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다녀가자 빨간 고추잠자리 부대가
저공비행을 하며 가을이라고 한다.
파르르 떨리는 가녀린 날갯짓에 차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내 마음도 실어 가을이 오는 길목으로 보냈다.
아.... 가을이 오면 무엇을 할까?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무엇을 하지.
그래 나에게는 산이 있었어!
크고 작은 산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마치 신기루처럼.
관악산 무너미고개
팔월 한가위 추석이 코앞에 있는 9월 셋째 주
일요일은 관악산 무너미고개를 가볍게 산책을 하는 날입니다.
'두 개의 산과 산이 무너져 맞닿는 고개'가 무너미고개라고 하는데
과연 무너져 맞닿는 고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미 무너미 고개에서 서성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습관처럼 배낭을 챙겼습니다.
점심조차 준비하지 않은 산행이고 보니
무거운 짐보따리 같은 배낭 짊어질 것
인가 말 것인가를 순간 망설이면서도.
현관문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늘한 바람이 훅하고 들어오며
갑자기 친구 하자고 했지만 애써 못 본척하고,
더욱더 높아진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이 놀러 와 뭉게구름, 새털구름을 그리는
가을맞이 묘기대행진을 살짝 엿보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 재촉했습니다.
신림선 종착역 관악산역 1번 출구를 나와 한옥 기와지붕의 멋을
고스란히 살린 관악산공원 현판 아래서 산우님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초면였지만 산행이라는 공동 목적이 있기에
친근한 친구처럼 인사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물레방아의 실수
관악산공원에 들어서니 새로 조성되는 공원길답게 2차선 아스팔트가
쫘악 깔려있어 정감은 가지 않았지만, 양 옆으로 나무들이 일렬종대로 서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철책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그나마 공원 분위기는 충분히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쉼 없이 물을 흘려내리는 물레방아가 숲 속 풍경에 운치를
더 해주고 있어 우리는 잠시 한눈을
팔며 아스팔트 공원길을 올라갔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오늘 산행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아스팔트 공원길을 쉼 없이 걸으며 무너미고개
가기 전에 만나는 호수정원이 나타나기를
아무리 기다려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2km 아스팔트길이 드디어 끝이 나고
계곡물소리도 졸졸거리는 산길을 만났습니다.
관악산 초록숲길
2011년 산사태가 발생하여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복구를 했다는 숲 속에는
이따금씩 스치는 바람에도 춤을 추듯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가을햇살이 여과 없이 투영하게 숲 길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들의 유희에 마음이 온통 빼앗겨 산행의 참맛을 살짝 경험했습니다.
저만치에서 요사이 어느 산에나 있는 나무데크계단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가파르지 않은 나무데크 계단은 가볍게 올라갈 수 있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올라가면 옆으로 돌아 또 올라가기를 수십 번
지칠만하니 끝이 났습니다.
삼막사 2.3km(30분)라고 이정표가 친절하게도 안내를 합니다.
그들의 안내가 생뚱맞긴 했지만 어쩌겠어 우리들의 목적지
무너미고개는 아예 잊어버리고 문무왕 시절 677년 원효가 사찰을 창건하고
의상대사 원효대사 윤필대사가 수도했다는 삼막사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직도 초록빛 나뭇잎 울창한 숲 속은 관악산 초록숲길 9코스라고 합니다.
초록빛 나뭇잎이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두툼한 나무그늘을 만들며
기특하게도 산행에 도움을 주고 있어 그들에 의지하여 산행에 속도를 내봅니다.
산길을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제법 큰소리로 따라오던 계곡물도
초록숲길 13코스에 다다르자 뚝 끊기고 말었습니다.
이제는 어딘지는 모르지만 산 정상을 향해 가는 건 분명하다고
지레짐작하며 삼막사 800m(15분)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해발이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어느 산에나 있는
깔딱 고개가 우리를 위협합니다.
바람조차 잠시 한눈파는 사이 무더위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는 깔딱 고개 산행은
지리산 천왕봉 가는 것처럼 숨이 턱턱 박혀 기어이 스틱을 꺼내고 말었습니다.
쉬엄쉬엄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드디어 저 멀리 한강다리가 보이고
그 너머로 남산타워가 있습니다.
과천 대공원이 발아래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산과 빌딩숲 그리고 한강이 어우러진 인간과 대자연의 걸쭉한 합작품을
무심히 바라보면서도 왜 그렇게 산행을 간구하는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 정원에서
산우님들이 정성 들여 싸 오신 음식으로
가든파티를 열었습니다.
오손도손 모여 화기애애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숨이 턱턱 막히는 깔딱 고개를 같이 올라온 동지로써
우리는 또 다른 의미에 우정을 쌓았습니다.
2023.9.24
NaMu
첫댓글 산행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산행방 운영진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맘을 놓고 갑니다.
특히나 심해 카페 주인장 님 산행 리딩 하시느라 수고 정말정말 많이 하셨어요
굳모닝 산행후기글 잘 쓰셨습니 공감 동의 함니다 함께 한마음 산행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정기산행방 관심 응원 성원 사랑 바람니다
또한 함께 한마음 건강 행복 웃음 가득 산행 하기를 바람니다
풍요로운 풍성한 즐거운 행복한 한가위 추석 명절 보내세요
반겨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팔월 한가위가 낼 모레예요.
신나고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세요.
은쟁반에 구슬이 굴러 가듯 문장력이 반작 빤짝 빛이 납니다.후기글을 접하니 더욱 실감이 납니다.
댓글이 더 반짝 빛나는 것같아서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