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에게 버림받아 입양되고, 아파트 6층에서 함께 살다 홀연히 떠나간 야생 흰뺨검둥오리 삑삑이와 구아 아저씨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240일간의 기록
푸른 숲을 덮어 버린 회색 숲의 비극
요즘 자주 들려오는 뉴스나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보금자리를 잃은 새들이 둥지 틀 곳을 찾지 못하고 아파트 베란다나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키운다는 이야기다. 신기한 듯 보도되며 간혹 황조롱이처럼 보호종의 경우 보호단체에 연락을 해 돌려보내기도 한다. 인간의 편이를 위해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세웠건만, 몇 년간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웠던 장소를 잊지 않고 찾았던 수많은 새들. 그들은 기어이 포근한 나뭇잎과 따뜻한 나무둥지는 아니지만 궁여지책으로 아파트 한켠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원래 주인의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그들이 찾아왔을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불쌍하니 애완동물 삼아 먹이도 주고 씻기고 집 안에서 키우며 사랑을 주는 것이 최선일까?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와는 달리 야생의 동물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야생의 습성을 잃게 만드는 것은 그보다 더 잔인한 일이다. [날아라, 삑삑아!]는 실화이다. 회색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물오리들의 천국 벼랑연못에서 어미에게 버림받고 갈 곳 없는 흰뺨검둥오리를 입양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의 1년 남짓의 기록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미 잃은 새, 길 잃은 고양이, 버려진 강아지를 불쌍하니까 데려와서 잘 키우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게 한다.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생생하게 접하며 그래야 하는 이유 또한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생태 동화작가 권오준과 야생 흰뺨검둥오리가 함께한 240일간의 아름답고 생생한 기록
오랜 기간 새를 관찰하고 공부해온 저자가 2011년 첫 만남을 시작으로 떠나보낸 지 3년이 지난 야생 흰뺨검둥오리 삑삑이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는 뭘까? 당시 YTN 뉴스에서는 뒤늦게 태어나 어미에게 사정없이 공격받은 새끼오리와 새끼오리를 노리는 수많은 천적의 모습들, 그리고 결국 저자가 입양하게 된 사실을 동화같은 이야기라며 보도하기까지 했다.(http-//www.ytn.co.kr/search/search_view.php?s_mcd=0103&key=201107011615082558)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100일이 지나면 어미에게서 자립하고 또 다른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삑삑이의 경우는 입양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 24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저자는 그 범상치 않은 야생오리와 인간과의 동거를 통해 크게 느낀 바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바랐다. 저자는 말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은 이미 여덟 살 때 동물원 오랑우탄이 사육사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관찰했고, 인간처럼 풍부한 감정도 있다는 걸 목격했지요. 삑삑이랑 함께 살면서 느낀 게 바로 그것입니다. 이해와 감정에 관해서는 우리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말이죠.?? 풍부한 감정을 표현해 내고, 때로는 교감을 통해 이해하기도 하고, 몸짓과 표정과 소리로 소통하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동물과 사람과의 따뜻한 교감, 흰뺨검둥오리에 대한 생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동안 수많은 생태 강연을 통해 이미 수없이 많은 팬을 갖게 된 흰뺨검둥오리 삑삑이! 강연장에서 저자를 통해 삑삑이의 이야기를 접한 독자들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고, 이 작품을 통해 삑삑이를 새로 접하게 되는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친구를 대하는 방법과 또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물오리 삑삑이, 하늘을 날다!
학교 앞 벼랑연못에는 오리들이 알을 낳기에 딱 좋은 최적의 장소가 있다. 바로 갈대 둔덕. 그곳에 몇 년째 알을 낳고 있는 벼랑오리는 올해도 10개의 알을 낳았다. 그러나 알이 부화하기까지 고양이, 왜가리, 계곡오리들의 습격 등 갖은 어려움 끝에 7마리의 새끼들을 얻는다. 어미 오리는 새끼들과 물 적응훈련도 하고, 먹이 잡는 법도 알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벼랑연못을 어슬렁대던 고양이가 갈대 둔덕을 주시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리들의 아빠 '구아 아저씨'가 그곳을 살펴본 결과 갈대숲 구석에 오리 알이 하나 숨어 있었던 것. 학교 선생님과 아저씨는 혹시나 싶어 알을 인공부화기에 넣었는데, 며칠 뒤 오리가 부화했다. 그러나 연못으로 다시 돌려보내려 했지만 어미 오리는 이미 자기 새끼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적을 대하듯 새끼 오리를 공격한다. 하는 수 없이 구아 아저씨가 새끼 오리를 입양해 키우게 된다. 그때부터 새끼 오리 삑삑이와 구아 아저씨의 아름다운 동거가 시작된다. 아파트 6층에서 야생 오리와 함께 살아가는 건 그리 녹녹치 않았다. 아저씨가 어딜 가든 쫄쫄 따라다니는 삑삑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아, 강연장이든 지인을 만나든 안 가는 곳이 없었다. 삑삑이는 아파트 단지에서 명물이 되었다. 그러나 집 안에서는 천덕꾸러기. 여기저기 똥 싸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집 안 어지럽히고, 한번은 가스레인지에 앉았다가 위험한 순간까지 발생한다. 그래도 아저씨는 삑삑이가 안쓰럽기만 하다. 삑삑이를 언젠가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물 적응 훈련도 시키고, 비행 훈련도 시키며 몇 번을 날려 보내려 했지만 삑삑이는 아저씨 집이 제 집인 양 천연덕스럽게 꾸꾸거리며 돌아온다. 과연 삑삑이는 어미에게 상처 입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친구들이 있는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생태, 교감, 감동, 친구를 만나는 따뜻한 이야기
[날아라, 삑삑아!]에는 흰뺨검둥오리뿐만 아니라, 물가에 모여 사는 흰눈썹황금새, 노랑할미새, 파랑새, 백로, 해오라기, 비오리, 청둥오리, 천적인 매와 왜가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또한 [삑삑이의 육아 일기] 코너를 통해서는 흰뺨검둥오리의 탄생과 성장, 새들의 각인 현상과 새 가락지, 새들의 귀소 본능에 대한 정보가 사진자료와 함께 꼼꼼하게 실려 있어 물가 생물과 새들에 대한 생생한 생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구아 아저씨(저자)'에 대한 삑삑이의 가족애, 그러나 성장하면서 자신들만의 세계에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삑삑이의 모습, 그리고 삑삑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구아 아저씨의 끊임없는 노력은 결국 물오리인 삑삑이가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연으로 아름다움 비행을 시작하는 커다란 감동을 보여줬다. 이 모두가 인간과 동물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올바른 우리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