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갈까? 실제로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지만, 시간을 박제라도 하듯 일정한 시대에 맞춰놓은 곳이 있다. 시대극을 촬영하기 위해 만든 세트장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7만 5000㎡ 부지에 일제강점기의 경성,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평양, 1970~1980년대 서울의 주요 건물과 거리 풍경을 재현해놓았다. 태어나기도 전으로 날아가 잠시 그 시대 인물이 되어보고, 지나간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곱씹어 보는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왼쪽/오른쪽]태극기 휘날리며의 입대 장면을 촬영했던 기차 / 에덴의동쪽 세트로 지어진 남영역 철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 시가지 전투 장면을 촬영한 세트장이 인기를 끌자, 좀더 다양한 세트를 만들어 테마파크로 조성한 것이 합천영상테마파크다. 1920년대 경성 거리와 1960~19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건물, 1980년대 서울 거리와 골목 등이 빼곡하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빛과 그림자>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 <각시탈>, 영화 <마이웨이> <모던보이> <써니> <암살>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일제강점기나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대부분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거쳐 갔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넓은 부지에 150여 채 건물과 거리가 조성되어 전체를 둘러보려면 족히 2~3시간이 걸린다.
뒷골목 간판이 정겹다.
추억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은 가호역에서 출발한다. 테마파크가 위치한 가호리에서 이름을 따와 매표소를 기차역으로 꾸민 것. 역사에 걸린 시계는 바늘이 거꾸로 돌아간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100여 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왼쪽/오른쪽]원구단 내부는 카페로 사용중이다. / 돈암장 안에서 공예체험을 즐기는 아이들
정면으로 곧장 걸어가면 서울의 고택 여러 채가 차례로 나온다. 김구 선생이 사저로 사용한 경교장, 이승만 대통령이 귀국해 살던 돈암장과 이화장 건물이다. 이화장은 현재 식당으로, 돈암장은 공예 체험장으로 쓰인다. 돈암장을 지나면 수도경찰청과 종로경찰서, 혜민병원이 나오고 그 뒤쪽으로 평양 시가지 전투 세트장이 있다.
[왼쪽/오른쪽]일제강점기로 순간 이동한 듯 느껴지는 원구단 앞 길 / 1920년대 서울로 시간여행을 떠나볼까
종로경찰서 앞으로 길게 뻗은 거리는 일제강점기의 소공동 거리다. 그 끝에는 반도호텔이 마주 보고 있다. 영화 <암살>의 경성 거리 장면을 주로 여기에서 촬영했다. 소공동 거리로 접어들자 20대로 보이는 커플이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서비스 시작과 함께 인기 몰이 중인 추억의 교복 체험
요즘 전주한옥마을이나 서울의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게 유행인데, 이곳에선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준다. 고풍스러운 거리에 옛 교복을 입은 모습이 사뭇 잘 어울린다. 국도극장 건물 안에서 대여하며, 교복 외에 기모노와 옛 군복, 장군복 같은 특수 복장도 있다. 원구단 앞으로 기모노를 입은 여행객이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시대극 촬영장을 보는 듯하다.
종로를 달리던 전차에서 내다본 일제강점기의 서울 거리
반도호텔에서 대각선으로 동화백화점 건물이 있고 근처에 전차가 보인다. 테마파크가 문을 연 초기에는 철로를 따라 전차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 전차 내부에 들어가 창문으로 내다보니 세트장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온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옛 서울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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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오른쪽]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일제강점기 세트장 / 일본저택 세트장은 숙박시설로 활용 중이다.
일제강점기 세트장의 마지막은 서울역이다. 시대에 맞게 '경성역'이라고 적힌 건물은 크기가 작을 뿐, 기억 속의 서울역과 똑같다. 서울역을 지나면 남영역 철교 일대가 나타난다. 실감 나는 철교와 1960~19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주변 건물이 인상적이다. 남영역 철교를 지나면 오른쪽이 국도극장, 왼쪽이 원구단이다. 교복 대여 장소가 가까워서 그런지 이 주변에 유난히 교복 차림 여행객이 많다. 서울 세트장 끝에는 영화 <마이웨이>에 등장한 일본 저택이 있다. 정원이 아름다운 이 건물은 숙박 시설로 사용 중이다. 큰길에서 벗어나면 장미여관, 대동서점, 촌놈국수 등 뒷골목에 어울리는 간판들이 정겹다. 추억의 뽑기를 해보고, 못난이 인형이나 옛날 콜라병 같은 소품으로 사진 찍기도 재미있다.
[왼쪽/오른쪽]추억 속의 장난감이 반갑다. /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뽑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차 세트와 서커스 공연장을 지나면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즐긴 시간 여행도 끝난다. 출구는 파프리카, 사과, 우리밀 제품 등 합천 특산물을 판매하는 합천로컬푸드직매장을 통과하면 된다.
[왼쪽/오른쪽]해인사 소리길 가운데 걷기 좋은 길상암~영산교 구간 / 물소리 새소리가 아름다운 해인사 소리길
해인사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7km 남짓한 거리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라서 걷는 내내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귀에 감긴다. 전 구간이 걷기 좋지만, 길상암에서 영산교에 이르는 800여 m가 최고다. 물이 고여 옥빛이고, 절벽에 소나무가 굳건하다. 이 구간은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히 다닐 수 있다.
천년고찰 해인사는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국보, 보물로 가득하다.
화엄종의 본산 해인사는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국보와 보물을 두루 간직한 천년 고찰이다. 장경판전은 대장경판 보호 차원에서 내부로 통과하는 문을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연다. 구광루 앞마당에는 만(卍) 자를 발전시킨 해인도가 인상적이다.
대장경에 관한 모든 전시와 체험이 가득한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테마파크는 팔만대장경의 제작 과정과 의미를 살펴보고, 장경판전의 과학성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재미있는 게임과 전시를 통해 대장경의 우수성을 익히는 어린이대장경실, 복합 입체 영상관인 대장경빛소리관, 야외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와 롤러코스터, 인공 폭포도 볼 만하다.
[왼쪽/오른쪽]합천호가 보이는 오도산 전망 데크 / 오도산자연휴양림 내 캠핑데크
일출과 일몰 명소 오도산(1120m)은 물결치듯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신비로운 운해가 장관이다. 산 아래 가야마을에서 꼭대기에 위치한 오도산 중계소까지 임도가 약 10km 구불구불 이어진다. 중계소 바로 아래 전망 데크가 세 군데 있다. 오르는 길 중간쯤 1962년에 생포한 한국 마지막 야생 표범 서식지 안내판이 보인다.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차로 약 40분,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왕복 6km 거리다.
황매산 철쭉길<사진제공·합천군청>
황매산은 5월이면 진분홍 이불을 온 산에 휘감는다. 정상 아래 넓고 평평한 초지가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다. 완만한 봉우리에는 4월에 진달래, 5월에 철쭉, 가을이면 억새가 흐드러진다. 2016 봄 여행주간(5월 1~14일)에 황매산 철쭉도 절정이라, 이맘때 찾으면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철쭉 군락지 바로 아래 주차장이 마련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하기 쉽다. 주차장 옆 황매산오토캠핑장은 주말 예약 경쟁이 치열한 캠핑 명소다.
<당일 여행 코스>
문화 유적 답사 코스 / 해인사→대장경테마파크→합천영상테마파크→황매산 철쭉
명소 탐방 코스 / 오도산전망대→합천영상테마파크→황매산 철쭉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해인사→해인사 소리길→대장경테마파크→오도산전망대→오도산자연휴양림→숙박
둘째 날 / 합천영상테마파크→합천 영암사지→황매산 철쭉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문의전화
-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055)930-4666
- 합천영상테마파크 055)930-3744, 055)930-3743(야간)
- 황매산 055)930-4669
- 해인사 종무소 055)934-3000
- 대장경테마파크 055)930-4801
- 오도산자연휴양림 055)930-3733
대중교통 정보
- [버스] 서울-합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18:40) 운행, 약 4시간 소요.
대구-합천, 대구서부정류장에서 하루 19회(06:30~22:00)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대구서부정류장 1688-2824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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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볼거리
- 합천 영암사지, 황계폭포, 합천댐물문화관, 함벽루, 황강레포츠공원, 합천박물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