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송(長松)의 환대(歡待) -
조조(曹操)에게 쫒겨난 장송(長松)은 정욱(程昱)의 배려(配慮)로 곤장(棍杖)은 맞는 시늉만을 한 뒤에 함께 온 시종 하나만을 데리고 황급(遑汲)히 앞장서, 허창(許昌)을 떠났다.
그리하여 말을 달리다 잠시 쉬는 중에 시종이 묻는다.
"대인, 서천(西川)은 여기서 서쪽으로 가야할 것인데 어째서 동쪽으로 가십니까?"
"내가 주공(主公) 앞에서 조조를 설득(說得)해 한중(漢中)을 치게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렇게 빈 손으로 돌아가면 조정(朝廷)의 관리(官吏)들은 비웃을 테고, 주공께도 면목(面目)이 없지 않느냐? 허창(許昌)으로 올 때에는 서천(西川)을 조조(曹操)에게 바칠 생각(生角)이었지만, 조조를 가까이에서 겪어 보니 그렇게 속이 좁은 인간(人間)인 줄은 정말 몰랐다."
"조조(曹操)가 그렇게나 오만(傲慢)한 사람이니 큰일이군요. 그런 인간(人間)이 승상(丞相) 자리에 있다니, 제가 볼 땐 오래 못 갈 겁니다. 대인(大人), 그냥 익주(益州)로 가시죠."
"음!... 그런데 여기가 어디 쯤 이더냐?"
"아마... 운주(雲州) 부근(附近)일 겁니다."
"으 응, 그래?... 그렇다면 각별(各別)히 조심(操心) 해야 한다. 우리 신분(身分)이 드러나게 되면 안돼, 형주(荊州) 군사(軍士)들을 마딱뜨려도 우리는 서천(西川)의 행상(行商)이라고 해라."
"왜 그리 염려(念慮)하십니까?"
"주공(主公)과 유비(劉備)는 같은 황실(皇室)의 종친(宗親)인데, 우리는 유비(劉備)를 배재(排除)하고 역적(逆賊)인 조조(曹操)에게 조공(租貢)을 바치면서 까지, 도움을 청(請)하려고 하지 않았더냐 ? 그러니 유비(有備)가 알게되면 반드시 우리를 크게 원망(怨望)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말을 나누면서 천천히 말을 몰아가는 가운데 앞쪽에서 일단의 수레를 군사들이 호위(護衛)해 다가 오는데 틀림없이 형주(荊州)의 군사들이었다.
방금 전에 장송(長松)이 염려(念慮)한 현실(現實)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수레와 군사가 지나가기를 말을 세우고 길 한편에 서 있는데, 가까이 다가온 수레를 호위(護衛)하는 책임자(責任者)인 듯한 장송(長松)만큼이나 못생긴 사내가 수레와 군사를 멈추게 하고, 장송(長松) 앞에 우뚝 선다.
그리고,
"하하하핫!.." 하고 장송(長松) 일행(一行)을 보고 크게 웃는것이 아닌가?
장송(長松)은 말에서 내려 웃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신데 저를 보고 이렇듯 웃으시는 겁니까?"
"소인(小人)은 방통(龐統), 자(字)는 사원(士元), 호(號)는 봉추(鳳雛)요. 제가 소개(紹介)해 드리겠소."
봉추(鳳雛)라고 자신(自身)을 소개한 사내는 뒤로 돌아서서 적토마((赤兔馬)를 타고 앉은 사내를 손으로 가리킨다.
"저 분은 관운장(關雲長)"
"그리고 저분 께선 남군의 장익덕(張翼德) 장군(將軍)이시오."
"세상에!... 저 분들이?...." 장송(長松)은 그동안 숱하게 말로만 듣던 관운장(關雲長)과 장비(張飛)를 실제(實際)로 만나, 소개(紹介)를 받게 되자, 입을 딱 벌리며 감탄(感歎) 한다.
그러자 방통(龐統)이 이어서 말한다.
"저희들은 유황숙(劉皇叔)의 명(命)으로 장 대인(長大人)이 오시기를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아, 아!.. 난, 장씨가 아니라. 성은 정씨, 서천(西川)의 행상(行商)이오." 장송(長松)은 시치미를 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봉추(鳳雛)는 아까 보다 더 크게 웃어 제낀다.
"아,하하하하하!... 영년 형(永年兄)!... 그만 하시죠. 조공(租貢)을 바치러 허창(許昌)에 간 걸 우리 주공께서 벌써 알고 계시오. 그런데도 주공(主公)께선 주공의 두 아우님과 또, 소인(小人)까지... 장장 삼백 리밖 까지 대인(大人)을 마중 보내셨소. 영년 형(永年兄)! 저희들의 안내(案內)를 받으시죠!"
방통(龐統)은 이렇게 말하면서 수레를 향해 손짓을 해 보인다. 그러자 장송(長松)은 본색(本色)을 드러내며 묻는다.
"유황숙(劉皇叔)이 나를 왜 찾소?"
"하하하, 조조(曹操)는 주인(主人) 될 자격(資格)이 없지만, 우리 주공(主公)께선 객(客)을 좋아하시는 현군(賢君)이시죠.
영년 형(永年 兄), 어서 가십시다."
"수레에 오르시죠." 장비(張飛)도 한마디 거든다. 게다가 관우(關羽)까지 고개를 숙여 보이며 점잖은 어조(語調)로 청(請)한다.
"어서, 수레에 오르시지요."
"음!...." 장송(長松)은 방통(龐統)을 비롯해 관우(關羽), 장비(張飛)의 깍듯한 요청(要請)을 받고, 비로소 안심(安心)한 표정(表情)을 지으며 수레를 행해 다가 갔다. 장송을 태운 수레는 방통, 관우, 장비를 비롯해 그의 병사들의 정중(鄭重)한 호위(護衛 : Escort)를 받으며, 형주(荊州)를 향하여 출발(出發)하였다.
장송(長松)이 탄 수레가 드디어 형주(荊州)에 접근(接近)하였다.
형주성(荊州城)을 십 리쯤 앞두고 수레가 멈추었고, 그곳에는 유비(劉備)와 와룡(臥龍 : 제갈량(諸葛亮)의 별명)이 취타대(吹打隊)를 비롯한 환영(歡迎) 인파(人波)를 대동(帶同)하고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고 장송(長松)의 도착(到着)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장송(長松) 생전(生前) 처음 맞이하는 융숭(隆崇)한 환영(歡迎) 준비(準備)에 어리둥절하였다.
그리하여 속으로,
"아,아! 유비(劉備) 포부(抱負)는 과연(果然), 명불허전<名不虛傳 : 명성名聲)이 헛됨이 아니다>이구나!...) 하고 감탄(感歎)였다.
유비(劉備)와 공명(孔明)이 함께 장송(長松)의 앞으로 다가와 먼저 극진(極盡)한 인삿말을 하며, 허리를 깊숙히 굽혀 절을한다.
"형주목(荊州牧) 유비(劉備)가 장 대인(長大人)을 맞이합니다."
조조(曹操) 앞에서는 오만불손(傲慢不遜)하기 짝없던 장송(長松)이었지만, 유비(劉備)의 환대(歡待)에 감격(感激)하여 정중(鄭重)한 답례(答禮)의 인사(人事)를 한다.
"미천(微賤)한 소인(小人)을 위해, 황숙(皇叔)께서 친(親)히 맞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성대(盛大)한 환영(歡迎)은 제 평생(平生) 처음 봅니다."
"저, 유비(劉備)가 영년(永年)의 존함(尊銜)은 익히 들었으나, 워낙 먼 곳에 계시어 만날 수가 없었다가, 허창(許昌)에 들렀다가 서천(西川)으로 돌아가신다기에 아우들에게 영접(迎接)토록 했는데, 혹시(或是 )결례(缺禮)를 범(犯)한 것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보아 주십시오. 그리고 비록 누추한 곳이지만, 잠시 묵어가신다면, 이 유비(劉備)의 복일 것입니다."
"아! 황숙(皇叔)의 융숭(隆崇)한 대접(待接)에 소인 감개무량(感慨無量) 합니다만, 이런 과분(過分)한 예(禮)를 소인(小人)이 받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負擔) 입니다."
"선생같은 국사(國師)께는 이 정도 예(禮)가 당연(當然)합니다. 귀 주공(貴 主公) 유장(劉璋)은 황형(皇兄)이시니, 선생(先生)을 뵙는 것은 황형(皇兄)을 뵙는 것과 같습니다. 가시죠."
"황숙(皇叔)! 가시지요."
이들이 성문에 이르는 바닥에는 붉은색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군데 군데 군기(軍旗)가 깔려 있었다.
"저 깃발은 군기(軍旗)가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땅바닥에 깔려 있는 겁니까?" 장송(長松)이 군기가 땅바닥에 깔린 것이 못내 의아(疑訝)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하나씩 가르키며,
"저 군기(軍旗)는 조조(曹操)와 교전(交戰)할 때 노획(鹵獲) 한 겁니다. 지금 우리 발 밑에는 조조(曹操)의 사령기(司令旗), 조인(曹仁)의 장군기(將軍旗), 장료(張遼)의 명령기(命令旗), 허저(許褚)의 군영기(軍營旗)까지 있지요. 영년(永年)! 관우(關羽)가 화용도(華容道)에서 관용(寬容)을 베풀지 않았다면, 조조(曹操)는 이 유비(劉備)의 포로(捕虜)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오늘 이렇게 조조(曹操)의 깃발들이 국사(國師)께서 오시는데 발판(發販)으로 쓰이는 것이 적격(適格)인 것 같습니다."
"아! 그간, 소인(小人)은 조조(曹操)가 천하 영웅인 줄로 알았는데, 오늘 뵈오니 황숙(皇叔)이야 말로 천하 영웅(天下英雄)이십니다. 적벽(赤壁)에서 황숙(皇叔)의 정예(精銳) 병력(兵力)에 조조(曹操)가 무너졌으니, 한실(漢室) 천하는 황숙(皇叔)께 돌아갈 겁니다."
"과(過)한 말씀이시오. 자, 이제 들어 가시지요." 유비(劉備)는 장송(長松)의 한 손을 붙들고 성문(城門) 앞으로 함께 걸어갔다.
그러자 취타대(吹打隊)가 음률(音律)을 연주(演奏)한다.
"뿌 우우~~... 뿌 우우~~!...."
이윽고 유비(劉備)는 장송(長松)과 함께 성궁(城宮)으로 들어와 장송(長松)을 위한 환영(歡迎)의 술자리를 벌였다.
"영년(永年), 그대의 진솔(眞率)한 모습과 영원(永遠) 한 층심(忠心)에 한 잔 올리겠소. 자, 건배(乾杯)~!"
"고맙습니다, 건배(乾杯)!"
"장 대인, 저도 한잔 올리지요." 제갈량(諸葛亮)이 술잔을 들어 보이며 건배(乾杯)를 제안 한다.
"아, 아, 아! 예, 예! 건배(乾杯)!" 자신(自身)의 환대(歡待)에 매우 기분이 좋아진 장송(長松)이 만면)滿面)에 웃음을 띠고 잔을 든다.
그러자 장비(張飛)도 한 마디 하는데,
"나도, 그 옛날부터 그대를 흠모(欽慕)해 왔소. 자, 나도 한 잔 올리지요. 선생(先生)은 한잔(一盞) 만, 나는 석잔(三盞)을 ..."
"아 아, 아~!... 아니요, 장 장군(張 將軍), 저는 술에 약(弱)해서 조금 취(醉)했소이다." 얼굴이 붉어진 장송(長松)이 사양(辭讓)의 말을 한다.
그러자 장비(張飛)가,
"혹시(或是) 내가 무식(無識) 하다고 우습게 보는거요?" 하고 말한다.
그러자 장송(長松)은,
"아,아... 그럴 리가요? 저는 진짜 취(醉)했습니다. 진짜!..."
"조조(曹操)도 겁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술을 겁낸단 말이오? 자, 건배(乾杯)!"
장비(張飛)가 이쯤 말하자, 장송(長松)은 더 이상 사양(辭讓)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네, 건배(乾杯)!" 하고 술잔을 들어 좌중(座中)을 한바퀴 돌아 보이며 입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장송(長松)은, 유비(劉備), 공명(孔明), 관우(關羽), 장비(張飛), 방통(龐統에 둘러싸여, 이날 밤, 고주망태가 되고 말았다.
"딸꾹!"
삼국지 - 253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