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단편] K아파트의 키스 놀이터

[모나미붓펜]

안돼! 안돼! 안돼!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그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비틀거리다가 뒤에 있는 그네 기둥에 등을 기댔다.
"와아...하... 어쩜."
강한 충격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금세 고개를 떨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한숨소리를 내뱉었다. 다시 고개를 치켜뜬 그는 그녀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정말 너무해. 담배엔 디스고 레스토랑에서의 후식은 사이다고 놀이터에서는 키스잖아!"
눈물고인 눈으로 억지스러운 말을 내뱉던 그는 곧 다시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유있게 그런 그의 가슴께에 담배불을 가져다댔고 검은색 파카는 작게 구멍이 나버렸다.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내 파카가!"
2년전에 교제한 아줌마가 준 비산 파카라고 자랑하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돌진하던 그때문에 반이나 남은 담배가 아까울 뿐이었다.
"제길"을 연달아 외치던 그는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가 앉아있는 벤치에 앉았다.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여름내 붙는다고 짜증내던 그녀가 오히려 그와의 가까운 거리를 반기는 눈치다.
방음시설 부실, 낡은 보일러가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 벤치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가로등. 이곳은 K아파트, 그들만의 키스 놀이터였다.


"누님- 잘가요."
그는 능숙한 솜씨로 통통한-그리고 유명브랜드를 온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밍크코트의 아줌마에게 미소를 날렸다. 아줌마는 수줍은 분홍빛 얼굴로 호호하고 웃었다.
"아무튼 우리 애기 능청은 알아준다니까."
"능청이라니, 다 우리 누님에 대한 내 진심이지."
"알아. 알아. 이거 용돈으로 쓰구."
밍크코트만큼 비싸보이는 핸드백에서 초록잎사귀들이 홀랑홀랑 빠져나와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밍크코트를 입은 호호아줌마를 꼬옥 안았다. 젊은 아이의 정기를 빨아먹은 듯한-아줌마는 쉽지 않은 듯한 심하게 들뜬 워킹을 선보였었다- 아줌마는 부끄러워하며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아줌마가 떠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루할정도로 떠나간 차의 매연을 눈으로 좇던 그는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애인인가봐?"
당황한 그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옆에 있는 놀이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익숙치 않은 광경에 다시 한번 경악하게 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도 놀랄 일인데 담배를 문 여고생이 철봉에 꺼꾸로 매달려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에 피가 쏠려 이마에 솟은 핏줄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너...너는 뭐야?"
"후우-(그녀는 담배연기를 뿜었다)교복을 보아-하니, 그 공부잘하기로 유명한 공고맞지?"
"너는 교복을 보아하니 요조숙녀만 다닌다는 그 여고구나."
그녀는 "맞아"하고 담배연기를 푸우 내뿜었다. 그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내색은 안했지만 그녀도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끄지도 않은 담뱃불을 그에게로 던진것을 보아 내색은 안했지만 그녀는 그를 싫어하는 듯 했다.




"키스는 내 삶의 활력소야."
그가 나즈막이 말했다. 멍하니 별을 올려다보던 그를 그녀가 돌아보았다.
"내가 사귀던 아줌마들 중에 입냄새가 진짜 지독한 아줌마가 하나 있었거등? 그 아줌마 냄새는 뭐랄까, 습기찬 겨울날 실내에 들어갔는데 누가 거기다 토를 해논 듯한 냄새...?"
"아, 알 거 같아."
그녀가 동의하듯 말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동감의 의미로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인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아, 난 이제 죽었구나.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난 신체접촉 없이는 못 사는 혈기왕성한 십대란 말이다. 내가 그 아줌마랑 키스한 후에는 이제 남자라도 덮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경건하게 두 손을 포개 가슴께로 가져다댔다. 그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새 담배로 무릎을 톡톡 두드리더니 불을 붙였다.
"그래서 말인데. 나 요즘 누님들을 못 만나고 있거덩?"
"그런데?"
그녀가 일부러 흉하게 코로 연기를 한가득 뿜어냈다. 그가 벤치에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내가 요즘 손두 덜덜 떨리고 콧물도 막 나오고 하는게 아무래도 애정결핍증상이 나타난 것 같아."
"으음."
"그러니까 니 입술 좀 빌려줘."라고 하려던 말은 그녀의 기습키스로 차마 다 말하지 못했다.
그녀가 그의 입속으로 집어넣은 담배연기때문에 그는 눈물까지 고이며 콜록댔고 그녀는 그의 코에서 나오는 담배연기를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는 부루퉁하게 앉아있었다. 2달간 그녀는 그의 키스를 한번도 거부한 적이 없었다.
"이런 암담한 기분 처음이야, 알아?"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숨인지 연기를 뱉는건지 아무튼 대량의 공기를 후우 하고 내뿜었다.
"안된다면 안되. 이제 고만해."
딱 잘라말하는 그녀때문에 그는 더욱 더 울상이다. 울먹울먹하는 그 얼굴에는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어렸다.
"이런 기분. 중학교 1학년때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던 여학생의 이마에 뽀뽀했다가 사타구니를 맞았을때랑 기분이 똑같다니까"
"고만하랬다."
하나하나 힘줘서 강조하며 거부의 의사를 밝힌 그녀를 한참 째려보던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몰라! 미워! 바보야! 저리가!"
그는 앙칼지게 외치더니 뒤돌아 뛰어갔다. 그가 뒤돌기전에 그녀는 하늘을 볼 듯 고개를 들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에취!"
그가 막 놀이터를 벗어나려고 할 때 그의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 뒤로 코를 크릉거리는 소리는 분명 그녀의 소리였다. 그는 그 자리에 멈춰서 그녀를 향해 돌아보았다.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서 코를 풀고 있는 그녀는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입을 벌리고 서 있던 그는 발을 질질 끌며 그녀의 옆으로 걸어갔다.
"감기...걸렸었어?"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미 마른 코를 닦고 있었다. 처음 자신에게 담배연기를 불어넣었을뿐 그 이후로는 그가 싫어하는 담배연기를 물고 키스한 적이 없던 그녀였다.
그 사실을 생각하자 그는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앉혔다.
쪽 소리가 나게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한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뜬 그녀는 아직까지 코에 휴지를 대고 굳어있었다.
"감기 걸렸으니까 그냥 이마에만 하자."
그는 귀여운 곰인형을 다루듯 그녀를 꼬옥 안았다. 아직도 코에 휴지를 대고 멍하니 있던 그녀는 싫지 않은 듯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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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벽 2시의 모나미붓펜입니다.
가끔 이런 글도 좋은 것 같아서 써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위트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싸이의 노래도 꽤 좋아하고 무한도전도 꽤 좋아하고 나쁜녀석들-지금 하고 있군요- 같은 영화도 위트를 보는 맛에 좋아합니다.
그래서 위트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는군요.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shift키의 수리도 절실합니다.(정말정말정말)
비밀을 나누는 사이라던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가지고 싶습니다.(제게는 오직 곰돌이 인형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제 글에는 비현실적인 관계라던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은 듯 합니다.
횡설수설이군요. 새벽 2시의 여파입니다.
행복한 별밤 되시기를-

[[백호교]이젠 내가 하늘을 만들겠어]

요즘 붓펜님의 글은 무언가 변화가 느껴집니다. 그림자가 걷혀간다는 느낌. 저도 붓펜님과 비슷한 이유로 집에 여럿의 인형을 키우고 있죠. 다른이와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건 참 힘드니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하세요.

[사쿠_yuki]

모처럼 상큼한 글이네요..뭔가 땡기는 느낌입니다.건강하세요^-^

[『 리엘 』]

다음 편은 없나요???

[dkzkdkzpal]

이상한 놀이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