, 경제원리를 자유주의원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와 자유사회 즉 열린 사회로서의 자생적 질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개개인들이 각자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실용적 지식으로서 삶의 지식의 존재입니다. 시민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실용적인 지식이야말로 사회발전의 원동력입니다.
한국 사회는 자유시장경제 대신에 사회적 시장경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경제가 성장보다는 분배를, 자유보다는 결과적 평등을 선호하는 경제체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헌법은 두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경제사회를 조종 통제할 수 있는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이고, 둘째는 다수결 원칙으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무한한 신뢰를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헌법에는 민주정부의 입법정책과 경제정책을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가 빠져 있습니다.
(3) 하이에크, 자유의 길(2007)
이 책은 진화적 합리주의사상에 기반을 두고 이를 확대 발전시킨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원리를 재구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 공존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제도와 그 원칙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와 관련된 오늘날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프랑스 계몽주의사상입니다. 프랑스계몽주의 전통의 공통점은 인간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이고 그것을 구성주의적 합리주의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주의적 합리주의가 최고 절정을 이루었던 것이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였고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따른 계획과 규제의 결과는 개인적 자유의 유린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빈곤이었습니다.
프랑스 계몽주의 전통이 가지는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를 대신할 사회철학적 대안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인데 이 사상을 진화적 합리주의라고 합니다. 이것은 인간이성을 사회적 과정의 산물로 보면서 경험과 학습을 중시하는 사상입니다. 이 사상은 인간이성은 사회질서를 목적합리적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하여 이를 인위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믿습니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전통을 되살려서 발전시키고 심화시킨 인물이 바로 하이에크입니다.
(4) 자유주의의 지혜(2007)
본인은 민경국교수의 저서 중 이 책을 최고의 책이라고 평가합니다. 본인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지혜의 바다 속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인류의 사상사 속에서 자유주의가 등장한 과정, 그것에 도전해 온 수많은 다른 사상들, 오늘날 언급되는 수많은 정책들의 뿌리가 노출되면서 그 정책들의 참모습을 보게 되는 그러한 깨달음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자들의 구조적 무지와 오만이 과연 무엇인지 등을 깨닫게 되는 구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정책을 결정하기 이전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가르치는 책입니다.
(5) 경제사상사 여행(2014)
경제사상의 역사는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부와 번영을 추구했는가를 연구하고 그들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하는 사회를 탐구하는 학문분야입니다. 이 책의 집필목적은 아담 스미스를 비롯하여 하이에크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51명의 경제학자들이 만들어낸 사상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를 찾는 일입니다. 이를 위하여 그들이 제시한 사상들의 핵심내용, 그 사상들이 등장하게 된 이념사적, 경제사적 배경 그리고 그들이 현실에 미친 정치적, 사상사적 영향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별히 주목할 것은 자유주의에 비추어 간섭주의 사회주의 경제학의 뿌리깊은 오류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책의 결론은 경제자유를 보장하여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고려하지 않는 경제학은 현실을 설명할 수도 없고 정책적으로도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려를 충분히 한 패러다임이 오스트리아학파라고 합니다.
(6)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2015)
민주주의는 그 자체 좋은 것으로 인정되어 어떤 가치든 민주와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여러 민주주의 중 자유민주주의만이 올바른 것입니다. 왜곡된 민주주의로는 진보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왜곡의 결과 민주주의는 진정한 다수의 의견보다는 다수를 형성하는 개별 이익집단과 정치권의 이익추구를 위한 제도로 타락하였습니다. 다수의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법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무제한 의회,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무한정한 정부권력이 자유사회의 본질인 법치주의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타락되어 자유주의와 갈등을 일으키는 궁극적인 원인은 민주주의를 최고의 목적으로 여기는 좌파의 인식때문이며 민주와 자유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하여서는 자유의 헌법을 통하여 민주주의의 과잉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자유의 헌법으로의 개헌이 필요합니다.
(7) 자유주의의 도덕관과 법사상(2016)
자본주의를 축으로 하는 자유주의가 윤리를 타락시키는 부도덕한 범법자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그런 비판을 한 현대적 거장은 복지국가의 철학적 기반을 닦아놓은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입니다. 그는 서민층의 삶을 돌보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 가난한 자를 무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심각한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파하였습니다. 한국의 헌법학자들과 헌법재판소도 자본주의경제가 갖가지 결함과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에 대한 그러한 비판들의 공통점은 정부의 계획과 규제가 없으면 시장에는 질서가 없고 주기적 공황도 생기고 국가의 생산력도 저하되고 실업도 많고 소득의 불안도 생기므로 시정경제에는 정부의 계획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비판이 생긴 이유는 시장경제는 적합한 도덕과 법질서를 기초로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법적, 정치적 또는 다른 사회적 과정과 분리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질서와 상호의존적입니다. 시장의 자생적 질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도덕률과 법질서 같은 행동규칙이 필요합니다
(8) 국가란 무엇인가(2018)
사람은 태어난 순간 국가의 구성원이 됩니다. 국가의 본질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이며 국가는 폭력을 독점한 조직입니다.
어떤 국가가 가장 바람직한 국가일까요? 국가지배의 도덕성문제가 핵심입니다. 최적 국가형태를 찾는데 가장 탁월한 기여를 했던 그룹은 계몽시대의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입니다. 영국의 로크를 비롯하여 데이비드 흄 그리고 독일의 칸트, 프랑스의 몽케스키외 등과 그들의 사상을 계승한 수많은 고전적 자유주의사상가들은 좋은 국가의 조건을 면밀히 다루었습니다.
자유주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다양한 패러다임입니다. 자유를 정당화하는 방법에 따라 자유주의는 권리론적 자유주의, 합리론적 자유주의, 진화론적 자유주의, 헌정론적 자유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권리론적 자유주의로는 로크, 바스티아, 노직을 다루고, 합리론적 자유주의로는 칸트, 훔볼트, 미제스를 다루며, 진화론적 자유주의로는 흄, 스미스, 하이에크를 다루고, 헌정론적 자유주의로는 몽테스키외, 토크빌, 뷰캐넌, 하이에크를 다루고 있습니다.
(9) 자유론(2021)
본인은 이 책을 민교수의 자유주의이론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한 책으로는 존 스튜어트 밀과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이 가장 유명하다 할 것인데 민교수의 자유론도 그에 못지 않은 역작이라 봅니다. 자유는 강제의 부재로 정의되며, 경제적 자유는 모든 자유의 보루로서 소유가 없는 곳에 자유도 없다고 합니다.
1인 1표 다수결로 표현되는 민주주의는 최상의 가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최종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데서 다수의 독재가 생기고 이념전쟁에서 자유주의가 패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이 주권재민을 표방하는 것도 설계주의의 계획사상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치명적 오류를 낳기 쉽습니다. 주권재민사상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것은 기존질서의 무자비한 파괴와 자유의 파괴를 불러온 프랑스혁명이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법의 지배를 통한 입법권의 제한이 필요하며, 그것은 리바이어던을 제어할 자유주의자들에 의한 헌정주의의 확립에 달려 있습니다.
(10) 자유를 통한 한국경제 읽기(2023)
이 책은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한국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철학이 없는 한국경제는 온갖 규제와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비도덕적 경제입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의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것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야당의 발목잡기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자유의 개혁을 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윤대통령의 총론에는 찬동하나 구체적인 정책의 각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각론을 담당할 각부 장관들의 수준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윤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고 돌아오면 개헌을 하겠다고 하였는데, 개헌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4년 중임제냐 내각책임제냐 하는 권력구조개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민경국교수는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입법권력을 견제하며 균형재정을 이룰 수 있는 재정헌법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2025. 3. 1.
글쓴이 : 자유시민연합 대표 최태열. 010-3219-8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