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을 찾습니다
‘패스트 트랙’은 대가를 지불하고 절차에 수고를 덜어 목표 달성 시간을 절약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가령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교통약자, 고령자, 비즈니스급 티켓 소지자, 마일리지 보유자 등이 패스트 트랙으로 신속하게 출국수속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겠죠?
나는 코로나19가 끝날 무렵 일본 입국을 위해 두 번째 코로나 접종을 받고, 권장하는 패스트 트랙으로 출입국 수속을 받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7월 그 패스트 트랙이 여당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의원이 패스트 트랙 사건의 공소 취하를 부당하게 요청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나 의원은 전직 원내대표로서 27명을 대표한 거라며 한 후보는 정치인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직격했습니다. 다음 날 한 후보는 무조건 사과했습니다.
패스트 트랙은 야당이 법안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가 표결하도록 만든 것이죠. 패스트 트랙 사건은 문재인 정권 때 비례대표 의석을 군소 정당에도 쪼개주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검찰 무력화를 시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려 들자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격렬하게 맞선 정치투쟁이었습니다. 회의장 문 앞에 장도리와 쇠 지렛대가 등장했죠.
이로 인해 당시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을 비롯한 27명과 민주당 2명이 기소되어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답니다.
패스트 트랙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대 당의 독주 법안 통과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 대신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통령이 헌법상의 재의 요구권, 즉 거부권으로 비토할 때마다 야당이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미 루스벨트 대통령은 재임 중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답니다.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패스트 트랙이 시급한 곳은 국회가 아닙니다. 최근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비공개 소환되었습니다. 2020년 5월 임성근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제출을 막아 국회에 사법부를 탄핵의 제물로 바쳤고 국회에는 “사표 수리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답변서를 보낸 혐의죠. 삼권분립을 능멸한 명백한 범법 혐의자를 3년 뒤에 소환한 건 너무 늦었죠. 헌재는 임기 만료로 퇴임한 임 판사 탄핵을 각하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은 2020년 4.15 총선의 120여 건에 달하는 소송도 국회의원 임기 말에 무더기로 기각했습니다.
선거 소송은 대법원 단심이고 판사인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합니다. 법원이 재판도 하고 피고도 되는 셈인데 4.15 총선 재판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인천 연수 을, 파주, 영등포 을, 광진, 도봉 을, 오산 등 고작 열 군데 정도로 기억합니다.
선거 소송은 재검표가 기본이죠. 선거인 명부를 기초로 투표자 수는 정확한가, 투표관리관 도장은 명백한가, 투표지와 기표는 올바른가, 그것이 유·무효의 득표수를 따지는 핵심인데 이를 생략하고 무더기 기각 재판한 게 아닌가요? 법원은 부정 의혹의 주체에 관한 규명 책임도 원고에게 전가했죠. 이상한 투표용지의 원인은 법원이 수사를 의뢰해야죠.
시민이 상해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피해자가 범인을 특정해 찾아내야 합니까, 국가기관이 찾아야지. 선거 재판 시한을 어긴 김명수 사법부는 대법관 전원이 고발됐죠. 민의의 왜곡을 심판하는 선거 재판이야말로 법이 정한 180일 패스트 트랙을 엄수해야 합니다.
올해 4.10 총선에도 20여 건의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소 제기 후 넉 달이 다가오는데 아직 단 한 건도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만약 사악한 공작으로 국민 주권이 훼손되었다면 너무 태평한 게 아닌가요? 무자격자들은 얼른 걸러내야죠. 육사 34기로 국군기무사 출신인 장재언 전산학 박사는 중앙선관위 전산팀 5명을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과천경찰서의 참고인 조사를 거쳐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넘어갔다는 스카이데일리의 보도입니다. 국정원은 선관위 서버 해킹 가능성을 경보했었죠. 4.10총선 때 여당은 사흘 투표하는 사람을 하루 투표하는 사람이 이길 수 없다며 사전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사전 투표는 젊은이나 노령층이나 참여율이 비슷했지만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 당일투표와 판이했습니다.
뭘 하려고 소중한 국민의 표를 몇 날씩 묵혀 국위에 안 맞게 역주행하나요? 선거 개표야말로 당일 까는 패스트 트랙이 절실합니다. 사전 투표의 문제점은 나경원, 김민전 의원 등이 제기해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8월 3일 심우정 검찰총장 청문회를 보니 해병대 예비역 장군들을 능멸해 고발된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후보자를 갖고 놀면서' "검찰 정권의 문재인 일가 수사가 패륜, 배은망덕하다"고 말해 옛 주군에게 한 상 올리는 시대착오적인 아부 같았습니다. 수사의 기반은 드러난 대로 돈이 오간 팩트입니다. 아무리 20대 초 철부지였다고 해도 배은망덕한 건 6.25전쟁 때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이름도 몰랐던 낯선 나라에 파병해 3만 6,574명이 산화한 미국이란 나라의 주한 대사관저를 공격한 정청래 의원 자신입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받은 전·현직 의원들도 무더기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명의 민주당 돈 봉투 관련 현역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에 숨어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일가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도 성역 없이 수사받으라고 촉구했습니다.
검찰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법자들의 수사에 시간을 끌면서 정의를 세운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증명해 주세요. 2022년 검찰총장 후보 4인에 들었던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은 "정치권이 검찰의 중립을 지켜줄 거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갖지 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김명수의 후배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녀 입시 관련 부정 등으로 고법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3인의 재판부가 방어권 보장으로 구속을 안 해 신당을 차렸고 총선에 나가 비례 12석을 얻고 자신은 당수가 되어 검찰청을 없애자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유죄를 선고한 게 검찰입니까?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검찰청을 없애면 범죄가 방탄됩니까? 나라를 흔드는 정치인들의 범죄 사건들은 전·현직을 막론하고 신속히 수사하고 재판하여 법치를 보여주세요.
선관위와 법원, 검찰은 특히 민의를 날조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패스트 트랙에 올려 정의를 빨리 확실하게 세워줘야 되겠습니다. 엄정하고 신속한 법치가 괴담의 헛소리도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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