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두 개의 그림자가 하나의 그림자를 삼킨다.
이슬을 먹은 연두빛 잔디는 세 개의 그림자가 합쳐지는 걸 본다.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이 교차한다, 귀가 간지럽다.
소리지를 수 있을 때, 힘들다고 말해.
난 죽을 수 없어.
그림자들은 뭉뚱그려진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장면이야, 여기가 어디지, 라고 외치는
그 사람은 누구지.
저 영화, 봤던 건가.
파리넬리군,
중얼거리며, 그의 안색은 좋지 않군.
다시 한번.
샴페인을 터트려, 그럼 기분이 나아질지도 몰라.
우리 셋은 함께 하기엔 너무,
너무 뭐?
너무 .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다.
투명한 글라스엔 샴페인이 위태롭게 담겨있다.
저주받은 곡이 아니야.
우울한 일요일,
뭔가 말하는 거라구.
그거 아니? 헝가리에서 100명의 사람들이 그 곡을 듣고 자살했대.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화면속의 그의 얼굴.
당신이군, 그녀는 중얼거린다.
오늘 정말, 우울한 일요일이야.
언젠가 헝가리 여자 크리스티나를 만났을 때, 글루미 선데이가 생각났었다.
정말 어릴 적에 봤던 거였는데, (아마도 중딩시절(?))
아무런 내용파악도 하지 못했었는데, 괜히 뭔가 있겠지, 하고 계속 집중하고
또 집중했었다. (끄응, 그러다가 영화는 끝이 났지만)
크리스티나는 그 영화 속, 죽은 100명에 포함되는 엑스트라(?)처럼 보였다
너무 깊어 보이는 푸른빛 눈동자 때문에, 나는 그녀와 눈 마주치는 걸 회피했었지만,
(훗. 나는 예쁜 여자들은 부담스럽다...뭘 믿고 그리 인형같은지!! 깜찍한 것들)
어느날,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를 아냐고 정작 내가 질문했을 때, 그녀는 말했다.
"I don't know~ what is that?"
(("oh~ fXck~"))-> 난 속으로 정말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다, 욕은 영어로 자연스럽게 잘 튀어나온다. (아, 나도 이제 성공한 건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없다는 것은 약간 서글픈 일인 것같다.
영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프랑스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퐁네프의 연인들'을 아냐고 몇 번이고 물어봤건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흑흑흑..)
아무우우우튼,
"뭔가 있겠지 하면서 집중하고 집중하는 것"
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지난 화요일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난 나의 한국 생활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첫날은 김치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었는데 설사를 3번이나 했고,(삼 세번을 한국 사람을 좋아한대지)
둘째날은 2번 했다.. (하하하하하하 장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하다고 했던가 )
영국에서 그렇게 비싼 요구르트를 갑작스레 5개씩 한꺼번에 먹어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음, 너무 드러운 쪽으로 이야기가 치우치는 것 같다. 내 별명이 고3 때 똥싸배기였다는 것도 말해야 하나, 대학 신입생 때도 선배한테 똥누러 간다고 그랬다가 혼나기도 했었는데, 똥이란 말을 하지 말라나 ㅡ_-; 나는 이상하게 똥이 좋다. 왠지 나하고 어울린다)
음..
한국쌀은 찰지어서 그런지, 밥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꽉 차오른다.
영국에서는 수입된 이탈리아(살짝 푸석한) 쌀을 먹곤 했는데, 두 그릇씩 끼니 때마다 먹어도
그닥 부르지 않았었다. 여기는 엄마가 소복, 담아준 한 그릇 밥도 많이 넉넉한 듯 싶다.
김치는 한 4일 먹으니까 좀 질린다.. (아직까지 콩국수를 먹지 못했다...안타깝다 어무이..)
엄마는 내가 써온 음식 목록을 보시더니 자지러지게 웃으셨다. (왜 콩국수는 안 사주시는 거지)
월요일, 그러니까 한 2시간 전의 어제, 나는 친구라는 놈들을 만났다.
이것들, 한국에서 좀 업그레이드 됐다.
날씬해지고, 남자친구도 새로 사귀고, 옷은 또 지방에서 제일 잘 나가는 그런 스타일
머리는 또 왜그리 결이 좋은지, 영국에 있을 때 1년 2개월 동안 미용실 안 가고
직접 다듬은 내 머리결이랑은 비교가 안 됐다 . (사실 5일 전에 미용실 가서 싹 바꿨지만)
그놈들이 나보고 일본사람 같다고,
자꾸 일본갔다 왔냐고, 장난같지 않은 장난에 내 신경 은근히 건드렸는데
은근히 소심한 나는 기분이 살짝 상했다.(너네 선물 없다, 국물도 없어 콱ㅁ이ㅏㅎ미걓 니ㅑㅇㅁ)
게다가 " 야 영어해봐 영어해봐" 이 지랄하는데,
어휴 이것들도 친구라고.. 그래서 나는
워터~ 한번 해줬다 ㅎㅎ
야, 워러라고 안 그랴?
야 워터여 워터!! 베터! 컴퓨터!! 갓잇??
(음 충청도 사투리가 나오는군. 충북여고에서 영파여고로 전학갈 때도, 그려~ 한번 해줬다가,
애들이 꺄르르르륵 거렸는데, 아 요런 싸가지 서울깍쟁이들, 참 미웠다..
사실 난 그녀석들 보다 한국말을 꽤 잘 한다고 생각한다 ㅡ_- 흥! 그래도 문창과였는데.)
아 새벽에 쓰는 글은 왜케 횡설수설인지
똥이 조금 마려운 것도 같다.
그래서,
녀석들과 시내(?) 좀 걸어다니다가 밥먹고 차마시고
영어학원가서 회화반 끊었다. 음..
영어를 얼마동안 안 했더니, 뭔가 속이 답답하다. 까스활명수 먹어야 막 시원해질 것 같은,
속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학원에 가서 조금이라도 주절거려야지.
아 그리고 이건 우리 언니 이야긴데,
영국에 있을 때,
"야 나 한국가면 한국 거, 드라마 안 볼 거야. 안 봐도 돼. 그냥 미국방송이나 영국방송 볼래"
라고 하더니, 어제 이 구라 잘치는 년이
풀 하우슨가 뭔가 날밤 까면서 거진 다 봤단다.
기가막히는 년. 가끔 같은 핏줄이지만 나는 쪽이 팔린다 ㅡ_ -;
그리고 엄마 아빠는 하나도 안 늙어졌다.-_- 훗
아빠는 살짝이 뱃살이 늘었고, 엄마는 그냥 그대로다, 예전처럼.
근데 울 엄마는 여자 대머리인가, 왜케 소갈머리가 없는지- _-
딸이 된 도리로서 무슨 약이라도 사줘야하는지 걱정이다..(돈때문에. 지갑에 4파운드 있다. 쓰지도 못하는 -_-)
우리 개,
뻘숙이는 작년에 죽었다.
그해엔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친구가 그러는데, 진규라는 녀석이,(우리학교와 짝학교였던 C고 반주자)
서울대 기계과(?)에 갔다가 적응을 못해서인지 학교 기숙사에서 자살했단다.
민수도 군대에서 의문사로 사라졌고, 외할머니도 치매를 앓으시다 4월달에 돌아가셨다.
음, 그냥 좀 우울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아니 많은 피조물들이.
부모님도 금방 돌아가실까봐 겁이 난다. 정기검진이나 받으라고 재촉해야겠다.
저녁엔 지숙이와 떡볶이를 먹었다.
아니, 튀김과 비벼진 떡볶이를 먹었다.
지숙이, 마른 놈이 왜그리 잘 집어먹는지 ㅎㅎㅎ 1천원어치 더 시켜줄 걸~
그러게 음식이 너무 싸다. 천원이면 50피인데, 그 돈으로 ㅡ_- 맛있는 떡볶이도 살 수 있다.
물가가 싼 건 사실이다. 버스요금도 정말 싸다..
아
근데
행복하면서도 왠지 답답한 기운이 뻗친다.
왠지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좀 지배적이다.
얼른 언니가 결혼해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음 하는 생각도 강하고,
남자친구 이메일만 읽어도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밥이나 잘 먹을련지. 밥해줘야 하는데..
남자친구 티셔츠를 하나 샀는데, 좋아할 지 모르겠네. 스타일이 워낙
무난하다보니, 난 무난한 옷을 고르는 게 벅차다-_- 힘들다.
언니가 좋은 계절에 결혼하시네요. 언니 결혼 축하하구요. 한국에 있는 동안 맛있고 싼 한국음식 실컷 잡숫고 오셔요.^^ 저도 이번 봄에 한국 갔을 때 김밥 사먹는데 그 영양가 있고 맛도 좋은 것이 1000원(어떤 데는 좀더 비쌌지만 거기서 거기)밖에 안해서 자주 사먹었더랬지요.양념치킨을 못사먹고 와서 아쉬웠어요.
맛있는 것도 계속 눈에 알짱거리면 손이 안 가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겠죠. 그래도 항상 맛있는 거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향기님 정말 본머스 테스코에서 일하시는 그 단발머리 귀엽고 깜찍한 그 분이신가요? 훗. ㅡ..- 그럼 저 아실지도 모른다는ㅡ_- 캬아아아아악. 세상 참 좁다 씨익
제가 풀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테스코에서 약 샀는데. 아주머니께서 계산 하시면서, (그때 제 남자친구랑(일본인임) 저랑 영국인 한 명 있었는데, ) 아주머니가 제 남자친구랑 아는 사이에요. 저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으셨죠-_ -; 음.. 남친이랑 승환이오빠 얘기를 주고 받으셨음 ㅡ_-; (컥 너무 많은 정보를 흘렸다)
첫댓글 님 글은 언제나 활력 넘치구 재밌어요. 영국 다시 돌아오실 수 있기를 바래요.
글을 참 맛나게 쓰시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똥이랑 잘 어울린다고 말한 부분에서 뒤집어졌음다..ㅋㅋ 한국 잠깐 들리신 건 줄 알았는데 학원도 끊고..좀 오래 머물다 다시 영국 갈 계획이신가봐요? ^^
저, 11월23일 비행기표...언니는 11월13일날 결혼한대요-_ - 푹 쉬다 가야죠 아주 질리도록!
^^글이 재밋네요. 한국에서 오랫동안 질리도록 푹 놀다가세요!
언니가 좋은 계절에 결혼하시네요. 언니 결혼 축하하구요. 한국에 있는 동안 맛있고 싼 한국음식 실컷 잡숫고 오셔요.^^ 저도 이번 봄에 한국 갔을 때 김밥 사먹는데 그 영양가 있고 맛도 좋은 것이 1000원(어떤 데는 좀더 비쌌지만 거기서 거기)밖에 안해서 자주 사먹었더랬지요.양념치킨을 못사먹고 와서 아쉬웠어요.
맛있는 것도 계속 눈에 알짱거리면 손이 안 가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겠죠. 그래도 항상 맛있는 거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향기님 정말 본머스 테스코에서 일하시는 그 단발머리 귀엽고 깜찍한 그 분이신가요? 훗. ㅡ..- 그럼 저 아실지도 모른다는ㅡ_- 캬아아아아악. 세상 참 좁다 씨익
어? 누구지? 아! 그 머리 길고 웨스트본에 학생들끼리 모여사는 집에 자취하던 여학생인가? 가끔 많은 남학생들과 함께와서 장 봐가기도 하고 자주 테스코 오던? 콜린이랑 퇴근길 마주치기도 했던? 아 진짜 궁금하네?누구지???
제가 풀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테스코에서 약 샀는데. 아주머니께서 계산 하시면서, (그때 제 남자친구랑(일본인임) 저랑 영국인 한 명 있었는데, ) 아주머니가 제 남자친구랑 아는 사이에요. 저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으셨죠-_ -; 음.. 남친이랑 승환이오빠 얘기를 주고 받으셨음 ㅡ_-; (컥 너무 많은 정보를 흘렸다)
어 충북여고? 난 청주여고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