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과 소변, 인류가 만들어낸 ‘만병통치약’ ]
고대 로마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공공 화장실에서 항아리에 소변을 모으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탁소에서 옷을 빨 때 소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변 속 요소(urea)가 분해되며 암모니아가 생기는데, 이것이 기름때와 냄새를 제거하는 데 탁월했다.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여기에 세금을 매겼고, “돈에는 냄새가 없다(pecunia non olet)”라는 유명한 말이 탄생했다. 소변이 단순한 오물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으로까지 쓰였던 셈이다.
당시 세탁공들은 큰 통에 소변을 부어놓고 발로 밟아 옷을 세탁했다. 현대인의 눈에는 기괴해 보이지만, 실제로 기름때가 잘 빠졌기 때문에 이 방식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중세와 근세에 이르면 소변은 아예 약으로 격상된다. 1696년 영국에서는 '대소변으로 모든 병을 치유한다'라는 책이 출판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소변이 흉통을 가라앉히고, 악성 종양을 억제하며, 상처의 염증을 막는다고 굳게 믿었다.
특히 17세기 유럽에서는 소변을 마시는 ‘요법’이 은밀히 퍼졌다. 소변을 마시면 몸 안의 독소가 정화되고 장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심지어 어떤 귀족은 아침에 일어나 첫 소변을 받아 마시는 습관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소변은 독특한 방식으로 쓰였다. 담배 잎을 숙성시킬 때 사람의 소변을 부어 향과 맛을 개선했다고 믿은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여성의 소변이 담배 질을 높인다”는 괴상한 믿음까지 존재했다.
대변 역시 약재로 쓰였다. 중국 전통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간이나 동물의 대변을 건조해 가루로 만든 뒤, 음식 중독이나 설사 치료제로 사용했다. '본초강목'에는 말똥을 이용한 약재까지 기록되어 있다.
조선의 민간에는 ‘똥술'이라는 요법도 있었다. 어린아이의 대변을 발효시켜 술로 만든 것인데, 이를 마시면 전염병이나 열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20세기 초까지도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노인들이 이 술을 신비한 보약처럼 여겼다는 구전이 남아 있다.
비슷한 사례는 유럽에서도 발견된다. 중세에는 ‘쥐똥’을 설사약으로 먹이는 경우가 있었고, 프랑스 농촌에서는 개똥을 건조해 약재로 쓰기도 했다. 아이들이 병에 걸리면 당분이 많은 쥐의 배설물을 조금씩 먹이면 장이 열린다고 믿었던 것이다.
왜 하필 대변과 소변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1. 자연주의적 사고 – 배설물은 인체 내부의 상태를 반영한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그것을 다시 활용하면 몸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 실용적 경험 – 소변이 세탁과 표백에 실제 효과가 있었듯, 때로는 우연히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면서 신뢰가 쌓였다.
3. 주술적 의미 – 불결한 물질일수록 오히려 병마와 악령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4. 지식의 한계 – 약이 부족한 시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 바로 자신의 배설물이었기 때문이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