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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운전법령 요론
머리글
그 동안 철도운전법령과 관련된 이론기반의 체계적인 교재와 연구 자료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에 정부부처의 철도운전법령관리와 국가자격시험출제 그리고 철도 및 도시철도운영기관의 운전관련제도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대학교 등에서 강의와 공부하는 학생들의 애로사항도 많아 교재 집필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 같은 주변의 요구와 격려에 용기를 얻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철도운전과 관제, 안전과 열차운행사고조사업무의 오랜 경험 및 대학교에서 연구와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철도운전법령의 배경과 기초이론, 운전법령과 관련된 구성요소, 열차운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과 원칙, 열차운전방법 등 철도운전법령의 핵심적인 요론을 소개하고자 저술하였다.
철도교통은 철도차량이 궤도에 유도되어 주행함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진로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상에서 선로전환기를 전환시키고, 운전조건에 따라 이를 신호로서 운전자에게 표시할 뿐이다. 핸들이 없으므로 진로 전방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이를 피해 갈 수가 없고, 열차의 긴 제동거리로 인하여 제동거리에 의존되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에 따라 열차운전은 선로와 폐색 및 신호보안장치, 전철전력설비, 정보·통신장치, 철도차량 그리고 이를 관리ㆍ운영하는 직원 등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여객과 화물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열차안전시스템이 요구된다. 열차안전시스템은 대량수송으로 인한 무거운 중량과 높은 속도로 인하여 열차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그 피해 심각도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특성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인적ㆍ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이 중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안전시스템 중 철도운전과 관련하여 정부에서 제정한 법규문서를 철도운전법령이라 한다.
철도운전법령은 철도안전법과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가에서 열차와 철도차량 운전에 따라 수반되는 위험으로 부터 승객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와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열차의 편성, 열차 및 철도차량운전, 열차간의 안전 확보를 위한 폐색, 철도신호 등 열차와 철도차량의 안전운행을 위한 기준과 원칙, 절차와 방법을 정한 법규문서다.
현 철도운전법령은 이와 같은 기준과 원칙을 정하기 위한 이론과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정ㆍ운영됨에 따라 위험을 감시ㆍ통제하기에는 부분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는 열차운행안전과 관련된 국가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과 검사, 현장 지도감독, 철도사고조사 업무 수행과정에서 열차와 철도차량 운행의 안전성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된 일부 열차사고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기반의 문제점들과 열차안전시스템 상 인적오류가 안전시스템에서 차단되지 못하고, 최종단계에서 현장 직원에게 과도하게 의존되는 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열차사고는 열차의 운전에 수반되는 각종 위험의 적절한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안전시스템 유지에 실패된 결과로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열차운전의 안전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주된 동기이고 목적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철도 운전과 안전업무를 담당하면서 실무를 통하여 경험한 것과 대학에서 철도운전과 안전에 대한 강의와 “도시철도차량 운전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2009), “철도종사자 자격제도 개선방안 연구”(2013), “철도종사자 전문자격제도 업무범위 및 세부기준 마련 연구”(2013), “철도운전 운영분야 국가직무능력 표준(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개발”(2013) 및 “철도운전 운영분야 NCS 학습모듈 개발”(2013), “철도차량/시운전분야 국가직무능력 표준(NCS) 개발”(2014) 및 “철도차량/시운전분야 NCS 학습모듈 개발”(2016) 등의 연구와 “철도 중대사고 위험분석에 의한 안전운전 프로세스 개발”(2015) 등 철도운전법령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논문을 기반으로 『철도운전법령 요론』이란 제목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집필에 앞서 철도안전시스템 상 몇 가지 현안사항과 주장이 있어 이를 서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열차운전, 철도교통관제업무, 철도안전업무를 수행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와 장애를 경험하여 왔다. 이와 같은 사고는 열차안전시스템이 중첩되지 못하고 한두 가지에만 의존됨에 따라 안전시스템 유지에 실패된 결과로 보았다. 특히, 대부분의 열차사고는 인적오류와 관련된 사고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열차안전시스템이 한두 사람의 현장 직원에게 과도하게 의존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철도운전법령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둘째, 철도사고조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부 사고에서 기관사와 관제사 등 철도운전업무종사자가 운전법령과 운전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비롯한 열차안전시스템의 보완을 필요로 하나, 현장 직원 개인에게 사고책임을 전가함에 따라 불합리한 제도와 안전시스템의 보완은 이루어지지 못하여 재차 유사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각종 교육과 시험문제(철도차량운전면허 시험 등)를 출제하면서 위험감시 통제를 위한 안전시스템 유지가 곤란한 철도운전법령으로 인하여 강의와 시험출제가 곤란한 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철도운전법령의 안전시스템 유지를 위한 합당한 기준과 원칙 제시여부와 이를 적정하게 제시한 경우에도 예외 규정을 허용하면서 추가되는 위험의 감시·통제가 가능한 충분한 대안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넷째, 급속한 철도산업의 기술의 변화에 따른 철도운전법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공백발생이다. 철도산업기술은 고객의 요구와 경영합리화에 따라 속도향상과 효율성,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위하여 자동화·무인화 추세로 꾸준하게 변화하는 추세이다. 이 변화는 철도의 기술발전에 힘입어 위험을 감시·통제하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자동화ㆍ무인화된 철도운전시스템에서는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직원은 감시자로 생각하고 그 중요성은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이 적정하게 마련되어 있고, 정상적으로 활성화된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고장ㆍ장애 발생 등으로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이 비 활성화된 경우에는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의 안전기능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대신하고 이 경우 위험 감시·통제가 가능하여야 열차운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직원배치를 생략한 무인역과 무인운전의 경우 자동화된 안전시스템의 고장ㆍ장애가 발생한 경우 안전시스템은 안전 측 동작(Fail Safe) 원칙에 따라 시스템은 기능을 멈추게 된다. 이 경우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의 안전기능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동화된 폐색 및 신호보안장치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 신호보안장치의 기술적인 안전기능(차량유무, 진로, 선로전환기의 밀착과 쇄정 등)은 수신호 승인 및 수신호취급자가 이를 대신할 수 있어야 열차운전이 허용된다. 이와 같은 안전기능 대체방안이 마련되지 못하여 위험의 감시통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열차운행은 중지되어야 한다. 만일 안전기능의 대체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열차를 운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속도를 제한하는 시계(육안)운전에 의하여야 하고, 이 속도를 초과한 열차운행을 허가한 경우에는 이를 허가한 사람의 책임으로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안전원칙과 기준은 법령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인적오류를 전제한 안전시스템의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인적오류(위반은 제외)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열차운전 안전시스템은 인적오류를 전제하여 인적오류가 시스템에서 차단될 수 있도록 중첩된 안전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 열차충돌사고를 예로 들면 열차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스템의 마련과 안전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는 중첩된 인적ㆍ기술적인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와 충분한 정보공유 등 의사소통이 필수다. 기관사가 인적오류에 의한 정지신호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오인하고 부정 진입한 경우에는 1차적으로 차상안전장치(ATC, ATP, ATS 등)에서 이를 차단하여 정지시켜야 하고, 차상안전장치에서 차단되지 못한 경우에는 안전측선 등 지상안전설비에서 부정 진입하는 열차를 인위적으로 탈선시킴으로써 위험도를 저감시키는 중첩된 안전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시스템적인 접근방식은 인적오류를 전제하여 인적오류가 안전시스템에 반응되지 못하도록 차단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유사한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 배경에는 인적오류를 사고원인으로 하여 인적오류를 일으킨 직원에게 사고책임을 물음으로서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게 되고 이 문제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인적오류에 의한 사고는 거의 대부분이 위험정보와 변경된 운전정보가 공유되지 못하는 의사소통상의 문제로 이와 같은 내용은 기본적으로 철도운전법령에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철도운전법령은 이와 같은 안전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못함에 따라 철도현장에서는 철도운전법령보다 사규에 의존하게 되고, 사규 또한 안전성보다 효율성과 비용점감에 치우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안전시스템 유지가 곤란한 구조이다.
여섯째,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이 구비되지 못하였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대체방안이다. 열차가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의 지원으로 안전 확보가 가능한 경우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의 적용이 불가한 경우에는 열차운행에 수반되는 위험통제를 위한 기술적인 안전시스템의 안전기능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열차운행 안전상 문제가 없어야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안전기능의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열차운행을 일시 중지하거나, 최대한 속도를 제한하는 시계(육안)운전에 의하여 열차운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열차운전조건이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조건에서의 추가되는 위험과 위험도를 식별하고 이 위험의 감시통제를 통한 위험도저감을 위한 기준과 원칙, 절차와 방법이 마련되고 관련된 모든 직원들이 이를 숙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일곱째, 철도운전의 안전시스템과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와 관련된 모든 직원들 간의 충분한 정보공유 등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다. 따라서 철도운전법령에는 최소한 이와 같은 원칙과 기준, 절차와 방법이 정해져야 한다.
이상을 기준으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집필하였다.
제1장은 철도운전법령 제정의 배경으로 철도교통의 일반, 철도교통의 역사와 발달 그리고 철도교통의 안전성과 효율성 등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추가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설명하였다.
제2장에서는 철도운전법령의 기반으로 열차운전시스템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철도운전시스템의 구성요소로 정거장, 철도선로, 신호제어장치, 전차선로 및 전기설비, 정보통신 설비, 철도교통관제시스템, 철도차량, 철도종사자에 대하여 기술하여 철도운전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3장에서는 철도운전법령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항공철도사고위원회의 철도사고조사보고서를 중심으로 철도중대사고의 발생현황과 철도교통사고 종류별 인적ㆍ물적 피해정도를 비교분석하였고 특히, 철도운전법령과 직접 관련된 운전분야와 관련된 중대사고에 대하여 주요 위험사건과 위험요인을 분석하여 열차운행 안전시스템측면에서 위험의 감시ㆍ통제가 가능한 운전기준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제4장에서는 철도운전의 일반적인 사항으로 먼저 열차와 차량의 운전에 대하여 살펴보고, 열차 또는 차량의 운전에 있어서 안전과 관련된 열차운전법령 및 기준 현황을 소개하였으며, 열차의 안전요건과 안전운전원칙, 차량운전(입환)의 안전운전원칙 그리고 운전속도로 구분하여 철도운전법령의 핵심내용을 상술하였다.
제5장에서는 열차간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철도운전법령 중 가장 핵심적이고 열차의 운전에서 가장 우선해야할 폐색에 대한 개요와 분류, 폐색방식의 구분과 이를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상술하였다.
제6장에서는 철도차량운전자에게 열차 또는 차량운전의 조건을 표시하는 철도신호의 의의와 표시방식에 대하여 살펴보고, 철도신호를 신호, 전호, 표지로 구분하여 종류와 현시방식 등을 소개하였으며, 철도신호의 일반적 원칙, 신호제어장치의 설계와 운영의 원칙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제7장에서는 운전 중인 열차 등에 예상하지 못한 사고 또는 장애가 발생하였을 경우 조치의 원칙을 기술하고, 열차방호의 의의와 방법 그리고 이상시의 조치를 이상기후시, 화재발생시, 철도테러발생 시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사고의 조치에 대하여 사고관련 이론과 철도사고의 정의와 분류, 사고발생시의 조치, 철도사고 조사처리 기법 등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각장의 앞부분에는 미리보기를 두어 개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본문에는 관련된 그림과 사진 도표를 추가하였다.
이 책의 출판으로 철도를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철도운전시스템과 운전법령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 철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업무담당자의 안전시스템 확보와 유지, 철도안전업무 종사자들에 의한 철도안전시스템 유지, 철도사고조사업무 담당자의 근본적인 사고원인규명과 동종사고 예방, 철도운전업무담당자들의 안전한 열차운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철도고등학교에 입학 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까지 줄 곧 철도운전과 안전업무와 철도대학원에서 학업과 연구, 철도대학 교수 등 오로지 철도에 대한 외길을 걸어오면서 배우고 익힌 내용을 정리하였으나 처음 집필하고 보니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졸작이 되고 만 느낌이 들어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다만 이 책이 교육과 실무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향후 독자 여러분의 날카로운 비판과 지도편달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도록 지원한 한국교통대학교에 감사드립니다.
2017년 2월
저자 전영석, 김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