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신경이 달라요
신경, 세례 때 서약 재확인하는 신앙고백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 교부들이 그리스어 원문으로 적힌
니케아 신경을 든 모습을 묘사한 이콘.
미사가 끝나고 한 학생이 쪼르르 달려옵니다. “선생님, 미사 중에 바친 신경이 왜 달라요? 지난주 외할머니댁에 가서 그곳 성당에서 미사 봉헌했는데, 그 성당과 우리 성당 신경이 달랐어요”라며 그 이유를 묻습니다.
제가 소속된 본당도 예전에는 미사 중에 사도신경을 바쳤습니다. 지금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바칩니다. 일반 교우들은 보편적으로 사도신경을 많이 바치기 때문에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낯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 주었습니다.
신경(信經)이란 신앙 조문을 하나로 체계 있게 묶은 것으로, ‘신앙고백’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교의 신앙 진리를 요약한 것입니다. ‘신앙고백’은 세례 때 서약한 신앙을 새롭게 하고 복음의 말씀을 성실히 받아들이며 주님께 순종할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신경(신앙고백)을 바치는 이유
- 세례 갱신(세례 때 고백한 신앙의 믿음을 재확인합니다)
- 신앙선포(믿음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결단이며 고백이자 선포입니다)
- 구원의 주님을 찬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고백은 단순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신경의 내용대로 믿음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신경의 종류
옛날에는 신경이 여러 개 있었으나,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신경은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아타나시오 신경,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사도신경 : 로마 교회의 세례를 위한 옛 신경, 사도들이 직접 예수로부터 배운 신앙고백을 묶어 놓은 것을 우리에게 전해 준 것입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 교회 초기의 두 공의회(325년 니케아 공의회·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에서 작성된 신경입니다.
아타나시오 신경 : 아타나시오 성인이 특별히 삼위일체 교리로 엮은 신앙 조항입니다.
신경이 3개 생긴 이유
옛날부터 가톨릭 신앙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우리의 살아있는 신앙을 말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신경을 외운다는 것은 그리스도로부터 내려오는 가톨릭의 참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표시입니다. 신경은 우리 신앙의 응답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함께하고 있음을 증언하며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교회의 일치를 염원하는, 사도 시대부터 전해오는 감명 깊은 신앙고백입니다.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주일과 대축일에 사제와 교우들이 함께 신앙고백을 낭송합니다. 성대하게 지내는 특별한 미사 때도 바칠 수 있으며,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대신 사도신경(곧 로마 교회의 세례 신경)을 바칠 수 있습니다.
사도신경 :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여기서 고개를 숙여 깊은 절을 하는 이유는 주님께 대한 흠숭·감동의 표현입니다.)
<별첨>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 한 분이신 하느님을
◎ 저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한 본체로서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믿나이다.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모두 고개를 깊이 숙인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수난하고 묻히셨으며
성서 말씀대로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하늘에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아계심을 믿나이다.
그분께서는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이다.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죄를 씻는 유일한 세례를 믿으며
죽은 이들의 부활과 내세의 삶을 기다리나이다.
아멘.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7월 14일, 박모란 클라라(인천교구 박촌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