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 무덤 앞 경당 미사
(성 베드로 사도 신심미사)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 구성원들은 이 순간 사도좌 정기방문의 절정인 교황님 알현을 앞두고 성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며 거룩한 미사 성제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이곳은 이 아름다운 대성당의 심장이자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순례객들이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곳입니다. 한국 주교단이 함께 모여 봉헌하는 이 미사를 통해 우리는 베드로 사도와 그의 후계자인 교황님과 함께 하나의 교회임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날, 우리가 들은 독서(1베드로 5,1-4)와 복음(마태오 16,13-19)은 주교로서의 우리 소명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합니다.
먼저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던지신 질문을 기억해 봅시다. 주님은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라고 물으신 다음 제자들의 반응을 살피신 후 다시 이렇게 물으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너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시는 것입니다. 이에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그 당시 베드로에게는 자기 신앙의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진리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온 존재로서 깨달은 바를 고백하는 베드로에게는 새로운 책임과 의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믿음이 확고하기에 예수님은 그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그의 고백이 진실한 것을 아시고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십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전할 사명과, 자신이 고백한 바를 수호하며 보존할 책임이 사도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인 주교들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고, 우리는 지금 그 믿음의 기초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반석 위에서 우리 각자에게 건네시는 주님의 질문을 다시 듣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 물음에 베드로 사도처럼 우리도 주님을 우리 행위와 삶의 중심에 살아 계신 분으로 당당히 고백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수행하는 숭고한 직무는 단순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모든 공동체의 한 중심에 계시고,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그분의 말씀 안에 머물 때, 우리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양떼를 돌보는 참 목자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의 이 신앙 고백 위에 세워진 교회는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 위에서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베드로 사도의 무덤 앞에서 같은 신앙을 굳게 고백하며, 우리의 주교직이 깊은 유대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합시다. 베드로와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었듯이,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우리 주교들도 서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에는 개인주의, 경제제일주의, 인구 절벽과 고령화, 늦은 혼인, 출산 기피, 결혼 포기, 교우들의 신심 약화, 청소년 신앙생활과 신자 증가율 감소, 사제와 수도 성소 감소 등 어려움이 많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주교단이 연대해서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입니다.
10월 2일에 시작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가 하느님 백성이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함께 걷는 여정의 기쁨을 체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열쇠로 닫힌 것은 열고 묶인 것은 풀며 ‘함께 길을 걸어가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계속 이어져 2027년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해 한국 교회가 함께 걸으며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주님, 당신은 성 베드로 사도의 신앙 고백을 주추 삼아 그 위에 저희를 굳게 세워주셨으니, 저희가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함께 길을 걸어가는 교회를 건설할 수 있도록 당신의 지혜와 은총을 내려 주소서.
한국 천주교회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4년 9월 2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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