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시의 지평 원문보기 글쓴이: 토란잎
추억의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 이름으로만 정든 시인, 박영근...
오랜 세월 이름으로만 정든 시인이 있다. 이십여년 전 <취업공고판 앞에서>란 시집 제목으로 정들었던 시인...
최루탄 지랄탄 펑펑 터지는 속에서 어깨걸고 구호외치던 스크럼 대열이 마냥 신나기만 하던 풋내기 대학생인 내게 유달리 그의 시집제목은 인상깊었다. '이런 시대상황에서 '유연함'이란 기회주의의 다른 이름이야', 라며 경직된 것과 원칙적인 것을 햇갈려하던 시절... 읽어야할 이론서가 산더미인데 시집 집어들고 읽는게 왠지 낭만적으로만 여겨지던 선무당같은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나 난 그의 시집을 샀고 다 읽기도 전에 누군가 집어가버려 다시 사보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방을 옮겨다니느라 시집류는 그저 사치품이 되기 일쑤였기에...
후에 나는 서울에서 마찌꼬바라고 불리는 작은 공장을 전전하다가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들어서야 안산 반월공단 취업공고판들 앞에 서게 되었다. 버스도 뜸한 공단거리를 취업공고판 찾아 하염없이 걸으며 난 다 읽지도 못했던 그의 시집을 떠올리곤 했다. 메케한 연기가 굴뚝마다 뿜어져나오던 스산한 공단 거리... 매서운 봄바람은 초조한듯 설레는듯 공장 담벼락을 휘돌고 난 몇개의 취업공고판 앞에서 내 인생의 몇구비를 돌았다. 면접에서 탈락 탈락, 그리고 칠백명 규모의 대공장에 운좋게 취직이 되었다. 그 후 십년 세월을 보내며 건강이 안 좋아져 반월공단을 떠나 요양을 가게 되었고 핑계김에 난 노동자 간판을 떼고 옆길로 새고 싶어졌다. 내 안에서 꿈틀대던 일탈의 욕구는 불혹의 문턱을 넘은 나를 문학의 길로 인도해주었다.
재작년 연말 '위도 부안 문학축전' 뒷풀이 자리에서 박영근시인을 처음으로 만났다. 박영근이란 시인의 이름 석자... 오랜 벗이나 옛동지의 이름처럼 아련하면서도 뭉클한 이름이었다.
얼굴조차 모르고 술한번 마셔보지 않았건만, 한권의 시집 속에서 우린 오랜 인연이 이어져온 것이다. 그랬기에 이름만으로도 정들 수 있었으리. 팔십년대와 나의 삶속에 바로 그의 환희와 절망이 있었고, 몸부림치던 그의 시 속에 또한 내가 들어있던 것이다.
죽어도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못할 것 같은 꼬장꼬장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인...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의 시인... 부용산 노래를 그렇게 멋드러지게 가슴으로 불러제끼는 사람은 처음 만난 듯했다. 목포에 사는 박관서 시인이 언제 술한잔 하자며 전화를 넣자 곧장 택시타고 인천에서 목포까지 달려가 십여만원 택시비를 박시인에게 물게했다고 한다.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그랬다. 아직도 자신과, 세상과 불화하며 몸부림치는 시인이구나...! 그래서 내겐 더 매력있게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가슴이 뜨거운 자만이 자신과 세상과 불화할 수 있으려니... 시인이란 다름아닌 자신과, 세상과, 불화하는, 불온한 자들 아니던가...
요 며칠 이상하게도 그의 시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생겼다. 어젯밤 그의 시들을 찾기 위해 한 문학싸이트에 들렀더니 시인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멘다는 아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요즘 왜 그리 그의 시들이 다시 생각났을까? 이상한 느낌이었고 소름이 쫙 돋았다.
저 꽃이 불편하다, 는 기막힌 제목의 시를 보며 그의 내면의 아픔을 가늠해본다. 얼마나 버거웠으면 의식을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을까...
시인이 부디 깨어나시길 빈다. 깨어나서 다시 좋은 시들을 세상에 쏟아내놓길 기다리고 싶다.
저 꽃이 불편하다
모를 일이다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나는
저 꽃덩어리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거
불붙듯 피어나
속속잎까지 벌어지는 저것 앞에서 헐떡이다
몸뚱어리가 시체처럼 굳어지는 거
그거
밤새 술 마시며 너를 부르다
네가 오면 쌍소리에 발길질하는 거
비바람에 한꺼번에 떨어져 딩구는 꽃떨기
그 빛바랜 입술에 침을 내뱉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흐느끼는 거
내 끝내 혼자 살려는 이유
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 시집 <저꽃이 불편하다>
춤
아플수록 몸은 눈이 밝아진다
열에 들린 몸이
꼼지락거리는 나무의 발가락을 본다
제 속을 날아가는 흰 나비를 본다
넋이야, 넋이야 출렁이는 피
열꽃이 터지는가
온몸이 근지러워라
다리며 허리
가랑이며 자지 끝까지
고름이 쏟아지고
몸 속 가지 가지마다 숨이 열리고
한 숨, 한 숨 돋아나는 물방울들
어디서 사과 익는 냄새
신 살구 냄새
물소리
물소리
달구나 거렁뱅이 바람에도
진한 살냄새
아아 뜨거운 몸이
한 발만 내디디면
그대로 춤이 될 것 같은데
허공에 피어 갖은 빛깔로
흐드러질 것만 같은데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1
시간이 흘러갔다. 구직신문을 말아쥐고 돌아오는 길은
온통 흙빛이 된 눈더미
뒷골목에 버려져 사지가 달아난,
두개골이 으깨어질 때까지
얼지 않는
풀리지 않는
마네킹의 완강한 미소
나의 실업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고
전화는 불통이었다
수직으로 솟은 거대한 탑에 새를이 내려앉아 노래를
불렀다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며칠 동안 신물을 팔았다
80년대와 90년대가 두서없이 찾아왔고
아, 지긋지긋한 不立文字, 임시
막사의 희극, 찢어진
얼굴
나에게는 현실이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간다
2
전철은 달리고
전철은 달리고
바람이 부는지 한강물이 일렁인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취업공고판 앞에서
除隊를 하고, 세월도 믿음도 무심히 멱살을 잡고 흔들던 스물다섯 계급장을 떼고도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바람 불면 허수아비 제 가슴을 치는 가을 저녁답, 어머니 또 우시고
높은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잘 다려진 작업복을 끌고 어쩌다
계집아이들이 크래카를 씹으며 지나갔다 가로수 가지마다 매달려 떨고 있는 하나, 둘
눈물방울 같은 잎새들 이른 아침 누이의 세수대야엔 붉은 피가 자꾸만 번졌다
발 밑에서 으깨지는 비명소리 나뭇잎들
들판이나 한번 둘러보고 가거라
갯벌이나 한 번 또 한 번 돌부리에 넘어져 어머니
검정치맛자락에 피가 흘렀다
여전히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출신도 전북 본적지 서해중학교졸업
고향도 두고 사랑마저 등진 신세가 핸드카를 밀면서 울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부르면 고향은 조막손 아프게 찌르던 낫자욱들
잘살자 진성전자공원들아 어둡게 화장실 낙서 같은 곳에서도 얼어붙고
오줌을 갈기며 얼어붙은 아랫도리로
이름을 써 갈기며 군대삼년 몸으로 때워나가자 개새끼 처럼 웃던
날들 모집공고 위에도 눈발은 내려쳤다
내려앉고 싶었다 이력서도 구겨버리고 문득 공고판 아래 얼어붙는 어머니
엉겅퀴 들판도 밀어버리고
등 뒤론 움켜쥔 손 마디마디 풀며 떠오르는 눈송이들
하얗게 쌓여가는 불빛들 내려앉고 싶었다
엎드려서 감출 수 있는 것은 눈물들 뿐일까
전봇대 같은 곳에 기대여 바라보면 어느새
눈발 그친 곳에서도 불빛은 흐려지고, 누이여
흩어지고 어디로 또 떠나는 밤기차소리에도 부서지고
길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 |
박영근 시인 | |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81년 『반시(反詩)』 6집에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1984년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 이후 시집 『대열』『김미순전(傳)』『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간행
* 작년 이맘때 <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가진 시인과 독자와의 채팅내용 중 발췌해 올립니다. 시인의 육성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사유와 체취는 만날 수 있기에...
독자와의 토론 내용도 좋았고, 차분히 확고한 어조로 들려주는 시인의 얘기가 참 인상에 남았더랍니다. 물론 시들도 멋지구요.^^
<대화주제: 현실의 고통과 내면의식>
허승용 ▶ 현실의 고통이나 내면의식이란게 결국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나오는 것인데 지금 21세기의 패러다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영근 ▶ 아~~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제가 동의할 만한 페러다임을 찾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저는 아직 혼란상태이며, 지난 시간동안 내 안에 축적된 많은 것들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허승용 ▶ 물론 패러다임이니 뭐니하는 것을 따지고 하는것은 사회참여시를 쓰자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잣대가 없다는것은 작가들에게 내면의 혼란을 일으켜 결국 작품들이 한결같이 내면화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영근 ▶ 매우 적절한 질문입니다 우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떤 전망이나 해답을 너무 쉽게 얻을려고 하는 태도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수입된 이론이나 내 몸이 겪지못한 비평적 언술 속에서 어떤 시적 지향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서 매우 경계하는 편입니다
박영근 ▶ 그보다는 현실과 현실의 고통이 내 안에서 무엇으로 되는지 분명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혼란을 있는 그대로 내 안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가능한한 의식화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됩니다
허승용 ▶ 물론 시는 온몸으로 쓴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대해서는 저도 몹시 공감합니다 물론 시가 천편일률적일 수는없습니다만 시라는 것은 사람들은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구원자의 의무도 따를 수 있습니다
박영근 ▶ 글쎄요 저는 개인적으로 문학을 말하는데 있어서 윤리나 도덕적 태도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윤리나 도덕을 의심해 보고 혹은 그것으로부터 일탈해 보는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허승용 ▶ 지금 선생님께서 보고 계시는 세상은 어떻습니까
박영근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지금의 현실을 자본과 그 가치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시인들이 이 현실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비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자 ▶ 말씀속에서 선적인 부분을 얼핏 얼핏 보는것도 같고 또 몸철학에 대한 부분도 느껴지는데? 선생님 시에 사유의 근간이 있다면 어떤것인지?
박영근 ▶ 저는 도리어 혼란스러운 현실의 생생한 일부분이 되기를 원합니다
시숲 ▶ 이 사회에서 시인의 위치는 어느정도가 알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영근 ▶ 시숲님! 흔히 그렇게 말하지요 시인은 이 세상의 주변부에서 어떤 상처가 되어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란잎 ▶ 선생님~ 쪼그 위의 말씀에서... 주변부와 중심이라는 표현에 대해 좀더 보충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삶의 본질, 관계의 본질,...세상의 본질(대립물의 통일로서의)을 온몸으로 드러낸다는 말씀일까요?
박영근 ▶ 토란잎님, 주변부와 중심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중심은 이미 이루어진 기성의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은 위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곧 낡아가겠지요 아마도 새로운 것은 중심에 의해서 배척되었거나 소유되어 있었던 주변부에서 나오겠지요 백석시가 그렇지 않았던가요
토란잎 ▶ 그렇다면 시인은 '중심을 향해간다는 표현보다는 진정한 중심을 회복해가는 것 아닐까요?^^
사회자 ▶ ^^
박영근 ▶ 글쎄요 주변과 중심은 변증법적인 관계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이 중심의 중심이 되는 경우 또 다른 주변에 의해서 부정될테니까요
토란잎 ▶ 네... 그러면 온몸으로 8, 90년대를 건너온 시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중심에? 여전히 주변부에?
박영근 ▶ 온몸으로라는 말이 걸리는군요 제가 이해하기에 온몸으로 시를 이행했던 시인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시인들이 침묵하고 있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이탈해 버렸지요
사회자 ▶ 선생님께서 시를 쓰시는데 가장 장애가 되었던 것은 어떤것인지? 가령 자신에 대한 연민의식은 어떻게 작용해 왔으며 또 어떻게 벗어나려고 노력하셨는지?
박영근 ▶ 제가 시를 쓰는데 가장 장애가 된 것을 들라면 저 자신에 대한 절망이 찾아올 때 그럴때 입니다 제가 쓰는 말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을 때 그럴 때입니다 연민, 참 중요한 말이군요
사회자 ▶ 어리석은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현실적인 고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여쭤 봅니다.
박영근 ▶ 네에 저는 대체로 늘 이 세상에서 주변부에 살았습니다 글쎄요 그런 삶ㅇ이 갖는 가난과 소외가 어떤 것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문영 ▶ 대부분의시인들이공통적으로느끼는감정아닐까요
박영근 ▶ 요즘 시를 보면 문영님의 말이 그리 정확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상당한 시들이 풍요와 행복을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사회자 ▶ 시가 그런 현실적인 고통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가 되었는지 여쭤 봅니다. 선생님?
박영근 ▶ 그 부분 저는 차라리 현실의 고통 그 자체가 되어서 이 세상을 불편하게 하고 싶었으니까요
문영 ▶ 현실과타협하는시들이좋지않다는뜻인가요
토란잎 ▶ ^^
박영근 ▶ 문영님! 오해 마십시오 어떤 사람의 삶이 행복하고 풍요하다면 고통을 노래할 필요가 없겠지요
토란잎 ▶ 제 생각에도 상처와 아픔이 없이 깊이 있는 시나 글을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시편들 곳곳에서 몸부림 같은 것도 느껴집니다. 두고 두고 읽어보고 싶어지는. 글구 시에서 질문 한가지......'80년대와 90년대가 두서없이 찾아왔고/ 아, 지긋지긋한 不立文字, 임시,,,,,에서 불립문자란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서 쓰신 것인지.. 좀 어려워서요.^^
박영근 ▶ 토란잎 님 질문 고맙습니다 그 불립문자의 의미는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선적 사유에 대한 야유였습니다. 다 깨달은 듯한 시인들의 지적 제스추어가 지겨웠으니까요
박영근 ▶ 제 특기가 우는 것이 특기입니다
박영근 ▶ 그러나 시를 쓰면서는 안 웁니다
토란잎 ▶ 고은 선생님과 내기하면 누가 더 오래 우실까요?^^ 저는 춤도 좋았구요. 앞으로 쓰시려고 하는 시세계라면?
박영근 ▶ 춤이라는 시는 무척 아픈 뒤에 쓴 시입니다
토란잎 ▶ 음.. 아주 좋아여.
시숲 ▶ 글을 놓아버리는게 계속되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박영근 ▶ 시숲님 방념이라는 말이 있지요
박영근 ▶ 무엇을 놓아버리면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제 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대추 ▶ 손 놓은 시간이 너무나 오래 된다면, 마치 남의 집에 온 듯 낯설다가 끝내는 자리를 잡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님)
박영근 ▶ 대추님 방념의 상태를 스스로 겪어 보시기를 꼭 권합니다
대추 ▶ 방념요?
박영근 ▶ 마음을 놓는 것 말입니다 혹은 집착했던 형상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대추 ▶ 집착했던 형상을 놓아버리는 것....
박영근 ▶ 네 그렇습니다
마라톤 ▶ 선생님 요즘 현대시가 서정을 무시한 너무 난해한 쪽으로 주류를 이루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영근 ▶ 개인적으로 고백을 하면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되는 시집들의 경우 이성복 이후에 시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마라톤 ▶ 저도 그렇습니다
박영근 ▶ 시와 세상과의 소통을 포기해 버린 듯한 느낌이니까요
토란잎 ▶ 요즘 시들은 이미지의 새로움에 대한 강박의식이 있는 듯.
토란잎 ▶ 소통이 불가능한 시들을 써 놓고 시인 혼자 자기 딸딸이!!
사회자 ▶ 하하하하
박영근 ▶ 문제는 제대로 된 형상화와 절실한 소통이겠지요
시사랑~* ▶ 오늘의 주제는 시속에 역사관이나 세계관이 포함 되어야 한다는 말씀 아닌지요?
사회자 ▶ 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란 말씀에 별 다섯개 그립니다. 선생님
박영근 ▶ 토란잎님, 도대체 새로움이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유행같은 것인가요
토란잎 ▶ 세계를 인식하는 자기 변혁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시사랑~* ▶ 저도 동감해요,,
박영근 ▶ 자신과 이 세계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자신의 개성적인 언어로 드러내는 일 그것이겠지요
토란잎 ▶ 네 선생님~ 아까 말씀!!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며,,,,, 또 자기의 개성적인 언어로 표현해내도 타자(독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될 때라야 좋은 시라고 봅니다.
눈사람 ▶ 저어, 선생님,이렇게 뵙게 되서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젊었을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 하다 보면 다같이 부르는 노래 중에 <솔아솔아푸르른솔아 >가 있습니다. 이 노래말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창작하시게 되었는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평소에 늘 궁금했습니다.
박영근 ▶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군요 그 노랫말은 제 첫시집의 '백제'라는 연작시의 여러 구절을 이어붙여 구성된 것입니다 그 때 내가 생각한 백제는 소외되고 그래서 불행한 역사적 땅이었습니다 그런 정황이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만나면서 쓰여진 것이지요
노동꾼 ▶ 대화 자체가 시요, 역사요, 이 땅의 노래이신 것 같습니다.
시숲 ▶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속에 사무쳐 오는 갈라진 이땅에
노동꾼 ▶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이현석 ▶ 참세상 자유 위하여
송은영 ▶ 오늘 촛불시위 하는 기분입니다
이현석 ▶ 강물져 가리라
눈사람 ▶ 선생님, 지금도 예전 친구들을 만나면 꼭 부릅니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 세상 자유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셋바람에 떨지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이현석 ▶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노동꾼 ▶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노동꾼 ▶ 샛바람에 떨지마라
노동꾼 ▶ 창살아래 내가 묶일 곳
토란잎 ▶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시숲 ▶ 장중한 분위기랄까 ^^
이현석 ▶ 살아서 만나리라, 이 부분이 저는 가장 좋았어요
토란잎 ▶ 지금 저 이노래 틀오놓고 듣고 있어유~~~^^
(노래를 찾는 사람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 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창살 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
첫댓글 오른쪽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하고 폐렴 악화, 뇌기능 악화, 탈수증상 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10프로가 안된다고 하는 소식을 엊그제 들었는데.....윗 글과 아래 단체 사진은 박인해씨가 쓴 것입니다.
헉,, 제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시인인데...;;; 안타깝습니다..
잘 읽었습니다...+_+
불편하지 않은 꽃을 보러 갔을까요..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