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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영빈관의 손님(1)
화산파가 배출한 오십 년만의 고수라는 백리영(百里榮)은 은밀하게 신형을 움
직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가뿐만 아니라 열 다섯 명의 매복자들도 이미 자기
자리에 없었다. 백리영은 잠시 멈춰서서 영월검(永月劍)을 쓰다듬으며 영빈관에
서 들려온 천마후 영호화의 소리를 되씹어 보았다. 그녀는 분명히 '이제 그만 혼
자 있게 해주세요' 라며 울먹였다.
'그렇다면 지금 저 안에 있는 자는 마교 교주 장소라는 말인가?'
백리영은 전율과 긴장으로 굳어진 온몸의 근육을 부드럽게 풀며 고개를 끄덕였
다. 하기야 마교 교주 정도의 무공을 지닌 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팔대문파
고수 열 여섯 명의 감시를 뚫고 영빈관 안으로 잠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결코 제멋대로 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는
정도무림의 심장부인 무림맹이다. 마교 교주가 무림맹을 제멋대로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없었다.
무공에 남다른 자신이 있는 여섯 명의 고수들은 출입구 쪽으로 몰려들었고, 나
머지 열 명은 조금 멀찍이서 다른 방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출입구가 있는 곳
으로 이동을 마친 백리영은 사제(師弟) 한비달(韓飛達)과 무당파의 노호 그리고
청성파의 임소열(林召閱)과 정지만(丁至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하군, 스스로 후기지수(後起之秀) 중 제일이라고 자랑하던 곤륜파의 궁여
(弓與)가 보이질 않다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백리영의 귓가로 한비달의 전음(傳音)이 들려왔다.
'사형, 궁여는 벌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백리영은 그제야 사방을 살피던 동작을 멈추고 출입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언제나 한발 빠른 궁여, 그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오늘은 볼 수 있을 터였다.
백리영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출입구로 신형을 날렸다. 안에서 문짝이 부
서질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싸움이 시작된 걸까? 그의 뒤를 한비달과 노
호, 임소열, 정지만이 소리 없이 따라붙었다.
영화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당탕'거리며 뛰어든 장염을 보
고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당황과 부끄러움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만
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장 오라버니가 그 작은 소리를 듣고 이처럼 신속하게
되돌아 올 줄이야!
'영화소저, 지금, 그대가 저를 불렀지요? 그렇지요?'
영화는 귓불까지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장염은 영화를 보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천궁(天宮)과 지
옥(地獄)이 눈앞에서 오락가락 했다. 조금 전 까지도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영화소저의 한마디 말을 더 듣고 싶었다.
영화는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었다가는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니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 도 없었거니와 저렇듯 기뻐하는 장 오
라버니를 보자 다른 일은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는 죽더라도 장 오라
버니와 함께 죽겠다고 결심한 영화가 고개를 들었다.
장염은 눈물로 범벅이 된 영화소저의 얼굴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덥썩 손을
잡아 버리고 말았다. 작고 부드러운 영화소저의 두 손을 붙들고 장염이 소리쳤
다.
'영화소저! 저는, 이제, 다시는 영화소저의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
장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영화소저와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이제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겠다. 덧없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그리운 사람
들처럼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장염은 이를 악물고 쏟아질 듯한 눈물을 참
았다.
마침내 영화는 장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펑펑 쏟
아내기 시작했다.
'장 오라버니, 흑, 저는 지금까지, 단 한시도, 오라버니를 잊은 적이 없답니다
…… 흑흑!'
조금씩 흐느끼던 영화의 울음소리는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서, 영
빈관 밖에 숨어있던 열 명의 고수들도 통곡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연재] 천사지인2부 11장 영빈관의 손님(2)
등록자: 빈들(조진행) 등록일: 03-06 조회수: 32
11장 영빈관의 손님(2)
곤륜파의 궁여는 눈앞에 활짝 열려있는 사내의 등 짝을 보며 갈등하기 시작했
다.
'저자의 신경이 다른데 가있는 이때 기습공격을 해야 제압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상대의 정확한 신분 내력을 모를 뿐 아니라, 이곳까지 아무도 모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무공수위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였다. 곤륜파의 제자가 암습을
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싫었지만 지금의 이 호기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궁여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영호화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사내
가 당황한 듯 영호화를 가리고 서서 움찔거리고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리거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가장 완벽한 공격의 순간이
그에게 허락된 것이다.
'허(虛)의 선(先)'
허점을 느끼는 순간 선공(先攻)을 하도록 훈련된 그의 몸이 이성(理性)보다 앞
섰다. 궁여의 손에 쥐어진 장검이 사내의 등판을 향해 은빛 현란한 동작으로 파
고들었다. 마치 수면(水面)으로 튀어 올라 반짝거리는 동체를 뽐내는 물고기 같
이 궁여의 검은 은밀히 감추어져 있다 튀어나왔다. 곤륜파의
비전절기(秘傳絶技)인 삼선자전검(三仙自轉劍)이었다. 궁여는 상대의 예측할 수
없는 무위(武威)에 처음부터 최선의 공세를 펼쳤던 것이다.
백리영은 곤륜파 장문인들에게 전수된다는 삼전자전검을 실전(實戰)에서 처음
목격한 사람중의 하나였다. 백리영이 은밀하게 영빈관의 실내로 들어간 순간 궁
여의 삼선자전검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백리영은 후기지수중의 으뜸이라
는 궁여의 자존심이 담긴 필살(必殺)의 일검(一劍)과 그 자존심을 무색하게 만드
는 사내의 가공할 모습을 보고 말았다.
궁여의 검이 사내의 등과 마주치려고 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사내가 보여준 무
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었다.
사내는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이 우수를 등뒤로 돌려 검 끝을 검지와 중지 사
이에 끼고 만 것이다. 다음순간 '땅!'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검 끝이 부러져 나
갔다. 검의 파편은 놀랄 틈도 없이 날아가 검격(劍格, 손을 보호하기 위한
고동)을 부수고 궁여의 양계혈(陽谿穴, 손목에 있는 혈도)에 깊숙이 박혀들었다.
'으음...'
궁여의 신음이 가느다랗게 흘러 나왔다.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가 방울방
울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궁여는 감히 지혈(止血)할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서있었다. 기습까지 해놓고도 실패를 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이 사내에게
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면목이 서지 는다고 몸을 빼지 못할 궁여가 아니었으
나, 언제부터인가 사내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온몸이 옭아매져 처분을 기
다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궁여의 손목에서 빠져나온 핏방울은 바닥에 적당히 고여 있어 귀를 기울이면
'똑! 똑!'하고 지금도 계속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도 하건만, 사내는 등을 돌
리지 않았고 영호화의 울음도 멈추지 않았다.
제 목 : [연재] 천사지인2부 11장 영빈관의 손님
등록자 : 빈들(조진행) 등록일 : 03-08 조회수 : 350
11장 영빈관의 손님(3)
백리영의 뒤를 이어 하나 둘씩 영빈관 안으로 들어선 고수들은 모두가 경
계를 늦추지 않고 사내의 뒷모습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한눈에 궁여
가 낭패를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이 잘려나간 검을 치켜들고 움직
이지 못하는 궁여와 등을 돌리고 서있는 사내, 그리고 그의 뒤에서 흐느끼
고 있는 영호화의 모습은 기괴해 보이기까지 했다.
백리영은 뒤늦게 당도한 한비달이 한 걸음 나서려고 하자 검집으로 슬며
시 한비달의 앞을 막았다. 백리영의 제재를 받은 한비달이 걸음을 멈추고
사형과 사내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형, 궁여가 당한 것 같은데, 저자를 그냥 두실 작정입니까?'
백리영은 한비달의 전음을 듣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냥 둘 수도 없지
만, 그는 지금 저 사내의 가공할 무위를 목격한 사람이다. 여섯이 협공을
한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사내에게 사제가 겁 없이 다가서려니
일단 막았을 뿐이었다.
제일 늦게 도착한 환영검 노호는 사내의 뒷모습이 눈에 익은 듯 보였다.
혹시 저 사람은 마교의 교주가 아닐까? 어쩐지 눈에 익은 무공의 고수이면
서 영화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마교 교주 장소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심히 보니 그 뒷모습은 자신의 뇌리에 그다지 강한 존재
감으로 기억되지 않은 듯했다. 그러고 보니 마교 교주의 모습은 조금 더 살
집이 붙었었다.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누구기에 열 여섯 명이나 되는 팔대문파의 고수
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곳에 잠입할 수 있었을까?'
마침내 다섯 사람이 전부 도착하자 백리영은 사제에게 눈짓을 하고 우측
으로 이동했다. 한비달이 사형과 는 반대편인 좌측으로 갈라서자 세 명의
고수들도 제각기 자리를 잡아갔다. 잠시 후 다섯 사람은 부채꼴 모양으로
열을 맞춰 사내를 둘러서게 되었다.
다섯 명의 고수들이 위치를 잡자 방안에는 긴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듯 영화의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백리영이 입을 연
것은 영화의 흐느낌이 완전히 멎었을 때였다.
'그대는 누구시기에 무림맹의 금지구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것이오?'
영화는 한 사내의 냉랭한 외침을 듣고서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무림맹이
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주체못할 격정에 사로잡혀 울
음을 터뜨렸지만, 어느 정도 격앙되었던 마음이 가라앉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염려했던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오라버니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영화가 재빨리 장염의 어깨에서 얼굴을 뗀 후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것
이 어떤 일이 되든지 결코 호락호락하게 남의 손에 운명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가 장염의 옆으로 한 걸음 나섰다. 어느새 영화의 손은 검자루에 닿
아 있었다. 매화검 영화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보여 주리라!
영화의 눈이 재빨리 장내를 둘러보았다. 모두 여섯 명의 사내가 깍아 놓
은 목상처럼 말없이 서있었다. 그 중에는 혈마사에서의 탈출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둘째 사형 노호도 끼어 있었다.
'사형...'
영화는 노호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형은 전부터 장오라버니를 싫어했다.
오늘 장오라버니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코 좋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노호사형은 장 오라버니에게 모욕을 준 적이 있었
다. 그때는 철이 없던 때라 그저 사형의 얼굴이 무서워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랐다. 이제는 누가 반대를 해도 결코 장오라버니에
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무림맹에 들어온 뒤 노호 사형을 한번도
만나 본적이 없는데, 오늘 이렇게 껄끄러운 자리에서 대면하게 된 것이 조
금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이들은 언제 들어와서 이처럼 대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자기가 너무 긴장을 풀고 있었다고 반성하며 신경을 곤두 세웠다.
장염은 영화가 앞으로 나서자 서서히 몸을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언제부터 무림맹의 금지구역이 되었소?'
그 순간 노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한 장가촌 녀석...'
뒷모습이 어쩐지 눈에 익더라 싶더니 결국 안면이 있는 자였다. 장가촌의
시골뜨기, 사천성의 요리사, 그리고 광마 마교교주의 친구이자 과거 한때의
연적이었던 장염이 또다시 자기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교 교주가
된 장소라는 미치광이와 저 재수 없는 장염은 한결같이 입맛 떨어지는 인간
들이었다. 노호의 머릿속으로 당고랍 산맥에서 실없이 웃던 장염의 끈질긴
얼굴이 떠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부끄러움과 당혹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미안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 기세가 수그러드는
데 노호는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너는 사천성의 요리사 장염이 아니냐! 네가 어떻게 우리의 이목을 속이
고 여기까지 들어 왔는지는 모르나 이곳은 너 같은 자가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너는 우리를 따라 집법당(執法堂)으로 가야겠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너도 허튼 짓거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림맹의 집법당을 들먹이자 대번에 영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
했다. 정사(正邪)를 막론하고 집법당으로 끌려가서 두발로 걸어나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법당은 죄의 유무(有無) 보다는 형벌의 경중(輕重)을
가리는 곳이었다.
장염은 노호의 말을 듣자 그간 노호와의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한꺼
번에 떠올랐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노호와 같은 무리와 은원(恩怨)을
논할 위치에서 멀리 떠나버린 장염인지라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무당파의 제자 노호가 아니오? 내가 사천성의 요리사이며 의심받
을 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누구 보다 더 상세히 알고 있으면서 무슨 죄를
더 찾아내겠다고 집법당을 운운하는 게요. 이제 그대들에게 다시 묻겠소.
대체 이곳이 언제부터 무림맹의 금역이 된 것이오?'
장염의 말은 뒤로 갈수록 싸늘해져서 말을 마칠 때 쯤에는 냉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무림맹의 금지구역이며 함부로 출입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자, 과거 의혈단에 사로 잡혀 감금생활을 했
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재학이 죄가 없는 자기에게 누명을 씌워
의혈단에 갇히게 되었는데, 오늘 이들의 말을 듣고 보니 영화소저가 처한
입장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러자 자연히 장염
의 마음속에 무림맹과 경재학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
이다.
백리영은 노호의 말을 들으며 어이없는 얼굴로 노호와 장염이라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저 무당파의 노호는 이 사내가 얼마나 고수인지 관찰할 시간이
없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듯 광오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무당파의 노호는 장염이라는 사내의 말이 끝나자 얼굴
에서 살기를 흘리고 있었다. 백리영은 계속해서 노호가 사내의 비위를 긁기
전에 자기가 더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본래 무림의 금역이 아니외다. 다만 저 영호화 소저를 마교의 세
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이중 삼중으로 지켜주고 있던
것 뿐이외다.'
백리영의 말은 여러 가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호화를 감시하는 것은 그녀를 잡아두었다가 마교와 분쟁이 일어날 때 볼
모로 사용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교로
부터 그녀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노호는 백리영이 왜 저렇게 까지 나서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관부의 인사와 교분이 있는 정도인 장염에
게 저렇게 까지 대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여기는 사천성도 아닌 호남성
의 무림맹이다.
노호가 얼굴에 냉소를 지으며 장염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백리 소협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으니 너도 네 죄를 알 것이다. 너는
이미 무림맹에서 금역으로 정한 이곳에 무단출입을 하였으니 지금 당장 집
법당으로 가줘야겠다.'
영화가 노호를 향해 몸을 돌이켜 사정을 했다.
'둘째 사형, 장 오라버니가 누구인지 사형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장 오
라버니는 소매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 뿐이니 사형께서 옛정을 생각해
서라도...'
영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호가 고함을 질렀다.
'누가 너의 사형이라고 하더냐! 너 하나 때문에 사문(師門)의 명예가 땅
에 떨어져 이미 무당파에서는 너를 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무당파의 원
로들께서 오래 전에 너를 파문시키라고 했건만, 사부께서 사사로운 정을 끊
지 못해 잠시 미뤄두고 있을 뿐이다. 나는 너를 사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
으니 더 이상 사형제의 정리를 내세우지 말아라.'
'어찌 그럴 수가...'
영화가 비틀거리자 장염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장염은 영
화소저가 넋을 잃고 멍한 얼굴로 노호를 바라보자, 마침내 무당파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도 그동안 무당파
의 이기적인 처신에 희생이 되어 사 년 동안이나 문파를 밝히지 못하고 세
상을 떠돌았다. 그런데 지금 자기 눈앞에서 영화 소저 마저 무당파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었다. 문하(門下)의 제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마땅히 문
파의 어른들이 나서서 바르게 잡아 주어야 하는데, 이들은 문파의 이름 때
문에 제자를 내치려고 하는 것이다.
'영화소저, 무당파는 내가 반드시 그들의 잘못에 걸 맞는 가르침을 내려
주겠습니다. 그들이 저토록 도의(道義)를 모르니 소저께서도 더 이상 무당
파의 이름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문파(門派)의 이름만을 생각하고
사람의 고통은 돌아보지 않으니 어찌 도(道)를 수행(修行)하는 사람이라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도(道)에서 멀어졌으면 더 이상 그들은 무당파가 아닙니
다. 그들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해서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장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호가 달려들며 소리쳤다.
'이 미친 녀석아! 네놈이 무당파의 개파조사(開派祖師)라도 되는 줄 아느
냐? 어디서 감히 본파의 행사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하고 있는 게냐!'
노호의 이 공격은 주변에 둘러서 있던 무림맹 고수 다섯 명도 미처 예상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장염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던 노호가 동료들과 연합
하지 않고 혼자서 출수(出手)를 하고 만 것이다.
유운신법의 움직임에 따라 장염에게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노호가 두 손을
광폭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영화는 갑작스런 사형의 공격에 깜짝 놀라 막아서려고 했지만, 장염이 부
축한 오른 손을 풀어주지 않았으므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장염의 왼손과 노호의 양손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첫댓글 ♥ 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ㄳ..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쟴나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요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