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주장 박지성과 홍영조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까.ⓒKFA |
러브 패러독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랄까. 거리가 느껴지는 조합이다. 열정과 냉정, 엇갈린 수식이기도 하다. 사랑과 역설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랑의 고통, 시련의 아픔. 사랑은 그렇게 아리기도 하다. 어쩌면 사랑과 역설은 뿌리가 같은지도 모르겠다.
풋볼리즘을 사랑 타령으로 문을 연 건 남과 북 축구대표팀이 맞닥뜨릴 지도 모를 얄궂은 운명에 대한 상상 때문이다. 기억의 시계추가 십 여 년 전으로 되돌려진다.
하늘색의 한반도기
#회상1. 1991년 2월12일. 남북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4차 남북체육회담을 열어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일본)과 제6회 U-20세계청소년선수권(포르투갈)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분단 반세기 만의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28차례의 걸친 회담 끝에 이끌어낸 결실이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하늘색의 한반도기였다.
U-20세계청소년선수권의 최종 엔트리는 18명. 남북은 18명씩 36명의 예비 엔트리를 구성해 남북한을 오가며 두 차례 평가전을 치러 동수로 최종 엔트리를 짰다. 남쪽은 조진호, 강철, 이임생, 서동원 북쪽은 조인철, 최철, 윤철, 김정만 등이 포함됐다. 이름에 ‘철’이 들어간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은하철도 구구구의 영향이었나.
남북 단일팀은 개최국 포르투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아일랜드와 A조에 편성됐다. 죽음의 조라 할만 했다. 남북 단일팀의 파란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조인철의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잡았고 아일랜드전에선 0-1로 끌려가다 종료 20초 전 최철의 극적인 골로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조 예선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0-1로 패했지만 A조 2위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비록 브라질전에서 패하며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지만 남북 단일팀의 의미와 잠재력을 확인한 대회였다. 당시 8강은 1983년 한국의 대회 4강 이후 남북한 통틀어 최고 성적이기도 했다.
기적과 악몽의 교차
#회상2.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당시 아시아 최종예선은 6개국이 한 조에 편성돼 풀리그를 펼쳐 상위 2팀에게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현재의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카타르 도하에 모여 보름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 예선을 치렀다. 한국과 북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가 최종예선에 올랐다.
1993년 카타르 도하의 기억은 한국에겐 기적, 일본에겐 악몽이다. 94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한국의 미드필더 노정윤(가운데)이 일본의 가츠야와 호리케 사이를 돌파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1993년 10월28일 최종전. 마지막 승부를 앞둔 가운데 일본이 승점 5점에 골득실 +3으로 사우디아라비아(승점 5점 +1골) 한국(승점 4점 +2골)에 앞서 있었다. 당시 승은 2점, 무승부는 1점이었는데 한국은 최종전에서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중 한 팀이 패하거나 무승부를 거두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종전 매치 업은 한국대 북한, 일본 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대 이란이었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북한을 꺾지 못하면 동 시간에 열리는 타 구장의 소식을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초조함의 시간 흐르던 후반 고정운과 황선홍, 하석주의 연속골이 터지며 3-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타 구장의 소식은 암울하기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이란을 4-3으로 꺾었다. 일본과 이라크전은 추가시간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이 2-1로 앞서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본선 진출 실패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 선수들은 북한전 승리에도 고개를 떨어뜨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일순간 한국 벤치가 들썩였다. 이라크가 인저리 타임에 믿기지 않는 동점골을 넣은 것. 이라크의 자파르가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 놓고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일본은 사상 첫 본선행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한국에겐 도하의 기적, 일본에겐 도하의 악몽이었다.
바라보지만 아리다
남북한이 한 번은 힘을 모았고 또 한 번은 딛고 올라섰다. 과연 이번엔 어떤 모습일까.
남북한은 나란히 월드컵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아시아국가 최초로 8강에 진출했고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4강에 올랐다. 2010월드컵 본선에 함께 오른다면 남북한 사상 첫 공동 본선 진출이다.ⓒKFA |
셈법이 꽤나 복잡해졌다. 2010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꼭 반환점을 돌았다. 한국이 무패로 선두다. 북한이 선전하며 2위에 올랐다. 반면 서아시아세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주춤하며 순위가 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독 경질의 후폭풍에 빠졌다.
당초 예상과 엇나간 결과다. 북한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며 선두권 경쟁 구도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3파전이 아닌 4파전이다. 조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는 까닭에 경쟁률이 상승한 셈이다. 한국이 선두에 올랐지만 4위 사우디아라비아와 격차가 승점 4점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일정에 따라서는 1994월드컵 최종예선 때처럼 최종전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숨 막히는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3월28일 북한과 UAE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선두권 경쟁의 1차 분수령이다. 4월1일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B조 판도와 남북한의 향후 전략을 뒤바꿀 공산이 짙다. 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승부의 세계와 바람은 일치하지 만은 않는다. 바라보지만 아릴 수밖에 없는 애증의 러브 패러독스다.
조여 오는 마지막 승부
2010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B조 중간순위와 남북한 경기일정.ⓒFOOTBALLISM |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코리안 더비 결과와 상관없이 B조 승부는 최종전에서 판가름이 날 가망성이 크다. 6월17일 한국은 이란과 홈경기를, 북한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경기를 치러 본선행 여부를 판가름 짓는다. 1993년엔 한국이 북한을 딛고 일본을 넘어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번엔 남과 북이 함께 남아공 땅을 밟는다면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는 셈이다.
전술과 전력 차이, 선수 구성 등을 살필 때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선수권 때처럼 단일팀 구성은 어렵겠지만 남과 북의 주장 박지성과 홍영조가 한반도기를 주고받으며 본선에서 만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일일까.
언제가 될 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남북공동개최 카드를 통한 월드컵 유치전의 의미 있는 씨앗이기도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issue&mod=read&issue_id=341&issue_item_id=6504&office_id=208&article_id=0000000251
첫댓글 남북이 같이 진출하자............. 의미가 정말 크다..............
좋은글이다 했더니. 역시 박문성...
난 반대요 북한이랑 그만좀 싸잡아 묶어라 그렇게 당하고도... 북한 우리 월드컵 개최하는 중간에 서해 교전 일으킨 놈들이다 북한은 월드컵예선전 자격도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훔;;;머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미국은 걸핏하면 전쟁 일으키는 깡패국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세계평화라는 미명하에 ;;;;; 그렇다고 북한을 옹호하는건 아니지만...잘못한건 잘못한거고...미군애들은 한국에 와서 잘만 애들 죽이고 행패부려도 가만냅두고...;;;(결론:나쁜걸 찾아내면 누구나 천사 같은 사람은 없음, 그건 그거고 이건이거다라고 말하고 싶었음...미국이 죽일놈이라고 말하는것 또한 아님..그저 예를들어 설명한거이니까...)
북한 대가리들 잘못이다.... 라는건.. 일본은 어떻게 설명..
일본과 북한은 틀리죠.. 일본은 알면서도 하는거고 북한은 몰라서 그러는거고..
6차전부터 선수들 잘 살아남을까 ..... 아랍 원정 갔다와서 일주일정도에 2경기 뛰네 ㄷㄷ ;
그래도 다행히 홈이라서..
북한이 쉽게 하려면 우리가 북한하고는 비기고 다른팀한테 다 이겨주자 ㅋㅋㅋ
그러니까 이번 이란전 이기고, 북한전 비겨주고 나머지 다 이겨주는건데 그게 아쉽;;;ㅠㅜㅠㅜㅠㅜ
북한이랑 이제 결판 낼때도 됫는데.......무승부만 아니면.......그래도 가치 진출했으면 좋겠네요 ㅋㅋ
다 필요없고 일단 우리가 나가야 하니까 동반진출 얘기는 우리가 먼저 확정짓고 맘 편하게 생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