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은 L.O.V.E 로 유혹하라
['관시'가 다가 아니다… 중국시장 진출 한국 기업들, 성공의 조건 네가지]
Luxury 고급스럽게 - 저가 정책 버리고 비싸게… 역발상으로 프리미엄 전략
찌꺼기 거르는 락앤락 茶통, 중국인들에게 선풍적 인기
Observation 관찰 - 철저한 시장조사 통해 현지화
빵의 나라 프랑스도 철수하는데 파리바게뜨 中매장 100개 넘어
기름진 음식 선호 中입맛 공략
Volunteer 자원봉사 - 기업 착한 이미지 확산시켜야
中매장 5000개 넘는 이랜드는 매달 양로원·보육원서 봉사
Early 일찍 그리고 빨리 - 만만디의 나라에선 콰이콰이
시장변화에 일찍 대응이 중요, 경쟁자보다 빠른 결정 필요
요즘 대기업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외 유수의 기업이 중국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듣는 한국 기업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큰 손실을 보고 중국 사업을 접는 대기업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흔히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관시(關係, 연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관시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에 진출하며 유독 관시에 집착한 나머지, 부정부패에 무감각해져서 후에 문제가 된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스캔들에 휘말린
펩시콜라·월마트·HP·지멘스 등이 해당된다.
최근 '아하 차이나! 무엇이 진짜 중국인가'라는 책을 낸 IGM세계경영연구원 추이펑화(崔風華) 전 연구원은 "프리미엄 전략, 기업의 사회활동,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나가야 할 몇 가지 방향을 짚어줬다.
①'만만디(慢慢地)'가 아닌 '콰이콰이(快快·빨리빨리)'과거엔 행동·의사 결정이 느린 중국을 가리켜 '만만디'라 불렀지만, 지금 중국 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해 있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1994년 중국에 진출했던 미국 1위 가전제품 제조회사
월풀은 세계 냉장고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15년간 백색가전제품 시장의 0.3% 남짓 점유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 대신 홍콩에 아시아본부를 둔 것을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작은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홍콩 아시아본부와 미국 본사를 거치며 시간을 잡아먹는 바람에 시장 변화에 빨리 대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KFC는 1990년대 중국 진출 초기부터 현지에 아시아 본사를 만들고, 대만 출신 중국인을 CEO 및 임원으로 고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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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바게뜨가 29일 중국에서 문을 연 난징(南京) 산파이러우(三牌??) 매장. 파리바게뜨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에서 모두 107개 매장을 여는 데 성공했다. /SPC 제공
국내 기업 중에선
SPC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에서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가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프랑스 국민 베이커리 브랜드
폴과
포숑도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北京)에 지점을 냈다가 몇 년 만에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SPC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선 충분한 관찰과 시장조사만큼이나 유연한 변화와 대응이 필수 요소"라며 "파리바게뜨가 중국에서 100개가 넘는 매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는 '현지화 전략'에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한국 고유의 제품과 현지 입맛에 맞게 바꾼 빵을 8대 2 정도 비율로 판매한다.
파리바게뜨 중국 매장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육송빵(肉松面包)'이라는 제품도 있다.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조리빵이다. 한국인에겐 생소하지만, 기름진 음식과 조리된 빵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끌며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②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CSR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대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IGM세계경영연구원 김수진 연구원은 "중국인들은 수입 제품에 열광하지만, '중화주의'가 강해서 자존심이 상하면 바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 때문에 각별히 CSR에 신경 써야 한다"며 "실제로 중국에서 잘나가는 다국적 기업들은 다 CSR 활동에 큰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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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이동운 기자
2008년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지진 피해가 났을 때
맥도날드 중국지사가 당시 150만위안(약 2억7000만원 상당)을 기부했다가 오히려 중국 내에서 맥도날드 불매 운동에 부딪혔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도 기부금을 너무 적게 냈다"는 이유였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랜드는 '중화(中華) 자선상'을 2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매월 한 번씩 중국 현지 직원들은 양로원과 보육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이에 힘입어 이랜드는 중국에 진출한 30개 브랜드 매장 수가 5000개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EXR도 중국 진출 2년 뒤 어린이를 돕는 희망학교를 설립해 중국 내에서 기업 이미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③'프리미엄'으로 소비자 잡아라중국은 프리미엄 전략이 가장 잘 통하는 곳으로 꼽힌다. 2010년 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는 중국에서 800% 성장률을 기록했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소비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富)를 과시하려는 욕심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국내에선 중저가 브랜드로 자리 잡은
미샤도 중국에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 매장 인테리어를 백화점처럼 고급스럽게 꾸미고, 고가 전략을 내세웠다. 덕분에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기능을 합친 미샤의 'M시그너처 리얼 컴플릿 비비(BB)크림'은 중국 화이트칼라 여성들이 사용하는 고급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밀폐용기전문업체
락앤락은 상하이(上海)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화이하이루(淮海路)에 1호점을 내고 철저하게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개인 물병을 들고 다니며 차(茶)를 마시는 중국인들 습관에 맞춰 차 거름망을 단 '이중구조 차통'도 출시했다. 차 찌꺼기를 걸러 '고급스럽게'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경숙 락앤락 이사는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드라마 '대장금'에서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준 탤런트 양미경씨를 모델로 써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전략에도 중국실정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2009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의 약 80%가 45세 미만이었다. 중국 부자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현재 중국 백만장자의 평균 연령은 39세다.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부자를 겨냥한 고급 브랜드를 들고 진출하지만, 선진국 부유층이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젊은 층에 집중돼 있고, 이들을 노릴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