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텡텡 불어터진 눈을 부시시 뜨고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으나 객방에는 동호와
동호 색시가 둘이 이불을 뒤집어 쓴체 정신없이 자고 있을뿐,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아마 내가 너무 일찍 일어 난것 같았다
어이 동호 !
뭐하노 ?
둘이 이불 같이 뒤집어쓰고...
앞으로 농부님댁 객방에 빨강 매직으로 경고문을 하나 써 놓아야 될 것 같다
" 지나친 애정 행위는 퇴출 대상 입니다 ! "
그런 경고문을 보고도 저리 둘이 한 이불 덮고 겐세라...세라...한다면 잉간도 아니제 !
밖으로 나와 보니 아침 햇살은 동쪽 산 마루에서 가득히 비추어 오고 있었고, 등불이 죽고,
간 밤의 달콤했던 꿈도 죽고, 마빡행님의 목소리 마저 죽어 뿌렸는디, 와이퍼 고장난 차를
몰고온 동호색뀌는 지금쯤 이불속에서 무슨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고 ?
저 추녀에 매달린 종을 뎅그랑 ~ 뎅그랑 ~ 쳐 뿌까 ?
동호색뀌 화들짝 놀라 파자마 바람으로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밖으로 튀어나와 두리번 거릴때
슬그머니 뒷 곁에서 산책하고 있으면, 아무리 무심한 눔이라 할지라도 뿔따구좀 나것제 ?
일단 샘터로 가서 먼저 세수하고 이빨 닦고 머리를 후두둑 털고 있는데 전 에 못 보았던
작은 돌탑이 보이는것 아잉가 ?
어허라...저 돌 탑 작고 정교하고 앙징스러운것이 보면 볼 수록 탐이 나는디, 어쩔그나
농부님도 얻어왔다는데 또 얻어 간다면 그지 그지 그지중에 상그지 되것제 ?
얻어온 것을 또 얻어 묵는눔은 그지 중에 진짜 상그지라고 하더만...
이번에는 샘터의 반대쪽으로 가서 들여다 보았는데 저 빨갛고 하얀 꽃들은 뉘기 솜씬데
저리도 빽빽하니 오밀 조밀 아기자기 하게 심어 놓아 뿌쓰까
보아하니 농부님 솜씨는 아닌것 같은디...
농부님은 대나무 뽀개는것 하고, 염생이 잡는것하구, 수탁 한 마리 잡아 아작을 내는것은
잘 하시지만, 설마 꽃 들까지 저렇게 오밀 조밀하게 맹글어 놓으시지는 안으셨겠지
그렇담 농부 각시님 솜씨신가 ?
세수하고 샘터 앞에서 조금 서성이다 보니 작년 가을에 대나무를 뽀개서 만들어 놓은 마루가
아직도 반들 반들하니 금 방 만들어 놓은것 같아 보였다
저 대나무 마루에서 나촌이 술 몇 잔 마시고 베라벨 요상한 폼을 다 잡으며 뭐 취권이라든가...
하여간 그눔의 권법을 보여준다고 엄청 뭉기작 거리기도 했었지만 결국, 그 권법 써 먹어 보지도
못하고 개과를 천선 하고 말았쓰니, 또 어느 세월에 그 깨꼴난 권법을 한 번 볼 수 있을라나 ?
작년 여름밤 저 흔들 그물에서 잠시 누워 있다가 그만 깜빡 잠 들고 말았는데 모기눔들이
사정없이 덤비더마. 다음날 새벽시간에 일어나 보니, 팔, 다리, 얼굴, 콧잔뎅이, 귓바우, 할 것없이
모기눔들이 을매나 회식을 하고 갔던지 몸 전체가 그냥 울긋 불긋 꽃동산이 되어 있었제
근디 저 흔들 그물에만 올라가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냥 잠이 오는디 워쩔거여
객방 뒤에 쌓아둔 장작 더미인데, 전 날 밤 객방안에 농부님이 장작 몇개 집어 넣고 불을 지펴 주었다
장작불을 지펴 주니까 동호는 따뜻한지 아직도 방안에서 둘이 이불을 뒤집어 쓴체 마냥 뭉기작
거리고 있었다
장작을 확 빼 뿌까 ?
동호색뀌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게스리...
이번에는 농부님 별실의 옥상에 올라 갔더니, 농부님댁 동물농장과 텃밭, 그리고 진상면 소재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터를 보아 하니 좌청룡 우백호 ?
왼쪽으로 밋밋하게 타고 오르는 능선은 청룡의 모습이고, 오른쪽에 낮게 엎드려 포복 하는 자세로
솟아 있는 봉우리는 백호의 모습인가 ?
개뿔도 모르지만 들러 붙이면 붙이는 대로 말이 되는데 어쩌란 말이여 ?
그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더니 옥상 바로 아래로는 농부님네 장독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일 위에 큰 독에는 고추장과 된장이 들어 있는것 같았고 바로 그 옆에는 간장 ?
그리고 가운데 장독에는 짱아치, 새우젓, 멸치젓, 벤뎅이 젓들이 들어 있으까 ?
나는 궁금한것이 있으면 그냥 못 지나가는 성미라서 뚜깡을 열어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천하의 비단장수 체면상 남의 장독문을 홱 홱 열어 보고 다닌 다는것은 좀 스런 일인것 같구...
누가 아는 사람 있으면 이야기좀 해 주바요
도대췌 저 장독에는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혹시 인삼으로 깍두기 담가 놓으신것 아니신가 ?
이 장독대 옆으로 저렇게 두껍고도 정교하게 돌로 쌓아 놓았으니 한 여름에도 서늘할 것 같았다
바닥에서 서릿발 같은 한기 비슷한 것이 올라오고 있었으니 하여간 오랫동안 보관해 놓아도
맛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근디 저 제일 앞에 장독에는 도대췌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장독이 저리 쬐만하까 ?
혹시 백년 묵은 산삼으로 술 담구어 놓으신것은 아니시것쥐 ?
그리고 그 반대편 쪽으로는 조금 큰 장독들이 있었는데 저기 장독대 위에 올라가서 터주가리를
쭉 내밀고 버팅기고 있는 아자씨는 또 뭣 꼬 ?
무릅꿇고 앉아 있는 폼을 보아하니 뭔 잘 못을 저지르고 벌 받고 있는것 같기두 하구,
아니면 뭣 좀 얻어 묵으러 왔는디 문전 박대 당하고 있는것 같기두 하구...
하여간 뭐 어느 구석하나 떳떳해 보이는것이 없는것 같은디 솨람 그렇게 살면 앙되지...
근디 죄인 치고는 대그빡을 꼿꼿히 세우고 있는것을 보이 파렴치한 사람이 분명하고마
농부님댁 앞 마당에 있는 장독을 보아하니 여기에는 뭔가 큰 것이 하나 들어 있을 법도 하였다
이 큰 장독에는 도대췌 뭣이 들어 있으까 ?
농부님 각시께서 매실 액기스가 들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글씨 내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전에는 알 수가 없는거제. 매실 액기스가 들어 있는지, 금 송아지가 들어 있는지,
또 아니면 뒷산에서 오십년 묵은 백사 두어마리 잡아다가 술을 담구어 놓았는지,
아니면 백년 묵은 산삼 술을 담구어 놓았는지, 아니면 인삼으로 깍두기 담가 놓았는지,
또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곰 쓸개로 웅담 젓갈을 만들어 놓았는지...
도대체 이 커다란 장독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뚜껑을 열어 보기전에 내 머리 뚜껑이 먼저
열려 버릴것 같았다
이 장독대 앞에서 한 참을 서성이며 뚜껑을 함 열어보까 마까...하면서 한 참을 망설이고 있을때,
갑자기 농부님이 나타 나시더만 하는 맬씀
" 뭐 부정축제 한것이 있나 없나 살펴 보는 긴가 ? "
이 한 마디에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져 오는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아셨쓰까 ?
난 저 장독안에 매실 액기스 말고도 또 뭔가가 있을것 같아 이 앞에서 서성 거리고 있던 참이었는디...
이때 농부 각시님이 또 나타 나시더만 조용히 웃으면서 말씀 하신다
" 열어 봐도 괜찮아요 ! "
그 맬씀에 눈 딱 감고 그중 가장 큰 독의 뚜껑을 열어 봤더만, 워매...이것이 뭐셔 ?
뭔가 가득 들어 있긴 있었는데 모조리 매실 원액을 빼고 남은 매실 열매들 뿐 아닌가 ?
그렇담 백년 묵은 산삼 술은 어디에 있는것이며, 오십년 묵은 백사로 담구어 놓은 술은 또
워디로 갔고, 인삼 깍두기, 곰쓸개 웅담 젓갈등은 도대췌 어디에 있단 말인가 ?
고개를 갸웃동 거리고 있을때 농부 각시님께서 그 옆의 독아지 뚜껑도 열어 보여 주신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매실 원액을 빼고 남은 매실 열매들뿐, 백년묵은 산삼술과 오십년 묵은
백사술, 그리고 인삼 깍두기, 곰쓸개 웅담 젓갈등은 바람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체
그 행방 또한 오리무중이었다
도대췌 어떻게 된거야 ?
분명히 뭔가가 있었을것 같았는디, 맨 매실 원액을 빼고 남은 열매들뿐 아닌가 ?
뒷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그 맞은편 객방쪽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더 큰 장독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옳타 ! 저거다 !
" 그럼 여기 큰 장독들에는 다 무엇이 들어 있는 거래요 ? "
이렇게 물어 보았더니 농부 각시님께서는 또 웃으면서 조용히 말씀 하신다
" 그기요, 모두 비워 놓았어요. 매실 담으려구요 "
그러고는 농부 각시님께서 부엌으로 들어 가시기에 이때다 싶어 장독 뚜껑을 몇개 열어 보았으나
잉 ? 진짜루 이 많은 장독들이 몽땅 맹탕이눼
그렇담 내 산삼술하고 내 백사술, 그리고 인삼 깍두기, 곰쓸개로 만들은 웅담젓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 오랫만에 인삼 깍두기하고 웅담젓갈 안주 삼아 산삼, 백사술을 마셔 볼까 했었는데
완전히 조져 뿐것 아잉가 ?
그래도 여전히 산삼 백사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농부님네 동물 농장을
한 바퀴 돌아 보고 있었다
이 곳은 꺼먹 흑염소가 있는 염소 우리이고 그 옆에는 닭과 오리가 함께 어울려 노는 닭장이고,
또 그 옆으로는 토끼 우리가 있었다
우선 염소우리 앞으로 가서 입맛을 좀 다셔 봤더만 이 눔들이 한 눔, 두 눔, 슬금 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오른쪽으로 가면 이눔들이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고, 왼쪽으로 가면
이눔들이 몽땅 약속이나 한 듯이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뭐 나를 원싱이 기경 하듯 한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속에 같혀있는 염생이들을 기경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이눔들이 나를
무슨 서커스단 원싱이 구경 하듯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
이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염생이들하고 마주하고 있으니 내가 갇혀 있는것인지,
아니면 염생이들이 갇혀 있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 에라이 ~ 이눔 색뀌들아 ! 저리 안가 ! "
하고 소리를 냅다 질러댔더만 이눔들이 두어 발짝 물러 서더니, 또 눈을 멀뚱 멀뚱 뜨고
한 꺼번에 치어다 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
" 너 제일앞에 뿔 큰놈 ! 담에 행사가 있을땐 너부터 잡아 묵을테니 이눔색뀌 ! 너 각오하라 ! "
이렇게 씩씩 거리며 바로 옆의 우리로 왔더만 이번에는 닭과 오리들이 서로 얼크렁 설크렁
엉켜서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근디 오리놈들은 오리들끼리 뭉쳐서 놀고 있었고 닭들은 닭들끼리 뭉쳐서 놀고 있었다
아마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듯 했다
오리는 오리대로 우리가 너희같은 닭대가리들하고 놀 수는 없제, 글구 닭들은 닭대로
너희같이 둔하고 동작이 느린놈들 하고 어떻게 같이 놀 수 있겠냐 ?
괜히 우리 닭대가리들 흉내 내지 말아라. 가랭이 타게진다...뭐 대충 이런 식인것 같았다
생김새로 본 다면 닭이나 오리나 대굴빡에 벼슬만 없을뿐 그눔이 저눔이고 저눔이 그눔 아잉가 ?
자슥들아 ! 서로 경계하지 말고 그눔이 그눔잉께 서로 사이 좋게 놀아라
이렇게 점잖케 타이르고 있을때, 아따...힘 좋게 생긴 수탁 한 놈이 암탁 열 마리정도를 몰고
으시대면서 거드름 피우며 가고 있는것이 아잉가
닭장에 숫탁 딱 두마리가 있었는데 이 멍청한 숫탁은 아 까 그눔 숫탁한테 암탁 모조리 빼앗기고
이렇게 지 혼자 빌빌 거리며 돌아 다니고 있으니 그래도 니가 꼴에 숫탁이라고 말 할 수 있겠냐 ?
다구리 붙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서 옹골지게 한 판 붙어서 다음부터는 그눔이 만만히 볼 수
없게끔 해야지...어이구...저눔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먹어 가지고 어찌 저렇게 등신 같이
혼자 구석진 곳에서 빌 빌 거리며 돌아 댕기냐 ?
에라이 나가 주거라 ! 멍청한 눔아 !
근디 그 날 저 닭의 라이벌 되는 숫탁놈이 결국, 세상의 종말을 고하고 말았으니,
아마 지금쯤은 그동안 웅크리고 다녔던 생활 청산하고 활개를 치고 다니것제
옆구리에다 암탁들 수십마리씩 데리고 다니면서...
농부님이 그 날 저 눔을 잡으까 ? 아니면 힘 쎈놈을 잡으까 ? 한 참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강한놈을
남겨두고 네 놈을 잡으려고 했었는데, 농부각시님과 내가 반대를 해서 그나마 살아 있는 줄 알아라
이제 이 암탁들은 그 멍청한 숫탁놈 차지가 되어 부렸제
너 죽은 숫탁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니가 힘 만 믿고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애들을 못 살게 굴었냐 ?
다 니가 죽어야 닭장안에 평화가 올것 같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원망 하지 말아라
이곳은 토끼들이 살고 있는 토끼 우리인데 몇 눔들을 같이 몰아 놓아도 닭대가리들처럼 그렇게
찍고, 쪼고, 할퀴면서 박 터지게 싸우진 않는다. 닭들은 토끼들을 본 받아야 한다
힘 쎄다고, 다른 동지들을 못 살게 쪼아 대면 그런 최후를 맞이 하는 법
부디 담 생에는 개과를 천선하야 같은 동지들을 못 살게 구는 사나운 닭이 되지 말고
착한 닭이 되어 세상에 나오라 !
알겠느뇨 ?
이제 나는 동물농장을 돌아 보고 농부님네 텃밭과 놀이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 3부에서 계속 -
첫댓글 나는 매실 꼬추장단지가 어느건지 알지롱.. 그나저나 날카로운 그 입담에 내 가슴 한구석이 씨언~~해짐서...
구럼 백년묵은 산 삼 술 담군 단지는 도대췌 워디 있는 거래유 ?
나헌티 몰래 쪽지 한번 보내보믄??? ㅋㅋ 한본 야밤에 뭉치지 뭐...대문도 읍는 집에 머 걱정이여.. 미키마우스차를 우리집 앞에다 대노코 이야기하지..뭐.
좋아 부요~`
저기위에 수탁 잡을때 온달님이 계셨어야 하는긴디...^_^
ㅎㅎㅎㅋㅋㅋㅋ
산화는 또 뭐가 그리 좋타구 여기까지 와서 ㅎㅎㅎㅎㅎ....ㅋㅋㅋㅋ 하면서 질질 흘리고 다닌다냐 ?
술만드시고 계신줄 알았는디..언제 그렇코롬 많이 찍었다요...
6부에서는 어울림님도 등장하는것 아잉교 ? 그냥 팍 찍혀 뿐것 아입니껴 ? ^_^
아까운 솜씨네요, 비단장수하지말구 글이나쓰시면 좋을것같은데,농부님위로해드리고 오셨군요,
하이고...닭잡을때 슬그머니 도망가 뿌려서 할 수 없이 농부님이 닭을 잡아 뿐졌는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