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언어들
바리캉, 기계총, 2부가리, 3부가리...
적어도 60년 이상을 입에 담아 본 적이 없는 오래된 언어들 .
그 때에는 결코 긍정적인 언어가 아니었는데 어떠했든, 너무나 아득해서 내 생애의 한 토막에 들어 있었던 것들이었는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
서울 용산에서 지낸 동란의 와중에서 부터 아마도 피난중 중학교 초년에 듣던 골동품적 가치를 가진 진귀한 말들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
지금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100년이나 영생을 하더라도 들어보기 어려운 청동기 또는 철기 시대의 원시 용어가 아닌가 의아해 하기도 할 것이다 .
고장난 바리캉은 동네 이발소 아저씨들이 쓰던 낡은 이발 도구를 이르는 것인데 지금처럼 ' 사각 사각~' 유쾌할 만큼 부드러운 가위나 이발기로 온갖 정성을 다하여 아이들의 머리털 ! 정돈을 해주는 문명시대에는 설명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에 가까운 고난을 참아야 하는 거친 이발소 용어인 것이다 .
혹시 어느 마을 박물관에 보관되는 곳이 있다면 설명에 도움이 될테지만 그것은 완전 手動 鐵製 제초기 같은 공포의 기구인데 머리카락을 깎는 것이 아니라 뽑는 기계였던 것이다 .
이발기의 날(blades of hairclipper)은 도저히 쓸 수 없는 고물 鐵片에 불과한 것이지만 무지막지한 아저씨는 아무런 동정심이나 배려가 없이 머리 한통을 그것 하나로 제초하는 것이었다 .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나는 울거나 불평도 하지 않고 무조건 참았다 .
2부가리, 3부가리란 이발 후에 남는 머리카락의 높이를 일컫는 수치이다 .
승려들의 삭발은 예리한 칼날로 면도하듯 매끈하게 밀어내는 것으로 나는 짐작하는데 그 시절 아이들의 이발은 그 무디어 진 쌍날의 기계로 대충 자르기도 하고 뽑기도 하는 것이었다 .
기계총 .
이것은 국민소득 5,60불의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비위생적 이발소에서 소독하지 않은 기계를 무차별 사용함으로써 널리 전염되던 頭皮 손상 피부병으로 한번 발병하면 그 자리에 다시는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매우 고약한 중증 후유증을 남기는 유행병이었다 .
두살 터울 나의 남동생도 어른이 되어 긴 모발이 머리 전체를 가리기 전에는 늘 머리 한가운데에 동전 크기의 대머리 상처를 이고 다녔던 것이다 .
지금 같으면 이발소 아저씨를 고소하는 사태도 발생할 만 하지 .
ㅎㅎㅎㅎㅎ...!
어려운 설명을 하자니 말이 중언부언 되었다.
골동품이 값 나가듯 오래된 이야기는 무엇이든 소중하고 그리워진다 .
눈에는 아직 선명하게 남은 남루하고 작은 이발소 풍경이지만 지금은 큰 빌딩과 넓은 차도로 바뀌어 桑田碧海의 세월과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