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사공(太史公) 사마천 (司馬遷)
이관규천 (以管窺天)의 어리석은 자들
이관규천(以管窺天)은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뜻입니다. 관중지천(管中之天) 즉 '대롱 속의 하늘'이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좁디 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천하의 名醫로 일컬어지던 <편작>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춘추시대 말기 천하의 명의로 이름난 <편작>이 <괵>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였습니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궁정 의사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어떤지 물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편작>은 “내가 살려보겠다”고 했습니다.
궁정 의사는 죽은 사람을 살려보겠다는 말에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 듣지 않을 것”이라고 무시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편작>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狹隔目紋)과 같소."
바늘구멍으로 하늘을 보니 그 구멍 만큼만 하늘을 볼 수 밖에 없는 법, 하찮은 의술로 일부의 증세만 보고 병을 진단했으니 잘못 보았소이다.” 하는 것 이었습니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는 소생했고 치료를 더하자 20일 후에는 일어 났습니다.
궁정 의사가 죽었다고 진찰한 태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인데 그의 식견만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놀라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이 그로부터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편작>은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것이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을 고친 것 뿐이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름 하루살이 벌레가 얼음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얼마나 우스울까요? 이런 것을 <하충어빙>(夏蟲語氷)이라고 합니다만 식견이 좁은 비전문가 가 전문가를 제치고 자기 주장만을 내 세운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 니까?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이유 중의 하나로 정규 육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을 친위대 조직의 비선 라인으로 지휘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군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제 주장을 하느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남의 허물로 인해 제 허물을 볼 수 없고, 주어진 조건 때문에 스스로의 시야를 좁히고, 변명과 합리화로 자신 만을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괵>나라의 궁정 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죽은 <편작>은 일어나 이렇게 말하겠지요. “대롱으로 하늘을 보지 말고 문틈으로 무늬를 보지 마시오. 당신이 보는 뱀 무늬는 뱀이 아니라 호랑이의 꼬리란 말이외다.”
자신이 보고 읽은 것만이 세상의 전부요, 옳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은 나쁘다기 보다 어리석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한(漢) 나라의 <동방삭>(東方朔)이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以管窺天) 고둥 껍데기로 바닷물을 재며 (以蠡測海) 풀줄기로 종을 치는 격 (以莛撞鍾)” 이라고 한 말은 무식한 줄도 모르고 큰 소리만 지르고 있는 어리석은 자를 보는 현자의 측은함이 눈 속에 가득 배어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다 아는 것처럼 최고인 양 남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이관규천 (以管窺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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