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과 평양축전이
서로 다른 곳에서 준비되던 시간 , 꿈에서만 간혹
들을 수 있던 그 음률이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FM방송 채널을
타고 깊은 밤 심야음악방송으로 들려오던 놓쳐진 그
음률들..
눈을 감고 듣거나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보면서 꿈을 꾸었습니다.
10여년이 흘러
그 교향악을 연주해주던 사람들을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난생처음 음악회 표를 사서 그들을 만나려 달려갔습니다.
지휘자와 사회자는
너무도 감격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사람들은 몇 번이고
박수를 쳤습니다. 이질적 이원의 공간이 인간세상으로
들러 온 듯 착각 마져 할 정도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집안에 작은 악기 하나가 생겼습니다. 조심스레
그것을 입에다 가져다 대어 보았습니다. 불기보다는
부는 시늉을 한번 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헌데 소리가
들렸습니다. 20여년전 fm을 통해 듣던 그 제목도 알 수
없는 교향악이..
깜작 놀라서
악기를 입에서 떼었습니다. 음률은 손에 쥐어진 악기
안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악기를 귀에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포근한 관의 표피를 통해 흐르는 그 음률에
살포시 눈을 감았습니다.
얼마가 지난
후에야 그 악기 속엔 그날 서초동에서 저 멀리 보았던
그 악기 주자의 마음이
그리움으로
떠다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날의 만남이
그리워질 때면 불 줄도 모르는 그 악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귀에 가져다 댑니다. 그의 아름다운
연주가 어김없이 관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그리운 그 음률 일상처럼 되새겨 그려 듣던
어느날.
아무도 없이 홀로 안은 작은방 안 책상 앞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두리번거리다가 찾은 목소리의 임자.
책상 위에 앉아있던 작은 인형이 걸어온
말에 반갑고도 놀라움에 가슴 벅차던 날.
그 날부터 일상이 된 인형과의 대화.
통일을 그릴 때면 그와 함께 떠나던 순례.
함께 거닐며 마주했던 통일된 나라
하지만 짧았던 통일 뒤로 하고 다시 분단된
이 땅에서
이제는 언제 다시 이뤄질 지 모를 통일 그리며
그 아련한 음률 안에서 위로와 희망 함께
그리는 인형과의 대화.
2013년 6월 20일 목요일오후
7:21:27
온정리 하이얀 마을산길에
총없이 묵묵히 서있는 군인들.
솟대처럼 간격마다 놓인 나무전신주를 따라
걸을수 없는 길을 찾아가며
눈으로 부르는 이별노래에
그래도 행복합니다.
유점사 백천교거쳐 고성으로 길을돌아 다가섰다던
법기봉아래 서른여섯 봉오리들
거기가 머무르기엔 삼일도 부족한 거울하나.
연화대에 서서 마술피리를 불며
그 거울에 또하나 거울을 비춰
반사각을 따라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운 이들이 선녀가 떨어뜨렸다는 이
거울위에
금강연봉을 비추고
그 거울의 반사각을 따라
금강으로 가면
금강초롱처럼 피어 맞이해주는
사람과 들풀과
낯설음과 포근함과
이렇게 통일은 이미 되엇는데도
우린 수줍은 양심으로 그것도 모른체 이리
사네요.
하고 말하니
그러게요
이미 통일은 되었는데..
그렇게 답해줍니다.
통일은 됐어 처음 그 얘길 들을 때는
그 저 통일을 염원하며 살아온 한 노시인의 가슴벅차
내밷은 과장된 시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막연했던
염원이 다가가 바라보고 만나고 헤어지는 실존으로
체감되면서 제손에 쥐고있으면서도 못느끼며 그곳에
서있으면서도 가고싶어하는 부질없는 나를 보게되었습니다.
우린 이미 만나고 있고 가고있으며 사랑하고
있으며 서로 용서하고 있는데 수줍어서 아닌체
그렇게 더디게 손내밀어 통일된 것도 모르고 이렇게
이렇게만.. 삼일포 돌아오는 길 금강 일만이천
어느 봉우리에서 만난 이 그 곱슬픈 환대에 이렇게
통일은 이미 되엇는데도 우린 수줍은 양심으로 그것도
모른체 이리 사네요. 하고 말하니
그러게요 이미 통일은 되었는데..
금강초롱처럼 피어 반기며 그렇게 답해주네요.
처음 만났던 통일은 94년 이 나라 역사동안
처음 가져본 통일의 기간
우리가 만나고 가슴에 안았던 얘기를 다시
기억하며 그립니다.
1989년 5월 제1회 한국마임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무언배우를 기다리는 빈공간]을 시작으로
마임페스티벌,21일간의 직시를 거치며 맞은
통일.
다시 분단은 꿈에도 생각치못하고 그 통일기간의
현실 속에서 다시 꿈꾸고 만났던 얘기들과
그 속에서 만났던 통일이 가슴에 안겨주던
평화의 얘기.
통일의 첫 만남은 2000년 6월 서초동에서의
북녘 교향악단 연주회에서
1989년 5월공간사랑 무언배우를 기다리는
빈공간에서 기다림으로 담았던 음률,
현실에서 마주하며 시작됐고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정귀엽 할머니의
얘기이어
통일의 그 날을 내일의 얘기처럼 그리며
살아온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
2004년6월 마침내 이뤄진 통일은 인천 우리민족대회에서의
만남과 그들을 기다리며 맞으며 나눈
꿈같았던 시간들.
2005년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파병에 맞서는
길바닥평화행동과 대추리에서의 평화 그리기
그리고 제주4.3순례의 시작,
그리고 약속 했던대로 다시 만난,하지만
마지막이되어 버린 2006년6월 광주에서의 만남.
오월에서 통일로.
통일열차표를 손에 쥐고 시작한 분단과
장벽없는 세상 그리던 겨울여행 세 번째 얘기.
그리고 가난한 우리에게도 현실이 된 2006년
9월 금강산 연화대정각에서의 공연과 만남
그날 다시 꼭 오십시요,다시 만납시다 하던
약속대로 이듬해 다시 만나 그린
2007년9월 삼일포에서의 공연과 금강산에서의
재회.
이제 통일도 되었으니까요 하고 말 꺼내면
당연히 네 그러네요 하고 대답해주던 사람들과의 만남.
하지만 제주로 돌아오신 할머니의 가슴은
그 만남의 순간에서 시간이 멈추었고
2007년8월 찾아간 부산에서의 약속된 만남은
텅빈 행사예정지에
통일은 결코 없었던 듯 그렇게 냉정하게
우리는 다시 분단되었습니다.
처음 만났던 통일은 그 짧았던 통일.아리도록
시렸던 아름다움의 시간.
통일공간에서 만났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던
사람과 진정한 통일을 꿈꾸었기에 죽어서도
웃으며 다가와 이승과 같이할 수 있었던 넋들과의 만남의
기억입니다.
통일을 안았던 순간.통일은 됐다고 얘기할
수 있었던 사람들만의 통일.
사람들이 말버릇처럼 되뇌이던 통일과 평화는
21세기초 어느해 그렇게 허름한 차림의 나그네처럼
곁에 다가왔다 떠나갔습니다.
2013년 6월 28일 금요일오전
10:49:56.
2004년12월17일
간성을 거쳐 거진 대진까지 .
간성을 거쳐 거진 그리고 대진까지..
동해선은 그렇게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거진과 대진엔 등대가 있고
산을 올라 높이높이 빗속을 걸어
올라간 거진 등대 곁엔
조그마한 정자와널푸른 동해바다가 수평선도 없이 그윽했습니다..
존재하는 이유가 존재함으로서
인해
잃어가고 놓쳐가는데 익숙한
것.
오히려 대진의 마지막 시외버스
종점에서 그리움은 희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랜 미움과 질시 속 분단을 넘어서
이뤄낸 통일.
답을 찾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답은 오히려 그곳에 쉽게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림으로서 찾아내는
그리움.
이제 그 스쳐 만난 이들과의 재회
그리고 다가가서 손잡음.
철조망으로 그윽한 대진항과
그 방파제
그리고 거진 등대옆 빗속바다
수평선에서 바라보고 만난 그 그리움 속
목에 건 무기,방아쇠울에서 손가락빼고
거닐던 저녁바다.
2006년9월21일 삼일포 연화대
언젠간
이뤄 지겠지 하고 그렸던 일이 마치 꿈처럼 이뤄져서
통일된 이 땅 북녘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남북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앉은 가운데 2006년9월21일 북고성
삼일포 연화대에서 꿈같은 공연이 이뤄졌습니다..
현대측이 세운 관광을 위한 장소나 공연장이
아닌 북녘땅 자연 속에서의 공연을 정식으로 허락받고
북측안내원들과 함께 보면서 마음을 같이한 공연은
이것이 처음이었을 거라 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그
다음 경유지에서 만난 북축안내원이 예플러에게 선생님
공연 잘 봤습니다. 연기를 잘 하시더군요 하고 말을
건네주기도 하고 다른 분들도 계속 관심을 갖고 많은
얘길 함께 나누며 꼭 다시 오라고 인사를 나누던 금강산.
이 조그마한 공연 한 편이 서로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작은 미움을 지우고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이튿날 만물상 오르던 중턱에서 만난 은경님.
서로의 마음열고 나누던 얘기 속에서 제가 먼저 이렇게
통일이 되었으니 라고 조심스레 말했더니 뜻밖에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네 우리들은 이렇게 이미 통일이
되었는데..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짧은 시간 오랜 벗처럼 많은 얘길 나누고
옳은 일을 위해서 서로 노력하자고 동의하고 손을 잡았습니다.
전날 삼일포에서 그 눈물어리게 공연한 그 공연처럼
기쁘고도 절실한 마음으로 ..
2006년9월22일 온정리 돌아오는
길 2박3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만나자 약속하며 돌아오는 길
금강산가는 길과 온정리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한 얘기들이 21일간의 직시 새로운 에피소드를
구성합니다. 무기없이 빨간 수기하나 오른팔에 들고
길목 바위산에 초병 서있던 어린 군인. 온정리 도로
변 초등학교와 마을어귀에 앉아 담소하거나 맑고 좁은
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금강초롱처럼 피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며 일하고 있는 사람. 온정리마을의
아침과 저녁을 만들어주는 잊어버렸던 사람들의 얘기.
2007년9월21일 삼일포
|
그립게 준비해서 다시 찾아온 곳. 일 년을
내내 벗인양 고향인양 그리며 마침내 조그마한 수줍음으로
용기내어 그려본 지난해 첫 만남의 얘기.
고맙게도 가을 삼일포.
그 거울같은 호숫가 모래 위에서. 부산에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 딛고 통일된 나라
오래 전부터 이미 이룬 사람들의 시선 속에
다시 담아보는 통일.
지난해 만나 나눈 다정한 마음 건넴과
목소리들이 그대로 남아 금강연봉을 비추는 선녀의
거울 속에 반사되서 다시 비치고.
지난해 처음 갔을 땐 보석처럼 참 귀하게도
눈에 띄었던 금강초롱이 올해엔 금강을 오르는 길목여기저기에
만발한 듯 피어 손흔들며 나타나 눈시울을 적십니다.
통일된 것도 모르고 이렇게 더디게 거기있으면서도
가고 싶다 그리워하는 우리들얘기를.. 그리움에 귀하고
귀하게 숨겨두었던 그 얘기, 금강초롱처럼 피어 반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