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제때 못 갚는 서민과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금융 공공기관이 차주 대신 빚을 갚아준 돈이 올해 상반기에만 9조 원을 돌파했다. 금융 공공기관의 부채도 덩달아 커지면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3개 금융 공공기관 및 금융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상반기 대위변제액은 9조3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위변제액(13조9430억 원)의 64.8%에 해당한다. 2022년 6조 원 규모였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3조 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30.6%의 증가 폭을 보였다.
13개 보증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서울보증보험·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재단중앙회·기술보증기금·한국수출입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현재 대위변제액이 가장 큰 기관은 HUG로 상반기에만 3조234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위변제액(4조9229억 원)의 65.7%에 달하는 규모다. 전셋값이 정점이던 2022년 맺은 전세 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조581억 원이었던 HUG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365.3% 폭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전세 사기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가 빈발한 영향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 악화로 신보의 대위변제액도 큰 폭으로 올랐다. 상반기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4625억 원으로 2022년(1조3600억 원)의 대위변제액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2조2758억 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금원 역시 2022년 6241억 원에서 지난해 1조5198억 원으로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만 8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금융 공공기관의 부채 급증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는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기형 의원은 “공공부문의 민간부채에 대한 보증은 공공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대위변제의 급속한 증가가 지속한다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