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종3 디제이 산곡동 뻥튀기
'종3디제이'는 1980년대 우리나라 음악다방의 요람이었었던 종로3가에서 활동하던 디제이를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때로는 좁게 종로지역 음악다방의 메인 디제이 또는 메인 디제이의 대우(급여)를 받는 디제이를 의미합니다. 종로3가의 종로(포인트),광화문의 광화문 같은 업소는 보조, 세컨드가 없고 팀웍을 모두 메인급 디제이로 꾸려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음악다방 디제이는 3계층으로 구분됩니다. 수습하는 보조 디제이, 1년 가량의 수습기간을 마친 세컨드 디제이 그리고 대략 3-4년 내외의 세컨드 디제이 기간을 거치면 메인 디제이가 됩니다. 메인 디제이는 업소의 뮤직박스 팀웍을 이끄는 치프 디제이를 이릅니다. 대략 5년 정도의 경력을 거치면 메인 디제이가 되는데 대우가 좋은 업소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메인급 디제이라도 오디션을 거칩니다.
오디션은 공식 오디션과 비공식 오디션이 있습니다. 비공식 오디션은 오디션의 형식을 거치지 않고 업소의 디제이가 휴가를 가거나 해서 시간이 비는 며칠 간의 땜빵 시간에 일당을 받고 일을 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으면 나중에 자리가 났을 때 업소에서 제의가 들어 옵니다.
평가기준은 첫째,목소리와 용모입니다. 미남인가 미인인가의 관점이 아니고 인상과 혈색을 말합니다. 평소의 생활과 습관은 얼굴에 그대로 새겨집니다. 좋은 인상을 청중에게 보일 수 있는가가 관점인 듯 합니다.
디제이는 업소의 문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가 무대입니다. 그 순간부터 청중의 이목을 받기 때문입니다. 업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표정, 걸음걸이, 옷매무새,언어..이러한 것들이 청중의 평가를 받고 인기의 가점 또는 감점요소가 됩니다. 며칠 후에 아니면 그날 당일에 모가지가 날아가기도 하고 반대로 대우가 나은 업소의 제의를 받거나 급여인상의 행운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기억하기 조차 곤혹스러운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선배 디제이들이 음악에 관한 것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옷이나 구두를 빌려 주기도 하고 복장이나 표정에 대한 조언을 해줍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열성을 보이면 선배들이 좋은 자리를 소개하여 주기도 하고 대우가 좋은 업소의 주인에게 직접 광고도 대행해 줍니다.
저 역시 꼬마 디제이 시절부터 선배 디제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세컨드 디제이 시절에 예닐곱살 위였던 선배 디제이가 저를 보고 옷을 하도 거지같이 입고 다닌다고 해서 한동안 '거지새끼'라는 애칭을 붙여 주었더랬습니다. 그때는 애칭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습니다.
"아...새끼..., 진짜!" 봐주기가 딱했던지 통굽 빽구두를 물려 주길래 검정색으로 염색해서 기분좋~게 신고 다녔었습니다. 종로 네거리, 광화문 대로를 기세좋게 누볐습니다. 신기하게도 칫수가 딱 맞았습니다.
25명의 오디션 경쟁자를 물리치고 철옹성 종로3가에 입성하던 날, 통굽 빽구두 임자가 시큰둥하게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제 제발 잘 좀 해라 새끼야, 옷도 좀 제대로 입고..." 그리고 돈을 적게 들이고 멋을 낼 수 있는 동대문 평화시장의 구제가게도 데려다 주었습니다. 길고도 길었던 세컨드 디제이의 생활도 얼마 가지 않아 막을 내렸습니다.
훌륭한 디제이들이 미남미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스스로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한 것입니다. 평소에 발성연습을 하고 목소리가 탁해지지 않도록 흡연과 음주를 절제해야 합니다. 흡연과 음주는 용모를 갉아먹기 때문에 흡연과 음주를 하더라도 늘 선을 넘지 않게 스스로 절제를 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선곡입니다. 음악을 선곡할 때 청중의 공감을 얻고 교감할 수 있는 곡을 선곡하는데 음악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어지는 노래와 노래의 이음새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업소와 업소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에도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서 노래의 분위기와 특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번째는 표정입니다. 뮤직박스에서 일하는 동안 얼굴에서 긴장감이 드러나지 않게 약간의 미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은 시간을 내어 집에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선곡하고 멘트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됩니다.
이런 때는 청중이 안보게 뒤돌아 서서 입을 크게 벌렸다가 오무리고 입끝의 근육을 양쪽으로 끌어 당기면서 웃는 표정을 두세번 정도 해서 얼굴의 긴장을 풀어 주면 됩니다.
네번째는 멘트 원고입니다. 멘트할 거리를 매일 5-6개 씩 개당 1분 내외의 글을 준비하여 집에서 소리내어 반복해서 읽습니다. 글은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은 메모지 몇장에 옮겨 적습니다. 뮤직박스에 들어 가서 일할 때에는 청중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예를 들면 오디오 믹서기 아래 쯤에 두는데 될 수 있는대로 메모를 보지 않고 청중을 보면서 멘트를 하다가 필요할 때 번개처럼 시선을 깔고 컨닝을 합니다.
다섯번째는 음량입니다. 음악소리는 청중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정해야 합니다. 업소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음량도 다릅니다. 오디션 때보다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커도 안되지만 적정수준보다 작으면 분위기가 죽습니다. 대화하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옆자리의 대화의 내용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음량이 적정한가는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이나 주방에 모니터링을 부탁하여 해결하였습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금은 음악다방도 없고 멘트하는 디제이도 없습니다 디제이는 클럽에만 있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는 클럽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1988년도를 끝으로 음악다방 디제이를 제대하였습니다. 당시 국민소득이 4500불이었다고 하는군요. 종3 메인 디제이의 대우는 업소당 월 20-30만원 근무시간은 2-3시간이었고 대부분 3 군데를 다니면서 일을 하였었습니다. 이태원의 클럽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때 정중하게 꽁지를 뺀 이유이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밤잠을 못자는 것은 정말이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는 클럽 디제이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빽구두 선배도 이태원의 콜을 받았었는데 며칠을 생각하다가 포기했었습니다.
그만 두고 나서 1년 사이에 함께 일하던 선배 디제이 두분도 레코드회사의 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뮤직박스 팀웍 중에서 제가 나이가 가장 적었었는데 두분 디제이들은 10년 넘게 다운타운과 호텔 나이트크럽에서 활동하고 모델을 능가하는 출중한 용모까지 두루 갖춘 백전노장들이었습니다.
직장인 월급보다 조금 나은 수입이었지만 메인급 디제이가 되기 까지 5년 내외가 걸리는데다 대우가 좋은 업소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 대개 20 대 1의 오디션 경쟁을, 그것도 메인급 디제이들 간의 바늘구멍 경쟁을 거쳐야 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녹녹치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업소에서 퇴짜맞고 며칠만에 쫓겨났던 쓰라린 경험이 몇번 있었습니다.
DJ에게 - 윤시내
첫댓글 내가아는 종로.포인트.음악다방 Dj들은.조규민.이진영.박지연 일명(콜롬버).4시에서 5시 사이는 김세환씨 라이브 무대가 있기도했었지요.그전에는 전영록씨가 한시간 디제이로 활동하기도 했었는데 춘수님은 언제 쯤 하셨는지? 처음뵈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두에 이글의 출처를 밝혔듯이...그분 블록그에서 퍼온겁니다...제목땜에 오해하셨나 봅니다 난 74년에 종로2가 친구 나가는 다방에서 잠깐 하다 그만 둔 경험만 있지요~ 언제 저희 정모때 함 뵙지요~
저는 70년대까지만 음악들으러
음반많고 DJ가 실력있다는 평이나
있는 음악다방에 찿아다녔지요
그때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수있는데가 음악다방뿐이라
음악 들으러 가는게 취미엿어요
10분 20분 짜리도 잘틀어주는
음악다방
레지나님은 일찌기 음악에 눈을 뜨신 분이네요. 지난번에 내가 레지나님께 물어본 명동에 무자들어가는 다방이 이제 생각 났는데 심지다방이구만요. ㅋㅋ 혹 가보신 기억이 있던가요? ^^
@심송 심지다방 그때 유명한 다방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그곳을 가봤을텐데
기억이 희미하네요
@레지나 1 워낙 여러군데를 다니셨을테니... 나도 소새 촌넘이 처음 가봤었어요. 지금도 그 다방 음악과 부늬기가 생생하네요. ^^
딥 퍼플의 April.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In Side Looking Out
무디 블르스. Tuesday Afternoon
레냐드 스킨야드
Free Bird. 등등 이런음악들은 길어서
잘 안틀어주는데 그래도 제가가는
음악실에서는 틀어주어서 듣고오곤
햇지요
엘튼존의 Funeral for a friend /
Love Lies Bleeding. 이음악도
꽤나 길지요 그시대에 음악다방에서
들었던곡이예요
어릴적에 좀 다녔었지요.
처음에는,
뮤직박스안의 디제이가
신기하고
새로운 문화가 흥미로워서 다녀봤어요.
지금도 가끔은 디제이가 있는
동대문의 작은 음악실을
가곤 합니다.
늘 잘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