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사줬나?
시골에서 농사하다 보면 농약을 참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나이가 63이니까, 30년 전까지만 해도 잡초는 호미와 손으로 뽑았고, 우거진 수풀은 낫으로 베어서 소먹이로 사용했었다.
소와 돼지를 키우며 보릿짚이나 밀짚을 우리에 넣어서 퇴비를 만들고, 그것도 부족하면 풀을 베어서 차곡차곡 쌓으며 재래식 변소에서 배설물을 퍼 끼얹었다가 발효가 되면 마당이나 길가에 널었다가 걷어서 쌓아 놓았다가 농사철에 사용했었다. 그래서일까? 병충해가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잡초나 수풀은 제초제를 뿌려서 제거하고, 퇴비는 퇴비공장에서 출하된 제품을 사용하고, 농작물에는 수시로 농약을 치게 된다. 고춧가루를 먹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약을 쳐야 먹을 수 있는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비가 오고 나면 약치고, 비가 오기 전에 한번 쳐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고추에 벌레라도 생기면 바로 약을 치는….
어제부터 고추밭에 약 쳐야 한다는 아내. 올해는 200포기밖에 심지 않았는데 많이 심으나 적게 심으나 약 치는 것은 똑같다. 아침에 부추밭에 잡초 제거한 후 약통을 짊어지는 아내. 조금이라도 고생하지 말라고 전동 농약 통을 사줬었다. 그냥 잡고 뿌리기만 하니 너무 편하다며 고추 농사 더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이거 잘못 사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아내는 오늘 오전에도 고추밭에 약을 쳤다. 근데 마스크는 왜 안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