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원
강 문 석
미사시간에 사제가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방법에 대하여 강론하다가 신자들에게 미운 사람이 없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했다. 몇 백 명 신자들은 서로 멀뚱멀뚱할 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사제가 알겠다며 평화를 얻는 방법을 말하려는데 뒤쪽 구석자리에서 뒤늦게 손을 드는 노인이 있었다. 순간 교우들의 시선은 노인에게로 쏠렸고 사제도 인생을 오래 살면서 노인이 터득했을 용서하는 방법이 궁금했던지 미운 사람이 없는 비결을 물었다. 그런데 노인의 대답은 좀 엉뚱했다. 자기도 미워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힘들었는데 그 사람들이 일흔 나이를 지나면서부터 하나둘 죽기 시작하더니 아흔 중반인 지금은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는 거였다.
사람의 마음은 정원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마음정원은 제대로 경작할 수도 있고 멋대로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반드시 뭔가가 자라게 되어 있다고 말한 사람은 제임스 알렌이다. 정원은 가꿀수록 아름답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정원은 잠시만 돌보지 않아도 잡초가 자라면서 황폐해진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이솝은 마음속 악의 씨앗을 없애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이 파멸에 이를 때까지 자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름다운 정원을 원한다면 정원을 가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쁜 씨앗을 심고 좋은 열매가 맺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에 등장했다가 허무하게 사라진 마음정원도 있다. 살고 있는 신도시의 낙동강 둔치에는 거대한 황산공원이 들어섰고 공원 남단에 마음정원이 들어섰던 것. 공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어 문화체육공원으로 이용하기엔 그저 그만이다. 야구장과 파크골프장이 들어섰고 국토종주 자전거도로도 공원을 관통한다. 오토캠핑장과 어린이용 미니기차철도 그리고 유람선선착장까지 들어서고도 빈터가 남았다. 그런데도 공원에 뒤늦게 들어선 마음정원만은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읽더라도 머리에 들어올까 말까한 명언 명구들을 비바람 휘몰아치거나 땡볕 아래인 노천에다 140여 개나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터라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라도 그곳에 마음정원이 붙어있다는 걸 모르기 십상이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거리였다. 부산국토청이 마음정원 만드는데 적지 않은 돈을 들였는데 단기간에 사라져 참 안타깝다. 정원엔 대왕참나무와 말발도리 노랑꽃창포를 촘촘히 심고 황토산책길과 연못 그리고 전통 뜰까지 꾸몄었다. 정원 한가운데 들어선 뜰에는 전통 펌프까지 갖추어 펌프질을 하면 실제로 물이 쏟아졌다. 국토청은 낙동강을 따라 작은 쉼터를 조성함으로써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4천 평 넘는 규모로 조성된 정원에 인공적인 시설물 대신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고 자랑했다.
산책길 이곳저곳에는 위로벤치와 다양한 경구가 새겨진 푯말이 있어 한번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하면서 바쁜 현대인의 삶에 작은 휴식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쉼터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을 했었다. 글을 새긴 네모난 목재상자는 채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쩍쩍 갈라졌고 지지대마저 강풍에 허리를 꺾이거나 기우뚱하고 넘어졌으니 마음정원은 결국 볼썽사나운 몰골로 최후를 맞고 말았다. 마음은 아주 미세한 입자로 되어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입자는 물리적 입자와 동일하여 입자로 존재할 때는 일정한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 성질이 파동으로 변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 있단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은 에너지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다른 물질이나 생물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화나 슬픔 불안 공포 증오 미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신 상태에 있을 때 인체에서 생성되는 물질에는 매우 강한 독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독사의 경우에는 자신의 독을 축적해 두는 독주머니가 있어 자신에게는 전혀 해가 없지만 인간은 독주머니가 따로 없어 자신이 만든 독은 그대로 몸속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으며 그 독이 몸속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질병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나타내는 말 중 '내 마음 나도 몰라'나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격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마음은 복잡 미묘하면서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길 잘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마음에 스스로도 속아 넘어가는 판인데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고 상대는 곧잘 원망한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얻은 자가 세상을 얻을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 싶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권력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마음은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은 팔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 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여러 종류의 이미지가 있어서 마음파장이 표류하고 있다가 자기에게 맞는 파장이 방송전파에 실려 끌려오는 식으로 그 모습을 자기의 신변에 나타내게 되는 것을 이른다. 그렇더라도 원망할 일이 아니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기 마음의 파장이 어떤 곡조를 연주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어두운 곡조라면 밝은 곡조의 마음파장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하게 듣는 마음에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말고 기쁜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이 바로 이 마음파장 때문이다.
가수가 노래 한 곡을 취입하기 위해선 같은 노래를 보통 이삼천 번이나 부른단다. 이렇게 하다보면 실제로 노랫말과 똑같은 일이 생겨난다고 한다. 가수가 처음 노래를 연습할 때 작곡가로부터 좀 더 감정을 넣으라고 얼마나 많은 핀잔을 듣는지 모른단다. 감정을 있는 대로 넣어 부른 노래는 자기 자신이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감정을 제대로 넣어 부른 노래가 히트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히트한 노래를 수백 수천 번을 불렀을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랫말이 잠재의식에 덜컥 연결된다는 것이다. 노랫말이 실재라고 믿어버린 잠재의식은 현실에다 그 내용을 정확히 투영하게 된단다.
지난 시절 불렸던 노래 가운데 <팔도강산>이란 노래가 있다. 노랫말에 ‘잘살고 못사는 것 마음먹기에 달렸더라’는 소절이 있어서 가난했던 시절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던 노래였다. 이 노랫말대로 사람들은 마음먹고 노력한 결과 오늘의 경제부국을 이루게 된 것이다. 우리 가요를 연구한 사람은 말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여러 각도에서 조사를 했다고 한다. 가수 100명을 대상으로 히트곡이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91명의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과 같은 운명을 만들었고 요절한 가수들은 너나없이 죽음과 연관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래는 말에다 곡조를 실은 것이어서 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대부분 일찍 타계했다는 논문은 다시 봐도 좀 섬찟하다. 가요를 연구한 이는 가수의 수명과 부 그리고 즐거움이 노랫말과 상관있다고 본 것이다.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장수했고 고통과 이별 죽음 슬픔 한탄조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단명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밝은 노래라곤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난 지금까지 슬픈 노래만 부르고도 무탈했는데 긁어 부스럼 만들 듯 앞으론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 막막하다.
‘밝고 힘찬 노래만 불러라. 그것이 성공행진곡이다.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말라. 그 노래는 복 나가는 노래다. 노래대로 운명이 만들어진다.’ 한국노랫말연구회에서도 이처럼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일찍 죽거나 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마음에 밝은 곡조의 노래를 불러야 자신의 마음파장이 그 파장에 맞는 일을 만든다는 것. 우리들 마음파장이 기쁜 곡조를 연주한다면 기쁜 일이 모여올 것이고 슬픈 곡조를 연주한다면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난다는 충고가 아닐 수 없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610425D2518B6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C3E425D2518B619)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61E425D2518B7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623425D2518B7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678425D2518B7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680425D2518B8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731425D2518B81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5BC425D2518B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