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공천기준 ‘오락가락’
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심각한 갈등양상을 빚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부인 서울이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공천권은 원칙적으로 시.도당이 갖도록 되어 있다.
중앙당은 전략공천 지역선정 등 그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서울 구청장 공천 문제, 특히 여성 전략지역과 여성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앙당은 이 같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다.
기본적인 원칙조차 철저하게 무시됐다.
한나라당은 당초 여성 후보 승리 가능 지역을 여성전략 지역으로 선정한다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부산 등 PK지역과 경북-대구 등 TK지역에서 여성후보를 많이 내는 게 맞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다. 현재까지 경북과 경남은 물론, 대구 지역에서 조차 여성 단체장 후보는 단 한 사람도 확정되지 않았다. 겨우 부산에서 그것도 현역 구청장인 김은숙 중구청장이 재공천을 받은 게 전부다.
반면, 서울에서는 무려 3곳을 여성전략 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울 25개 구 중에서 동작·강남·송파구를 여성후보 전략공천지역으로 의결했다. 물론 일방적이다.
서울시당이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 한 곳을 여성 전략지역으로 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아예 이 같은 요구는 철저하게 묵살 당했다.
참다못해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이 급기야 중앙당의 일방통행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당 공심위에서 여성공천을 비롯해 논의 중인 상황에서 중앙당이 시·도당에 찍어 내리듯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그는 “상향식 공천 가치를 훼손한 이번 결정이 선거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중앙당이 전적으로 책임지라”며 "당이 친이-친박으로 갈라진 상태에서 운영마저 이렇게 한다면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나 영남지역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 가능한 지역이 있을 텐데 서울에서만 문제 삼는 것은 순수하게만 보기 어렵다"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사실 서울 동작구의 경우 정몽준 대표의 지역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결코 아니다.
그냥 한나라당에서 아무나 후보만 내면 당선되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그래도 야당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 바로 동작구다. 더구나 민주당 소속 전병헌 의원이 단단하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입지가 취약한 여성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의 소리가 구청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이른바 ‘강남 3구’로 분류되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송파구 역시 결코 한나라당 후보에게 쉬운 곳만은 아니다.
실제 송파구에는 송파 구청장 출신의 민주당 소속 김성순 의원이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을 관측되고 있다.
영남권과 비교할 때,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만 한다.
오죽하면 송파을 지역구 출신의 유일호 의원이 서울시당에 공심위원 사퇴 의사를 통보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겠는가.
특히 강남구의 경우는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의 맹정주 구청장 교체요구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계파갈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식의 일방통행은 곤란하다.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게 정당의 운영방식도 변해야 한다. 여야 각 정당은 중앙당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시.도당의 권한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말로는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면서 시.도당의 공천권을 무시하는 중앙당의 횡포는 결코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
만일 중앙당의 일방통행에 의해 공천이 진행되고 그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몽준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있음을 명심하라.
이런 점은 민주당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