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은 무조건 반사!!!
북극점.
루비아이 샤브라니구드의 5대 심복마왕 중의 하나....
패왕(覇王) 다이너스트-그라우세라는 머리 모자에 하얀 털이 달린
가죽 방한복을 차려입은 차림으로 설원 한 가운데에서 하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겨울........ 이군."
"네....."
그 뒤에 서 있던 남색 댕기머리를 땋은 어린 소녀가 그 말을 받았다...
"눈도 많이 오고....."
"네....."
"날도 매우 춥고....."
"네....."
"몸도 근질근질 거리고....."
"네...... --;; 하아암....."
패왕장군 세라는 끝없이 폼만 잡으며 한 시간 째
이야기를 질질 끄는 다이너스트의 곁에 서 있는 것이 점점 지리해졌다.
하지만 차마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훗........ 그래..... 이런 겨울에는 단체 여행! 그게 최고야!!
좋아, 다른 마왕 녀석들에게 전부 모이라고 연락을 하자!!"
"네............ 옛?!!"
세라는 여느 때 처럼 대답하던 중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저.. 다이너스트 님... 그건....."
"자 그럼 가자~~ GO!!"
세라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다이너스트는 사라져버렸다...
**
한편...... 헬마스터 피브리조의 집무실.
피브리조는 하얀 바탕에 빨간 줄이 빙글빙글 돌려난 달팽이 사탕을 하나 물고서
자신의 앞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를 하나씩 넘겼다.
"할 수 없군. 하급마족하고 중급마족 가운데 30%가량에게
퇴직금을 주고 명퇴를 시키거나 집단해고를 시켜야겠어..."
"저.. 그건 너무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쌓인 서류들을 철하고 있던 명신관 세이그람이 한 마디 했다.
"시꺼! 경제가 어렵단 말이다, 경제가!! 나도 끼니를 굶고 있다고!!"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침울해지고
따라서... 부정적인 마이너스 감정들이 증가하게 된다.
그런 감정들을 먹고 사는 마족들이 호황(?)을 누리게 될 텐데 어째서?
왜냐하면 그런 위기가 닥쳐오자 사람들은 절망하는 대신
도리어 그 위기를 이겨내자는 대단히 긍정적인 마음으로 꽁꽁 뭉쳤기 때문이었다.
(KOREA FIGHTING!!)
이건 농담이고... 어쨌든.
문득... 피브리조는 서류 위에 놓여있던 푸른 봉투의 편지를 집어들었다.
"에? 이건..... 다이너스트의 편지? 음.. 겨울여행이라고?"
**
"좋아, 가자! 바르가브!"
마룡왕 가브는 편지를 읽은 직후 곧장 자신의 장검을 걸머진 채로 벌떡 일어났다.
"가브님! 기다리세요... 그래도 옷하고 짐은 챙겨야..."
뒤에서 바르가브가 황급히 짐을 싸면서 소리쳤다.
**
한편... 어딘가 해안 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제라스...
그녀의 성실한 신관 제로스가 가져온 편지를 뜯어보고 있었다.
"음..... 일박 이일간... 집합장소는 새벽 6시 알래스카 기차역...?"
**
한편.....
어느 한적한 강가.
그 한 구석에서 한 사람이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음?"
문득 안에 쪽지가 들어있는 병이 둥둥 떠내려왔다.
"뭐야 이건....."
그는 병의 뚜껑을 열고 그 안의 쪽지를 읽어보았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해왕 다루핀에게. 겨울여행 오지 않을래?
사흘 뒤, 알래스카 기차역으로 와! - 다이너스트
문득... 다루핀은 땀을 한 방울 삐질 흘렸다.
"이게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지... --;;"
**
그로부터 사흘 뒤.
알래스카 기차역.
함박눈이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검은 커다란 기차가 천천히 기차역에 닿자
어떤 두 사람이 플랫폼에 내려왔다.
그 중 하나, 노란색 털코트를 입은 긴 붉은 머리의 사람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와아... 눈이로군. 그보다도... 바르가브, 안 추워?"
가브의 뒤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바르가브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뭐... 그... 그게....."
"옷 갈아입는게 어때? 그 옷은 너무 얇잖아... 허리로 바람도 새고..."
(트라이 본 사람은 알겠죠?)
"뭐... 괜찮아요...."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살그머니 다가와서
살짝 뭉친 눈뭉치를 바르가브의 목 뒤 쪽으로 집어넣었다.
바르가브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소리쳤다.
"왁ㅡ!! 차가워!!"
"응? ...야, 왜 그래?"
"윽. 누... 누가...?"
그들의 뒤에는 빙글거리는 미소의 보라색 단발머리의...
검은색 신관복, 아니 스키복 차림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곧 꾸벅하고 공손한 인사를 올렸다.
"여ㅡ 바르가브씨 안녕하세요~ 가브님도 안녕하시구요?"
"제... 로스?"
가브와 바르가브는 놀란 표정으로 동시에 외쳤다.
"저희가 먼저 온 것 같네요. 아하하하."
넉살좋게 웃는 제로스와 달리 바르가브는 조금 굳어진 얼굴로
옷을 뒤적거리다가 눈덩이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이거..... 니 꺼지?"
바르가브의 이마에는 자그마한 힘줄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이... 장난 좀 친거 가지고... 뭐."
그 때... 빙긋 웃음을 짓는 제로스에 대해서
바르가브는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도 장난 좀 쳐보자.... ^^+"
"아... 지... 진정하세요 바르가브씨!! ^^;;"
바르가브는 곧장 제로스를 깔아뭉개고 한 손으로 눈을 뭉쳤다.
"야, 그렇게 같은 수준으로 놀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가브는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을 던졌다. 그 대답은 제로스가 했다.
"그야..... 바르가브씨가 가브님과 같은 수준인 걸 어쩌겠습니까?"
...가브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장검을 뽑아들고 다른 손으로
제로스 멱살을 잡아올리면서 빙긋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수신관 제로스, 너 말 다했니? ^^ +"
"저어... 그건, 비밀입니다♡....."
그 때.
"기다려라!! 마룡왕 가브!!!"
갑작스레 근엄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역 대합실 입구에 연한 푸른색에 강한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넣은
방한 코트를 입은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우아하게 굴곡이 진 길다란 남색 머리칼의 대단한 미인이었다...
"나의 충실한 신관을 건드리지 마라!"
가브는 제로스를 살짝 내려놓고 제라스 쪽을 스윽 노려보았다.
"호오. 내숭의 여왕의 강림이시군... 그나저나 그거 웬 컵라면이냐?"
아하, 그러고보니 수왕 제라스 메탈리움은 한 손에 젓가락을,
다른 한 손에 컵라면을 들고 있었다.
"이... 이건 날이 좀 추워서 새참으로 먹는거야! 어쨌든! 말 다했어?"
"아직 한참 남았지만, 할 필요 없지!!"
問答無用!!
제라스 VS 가브.....
Round 1 FIGHT!!
갑자기... 머리를 세 개 가진 거대한 붉은색 드래곤과 남색의 거대한 늑대가
알래스카 역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짐승(?)은 각자 붉은색과 푸른색의 기운에 휩싸인 채...
서로를 향해 거칠게 표효하며 엄청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가브님! 제라스님! 제발 그만 두세요오!!!"
뒤에서 바르가브가 절규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제로스도 한숨을 푹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이런이런, 저 모습으로 돌아가실 만큼 흥분들을 하셨군요.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어쩌죠?
이 지역이 곧 풀 한 포기 남아나지 않는 폐허가 될 일은 불보듯 뻔한 일인데..."
바르가브는 옆의 제로스를 팍 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네 탓이야... 네가 먼저 눈덩이로 장난을 쳐서..."
"그게 어째서 제 탓입니까? 애초부터 그런 부실한 옷을 입고 와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장난을 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정신적 원인을 제공한 바르가브씨의 잘못이죠."
"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제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
".....해볼 테냐?"
잠시 뒤.
갑자기 붉은색과 검은색의 기운이 맹렬히 솟구치더니.....
가브와 제라스의 전투가 벌어진 그 옆에 상대적으로 `조그만' 분쟁이 하나 더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니들... 이제 쯤 그만 두는게 어때?"
조용조용하지만.... 분노에 가득한 목소리...
그 정체는 까맣게 그을린 명왕 헬마스터 피브리조와 세이그람이었다.....
넷은 순식간에 싸움을 멈췄다.
"앗... 앗, 피브리조구나. 오랜만... 이네?"
"오호.. 여전히 건강하나보네, 세이그람도 잘 있어?..."
"이야~ 헬마스터님 이시네요~ 안녕하세요.....?"
"저어... 안녕하세요... 세이그람도 안녕....."
네 명... 아니 네 마족은 멋적게 웃으면서 각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피브리조는 그 조그만 주먹을 부르르 꼭 쥐면서 대답했다...
"전혀 안녕하지 않아..... 방금 너희들 싸움의 여파로 타고오던 기차가 탈선했어..."
막 네명이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이전에 이 곳이 기차역이었다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쑥밭이 되어... 황량한 벌판이 되어있었다.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폭풍이라도 몰아쳤나...?"
"그러게, 방금까지만 해도 날씨 좋~~았는데....."
"거 참, 별일이네요. 안 그래요?"
"음... 정말."
네 명은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손발이 척척 맞게 딴청을 피웠다.
"끝까지..... 시치미 뗄거야?"
"무얼?" ×4
"............"
문득 피브리조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피브리조님..."
세이그람이 걱정스러운 표정...
아, 세이그람은 얼굴이 없었지... 여하튼 걱정스러운 태도로 말을 건네었다.
"우아아악!! 안 돼... 안된다고!! 겨우겨우 틈을 내서 놀러온...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남겨야 할 겨울 여행에
벌써부터 이런 암울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다니~~ 이래선 안 돼!!!"
피브리조는 머리를 감싸쥐며 절규했다.
"아, 모두들 와 있었네."
갑자기 나타난 해왕 다루핀이 여전히 낚시용 밀짚모자와 낚싯대를 걸머진 채 인사를 했다.
제일 기뻐한 것은 역시 그의 제일 친한 친구인 마룡왕 가브였다.
"야~ 다루핀! 오랜만이구나! 너... 또 낚시하다가 왔지?"
"뭐, 그래..... 이게 대체 몇 년 만이지?"
다루핀은 가브와 악수를 하면서 여느 때의 사람좋은.....
아니 마족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 근데 기차역이 박살나고 기차는 탈선했는데 어떻게 왔어?"
문득 던져진 피브리조의 질문에 다루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응.... 그야... 텔레포트해서 왔지."
갑자기... 엄청난 풍압의 시베리아 한랭성 저기압의 바람이 주위를 덮쳤다.
"어?... 왜들... 그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다루핀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와 달리 다른 마왕들과 신관들은 모두 저-멀리 둥그렇게 주저앉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 그래.. 그 방법이 있었지... 으으윽!! 기차값 아낄 수 있었는데..."
"제로스... 넌 그거 생각 안 하고 뭐한거니...?"
"아니... 저 그게..."
"마족의 기본적 능력을..... 으휴."
어쨌든.
다시 충격에서 헤어난 마왕들은 다시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다.
"자, 그럼 다 모인 것 같은데... 정작 초대한 다이너스트는 어디있지?
시간..... 되었는데."
"글쎄......"
그 때, 갑자기.
"저, 피브리조, 가브, 제라스, 다루핀 마왕님들 맞죠? 어서오세요!"
주루륵 땋은 머리의 시골처녀 같은 느낌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빙긋 웃음을 띄고 달려와 꾸벅 인사했다.
"패왕장군, 세라입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하아, 하아..."
"아... 네가 그 다이너스트네 장군이니? 근데 다이너스트 본인은?"
피브리조가 그 인사를 받고는 곧장 세라에게 물어보았다.
"저어..... 급하게 여행을 정하는 바람에... 산장 예약하러 가셨어요."
제라스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뭐하러 늦었니?"
"저어... 길이 막혀서....."
"그럼..... 손에 들린 가수 콘서트 입장권은 뭐야...?"
.....세라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에 들린 입장권을 깨닫곤 깜짝 놀라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가 가득한 `애교 미소'를 지었다.
"아...... 저 말이죠... 실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라서..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다 팔리기 전에 미리 예매하고 오느라고.....
금방 끝내고 오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늦었네요... 에헤헤헷."
"그래... 고생했겠구나. 그래도, 그거 구한 게 어디니? 정말 다행이다."
태평하게 걱정을 해 주는 다루핀이었다.
여하튼... 열심히 변명을 하는 세라에 감명을 받은(?) 가브는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다이너스트도 이래저래 고생이 많겠군..... 어쨌든 가자."
이번에 모두는 텔레포트로 장소를 이동했다.
"와아~~!! 멋진 산장이다!!"
피브리조는 신이나서 눈 위를 팔짝팔짝 뛰면서 소리쳤다.
도착한 산장 주위 공터에는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여러 그루 심어져 있었다...
하얀색 페일트 칠을 한 바탕에 검은 색 지붕을 가진 2층 산장이었다.
"야~ 모두들 와 주었구나!"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다이너스트가 모두를 맞아주었다.
"어이, 오랜만이다. 흠... 괜찮은 터를 잡았네?"
가브의 말에 다이너스트는 쓱-하고 앞머리를 쓸어올리곤 웃으며 말했다.
"뭐, 이 정도 쯤이야. 그래야 패왕(覇王)이지!"
(자신의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다이너스트...)
"후.. 나의 우아한 기품에 어울리는 곳이군."
제라스도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음..... 이 부근에서는 낚시 할 수 있을까?"
다루핀은 물길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한편.
여유잡고 있는 마왕들 뒤에서 열심히 짐을 나르고 있는 가엾은 신관들...
"겨우 일박 이일 여행에 어째서 이렇게 짐이 많은거지...?"
세이그람이 낮게 투덜대자 커다란 백을 지고가던 제로스도 한 마디 했다.
"그러게 말이죠. 정말... 그런데... 그러고보니, 다루핀 님의 부하는 오지 않았네요.
어쩐 일일까요? 한 마족이라도 더 있으면 일손이 덜텐데."
문득 트렁크들을 주르륵 쌓고 있던 바르가브가 불쑥 말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
"넹?"
"분명히 그 쪽은 다루핀님이 낚시하러 다니느라고 내팽개친
공무집행을 수행하느라고 여가를 낼 수 없을거야..."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훌륭한 핑계. 해신관,해장군은 아직 안 나왔으니까!)
그 말에 두 신관들은 고개를 깊숙히 끄덕였다.
"호오..... 상당히 그럴 듯 한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군요..."
문득 산장 안 쪽에서 남색 머리의 소녀가 타다닥 달려나왔다.
"아! 늦어서 죄송해요. 짐 정리 도와드릴까요?"
"아니... 됐어요. 세라양. 이젠 다 했거든요."
제로스가 여느 때의 빙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세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달려오다가 그만 미끄러운 눈을 밟고
쭈-욱 미끄러져 기껏 열심히 쌓아놓았던 가방더미에 충돌했다.
콰당탕!!
조금 뒤...
세라는 엉망으로 흩어진 가방더미 속에서 간신히 머리를 내밀곤...
주위 상황을 둘러보면서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어........"
".....아까 말 취소할께. 좀 도와줘."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는 제로스와
한 쪽 구석에 물러서서 울고 있는 세이그람을 대신해... 바르가브가 간신히 말했다.
다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간신히 가방들을 다시 쌓아놓은 장군, 신관들은 한숨을 돌렸다.
세라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저... 아까 소개를 제대로 못했는데... 오빠들은?"
"어... 저 난 바르가브... 용신관."
"예, 저는 수신관 제로스여요."
"이 몸은... 명신관 세이그람입니다."
"음... 나도 정식 소개를 하죠!"
세라가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고, 윙크를 하면서 손가락을 쭈욱 편
귀여운 포즈를 잡아가면서 외쳤다.
"내 이름, 패왕 장군 세라!
북극의 마왕, 우리 패왕 다이너스트-그라우세라님의 직속장군이어요.
아, 참고로 신관은 그라우인데 이번엔 사정이 있어서 못 왔죠."
"가만... 신관이 그라우.......?"
"장군은....... 세라?"
"그 두 개를 붙이면....."
세 신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어때요? 내 이름 예쁘죠?..... 우후후♡"
"어..... 저.."
그 때 제로스는 바르가브의 어깨에 손을 턱 하고 올려놓았다.
"바르가브씨... 아직 어린 소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게 좋겠어요."
"음....."
"근데... 세이그람 오빠는 왜 그렇게 흉칙하게 생겼어요?
다른 오빠들은 정말 잘 생겼는데..... 그에 비하면 꼭 영화에 나오는 괴물같아요."
세라는 일행들을 죽 둘러보며 `아무 생각없는' 환한 소녀의 미소를 얼굴에 떠올린 채 말했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심하게 가진 세이그람은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자신은 이렇게 생긴 것일까.....?
사실 다른 잘.생.긴. 신관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이 바캉스도 오고 싶지 않았는데...
피브리조가 어떤 말썽을 부릴까 걱정이 되어서 억지로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픈 곳을 찔렸으니...
"흐윽........ 그래... 난 세상이 싫어!! 피브리조 님, 미워!!"
그 애달픈 절규를 남기고 세이그람은 산장의 저 편으로 달려가버렸다.
"세이그람씨!!"
제로스의 안쓰러운 외침도 별 소용없었다.
"에? 에? 왜 저래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세라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후~ 말조심해야지... 세이그람은 외모 이야기 싫어한다고..."
"상처를 많이 받으셨을거 같네요..."
".......그런!"
세라는 문득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세이그람 오빠가... 마음의 상처..를?"
그녀의 조그만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 없었는데!!
물론 세이그람 오빠가 꿈에서 보면 절규를 하며 깨어날 정도로 흉칙하게 생기고,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가 보아도 기절해서 사흘 밤낮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징그러운 외모를 가지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마음이 중요한 것인데...
하긴 세이그람 오빤 너무 못생겨서 평생을 가도 정말 질색일 거 같지만...
진정한 인간, 아니 마족적인 관계를 맺은 가능성이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있다고요. 내가... 세이그람 오빠에게 상처를 입혔어요..."
세라는 조용히 손을 모아쥐고 그렇게 되뇌었다...(무슨 소릴하는거야?)
"그래요... 저의 `소녀의 순수한 말과 마음'으로
상처받은 세이그람 오빠를 위로하러 가야겠어요..."
"설마... 아까 전의 그 말로 위로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낮게 중얼거리는 바르가브의 말을 뒤로 하고 달려가려던 세라는
다시 가방 쌓아놓은 것 위에 미끄러졌다.
그러나... 곧 굳건하게 벌떡 일어나 다시 세이그람이 달려간 쪽으로 달려갔다.
"세이그람 오빠!!! .....제가 위로해드릴께요!"
뒤에 남겨진 것은 용신관 바르가브와 수신관 제로스.....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무너져 버린 가방 더미였다.
"다시 쌓아야 겠군."
"예."
두 신관들은 이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산장.
"와아~~ 여기 부엌도 있네?"
"거실에 텔레비젼도 있고....."
"목욕탕도 대중탕 사이즈로 있어."
잔 일거리들을 모두 신관 및 장군들에게 위임하고 마왕들은
왁자하고 한가하게 집들이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다루핀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커다란 양동이를 가져다 놓고
그 속에다 낚싯줄을 드리워 마루 한 구석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다루핀, 그 속에 잡을 만한 물고기가 있냐?"
약간은 기가 막혀하는 가브의 말에 다루핀은 고개를 침착하게 끄덕였다.
"아까 내가 잡아온 붕어 몇 마리 집어넣었거든...
그 보다 조용히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물고기는 살기를 느끼면 잘 잡히지 않으니까."
그리고.... 조금 뒤, 결정할 게 있다는 피브리조의 이야기에 따라
마왕들은 모두 거실에 모였다.
그 때쯤, 바르가브와 제로스도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돌아왔다.
세라는 일찌감치 앉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고 있었고...
세이그람도 침울한 표정... 아니 태도로 거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잠깐 나 좀 봐!!"
피브리조는 갑자기 당당하고 엄숙한 얼굴로 나섰다.
하지만 키가 작았기 때문에.... 식탁 위에 올라가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모두 잘 들어둬. 우린... 이번 여행만은 제대로 좀 놀자.
저.번.처.럼 난동을 부려 여행을 망치는 것은 절대 안 돼!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규칙을 정해두자!"
"무슨... 규칙?"
다른 마왕들의 질문에 대해, 피브리조는 근엄하고 굳건한 어조로 외쳤다.
"앞으로, 힘을 지나치게 과다하게 써서 여행을 망치는 사람,
아니 마왕은 다른 마왕들의 하루치 업무 다 떠맡아서 하기!!"
순간.
여전히 낚시질에 여념이 없는 다루핀을 제외한 마왕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사실...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은 결코 만화에서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하들 월급 주는 것에서부터 사무소 임대료, 노동조합과의 마찰등
어려운 일들을 이겨내며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그들 마왕들은
평범한 인간들이 상상하기 조차 불가능한 양의 어마어마한 서류와 업무를 처리해야했다.
그런데 그 모든 마왕들의 업무를 하루동안 맡아서 한다면...
뭐 하루동안 다른 마왕들이야 편하겠지만...
"뭐.. 그러면 나쁜 건 없지만....."
문득 가브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둘이 싸우면 어떻게 되지?"
"둘이 이틀동안 맡는거지 뭐."
이번엔 제로스의 질문.
"저어..... 장군, 신관들이 일을 벌리면 어떻게 해요?"
"그야.. 그 주인이 일을 다 떠 맡는거야."
"좋아, 그렇게 하자!"
결국 민주적인 다수결의 원칙으로서 피브리조의 안은 채택되었다.
문득... 가브는 옆에 앉은 제라스에게 귓속말을 건네었다...
"어이, 제라스....."
"왜? 가브..."
"우리... 이번만은 싸우지 말자."
".....그래."
한편.
피브리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야심찬(?) 두 번째 계획을 모두에게 말했다.
"한 가지 더!!"
"또 뭐... 야?"
"일박 이일동안 식사문제 말야. 내가 쭉 계산해 보니까 딱 다섯 끼를 먹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다섯 마왕들이 돌아가면서 한 끼씩 하자구!"
".......뭐어어어엇!!?"
마왕들에 장군, 신관들까지 합해 경악에 찬 합창소리가 온 산장을 울렸다.
"이... 이 것은 사실상의 요리대회....."
"이럴 줄 알았으면 요리 연습이나 해 올걸..."
마왕, 신관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한동안 패닉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문득 다이너스트는 자신의 장군, 세라를 스윽 돌아보았다.
"저.. 세라야, 요리.. 잘하니?"
그 순간.
피브리조가 단단히 못을 박았다.
"덧붙여, 신관들에게 떠 맡기는 것은 불허!
그리고 순서는 여기 만들어둔 제비가 있으니까,
하나씩 뽑아서 1에서부터 5까지 결정하도록 하자."
결국..... 마왕들은 떨리는 손으로 제비를 하나씩 뽑아들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쨌든간에 또 다시 잠시 뒤.
방에서 각자의 짐 정리를 다 끝낸 마왕들은 다시 거실에 모였다.
"우선.... 아침이나 먹어야겠는데."
"준비 되었을까? 가보자구."
식탁 위에는... 컵라면 아홉 개와 젓가락 아홉 쌍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 김치 몇 조각도 놓여있었고.
참으로... 간촐한 식사판이었다.
"이거... 누구야?"
다이너스트가 낮게 말할 때였다.
문 밖에서 바르가브가 주전자를 들고 들어왔다.
"저어... 물 다 끓었는데요?"
"그래, 가브였군......"
제라스가 눈을 꼭 감고 이를 부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여하튼 간에 그렇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스키를 못한다면 말도 안 되었다.
식후 디저트로 당근 주스를 마시던 제라스는
열심히 스키용구를 점검하고 있는 다이너스트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봐ㅡ 다이너스트! 스키장이 이 부근에 있어?"
"그런건 아니지만... 이 옆의 언덕 경사면이 스키타기는 좋은 데야.
가보겠어?"
"야ㅡ호!! 신난다!"
피브리조는 파란색의 방한복에 끝에 솜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세이그람이 마련해 준 스노우 보드를 타고 있었다.
언제 연습했는지 스노우 보드로 갖은 재주를 부려가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 아니 魔生을 즐기는 피브리조였다.
"피브리조님!! 위험한 재주는 하지마세요!! 이상한 곳 가지 말구요!!"
그의 충실한 신관 겸 보모 세이그람은 걱정스러운 표정... 아니 태도로
그 뒤를 열심히 따라가면서 외쳤다.
"걱정마, 걱정마!!"
귀여운 연두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면서 피브리조는
세이그람 쪽을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 직후,
피브리조는 자신의 앞에 있던 삼나무 한 그루에 무지무지 세게 충돌했다.
"아파아..... T_T 훌쩍 훌쩍....."
나무에 코알라 형태로 매달린 채 울고 있는 피브리조에게
세이그람이 황급히 다가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면서 위로했다.
"거 봐요. 조심해야죠! 그만... 뚝!!"
"저것이 과연... 죽음을 지배하는 자, 헬마스터 피브리조란 말인가..."
예전에는 용족이었던 용신관 바르가브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용족이었을 때 배우고 또 알고 있었던
마왕들의 사악한 이미지가 산산히 부서져가고 있었다.....
아참, 잊을 뻔 했는데 지금의 바르가브는 예전 옷 대신
푸른색과 녹색을 베이스로 한 자신의 스키복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바르가브씨, 스키 안 타나요?"
뒤에서 제로스가 검은색 스키복에 보라색 목도리를 두른 채
녹색을 기조로 된 바르가브의 스키용구를 들고 왔다.
"아... 내 거잖아? ...고마워."
문득... 제로스는 눈을 살짝 떠서 그의 보라색 눈동자를 드러내고는
바르가브에게 말을 걸었다.
"바르가브씨. 각자 용신관과 수신관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어디 한 번 스키 대결을 해 보겠어요?"
바르가브는 곧장 이마에 쓴 고글을 내리고 날카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흥...... 그 정도는 사양하지 않겠다."
조금 뒤.
"으아악!"
"에고고고....."
두 신관은 너나할 거 없이 전혀 제대로 서지 못하고 납작하게 엎어졌다.
"그러니까! 다리를 좀더 오므리고 허리를 굽히고 일어서봐요!"
옆에서 열심히 가르치던 세라가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이지 오빠들 처럼 못하는 마족들도 처음이어요!!"
바르가브와 제로스는 서로 겹쳐 처참하게 엎어진 채로 중얼거렸다...
"윽... 스타일 구겼네..... 이건 작가의... 농간인가?"
"흑..... 수신관이라고 해서 스포츠 만능은 될 수 없는 건가봐요..."
다행히(?) 다른 마왕들도 상황은 다를게 없었다.
제라스는 간신히 다리를 비틀어가며 일어섰기는 했지만...
곧장 뒤로 넘어져 버렸다.
한편 가브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뒤 나무 아래에 얌전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쯔쯔... 가엾은 중생들, 패왕의 스키란 이렇게 타는거야!"
결국 다이너스트는 혀를 차면서 스키 막대기를 잡고
(폴더스틱 어쩌고였는데 자세힌 몰라요.) 지면을 찼다.
은색의 희미한 안개를 뒤에 남기며 유려한 자세로 지면을 타고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렇게... 스키로 멋지게 커브를 돌면서 내려가는 도중이었다.
갑작스레 그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엄청나게 잃고 바닥에 주르륵 엎어졌다.
왜냐하면... 그 앞에 다루핀이 스키루트 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놓은 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루핀... 뭐해?"
간신히 눈 속에서 고개를 들어올린 다이너스트가 말하자
다루핀은 얼굴을 돌리고 낚시대를 들어보였다.
"음..... 보다시피 낚시. 여기에 괜찮은 지하수 물길이 있어서..."
"물고기나 있어?"
"글쎄... 잘은 모르겠어. 하지만 안 잡혀도 할 수 없지 뭐."
여전히 낚시에 열중하는 다루핀의 등 뒤에 대고 다이너스트가 절규했다.
"야 임마! 여긴 스키 루트야! 그 한 가운데에서 낚시하는 놈이 어디있냐!!!"
그러나, 다루핀은 낚시에 집중한 관계로... 전혀 듣고있는 것 같지 않았다.
어쨌든, 야심에 찬 스키계획은 스키에 대한 운동감각이 전혀없는 불행한 마족들로 인해
저 하늘의 별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슬슬 태양이 머리 바로 위로 떠올랐다.
어느 새 그 자리에 있던 마족들은 다이너스트, 세라, 다루핀을 제외하고는
전부 부상으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뭐... 스키 좀 못한다고 해서 정신체인 마족들이 육체적 상처를 입을 리 만무했지만,
너무나도 겨울운동을 못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정신적인 타격을 준 것이었다. (말도 안 돼지...)
"음..... 이젠 그만 두고 밥이나 먹자. 이번에 점심은 누구야?"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피브리조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
다이너스트가 나섰다.
"미리 산장에다가 차려두었으니까... 가서 먹자구."
"그걸.....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언제 다 해 놨냐?"
다이너스트는 제라스의 질문에 슬쩍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여유있게 말했다.
"훗... 패왕(覇王)이라면 그 정도 쯤은 아주 손쉽게 기.본.적.으로 할 수 있지.
이제 너희들에게 북극곰 정식을 먹게 해주겠어!!"
"북극곰... 정식?"
조금 뒤 산장.
다이너스트는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채 한바탕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북극곰은 겨울에 겨울잠을 푹 자기 위해 펭귄을 400마리 정도나 잡아먹어서
몸에 양분을 잔뜩 저축해 두지 않으면 안 돼지.
그런 북극곰도 이 식사 한 번이면 겨울잠은 충분히 잘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진 게' 바로 북극곰 정식이야.
북극의 명물요리지! 자~~ 양껏 먹으라고."
"그러니까... 저어..... 질문있는데요?"
문득 제로스가 손을 들었다.
"뭐야?"
"...북극곰이 동면을 했었나요?"
바르가브도 손을 들었다.
"저도 궁금한 게..... 펭귄은.. 남극에서만 사는 게 아니었나요?"
한 순간 다이너스트는 石... 아니 얼음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곧 냉정을 되찾곤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을 쌍으로 들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수신관, 그리고 용신관... 자네들, 점심이 먹고 싶은건가...
아니면 점심 메뉴가 되고 싶은건가? 마침...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바르가브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제로스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뇨, 배가 고파서 빨리 점심이 먹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소문을 듣자하니 북극곰도 야근에 피곤해서 겨울잠을 자고,
펭귄도 북극으로 이민을 간다더군요. 아하하하... ^^;;"
"그래, 그렇지....? ^^ "
그제야 다이너스트는 식칼을 내려놓고 부엌 쪽으로 향했다.
그 뒤에 마왕들이 수군거렸다.
"스스로의 의지로 자연법칙을 바꾸다니..."
"저건..... 폭군이야..."
"그러니 패왕(覇王=Dynast)이지 뭐."
어쨌든.
조금 뒤 식탁 위에는 잘 익은 군고구마가 빈틈없이 가득가득 `쌓여있었다.'
"난 사실 요리를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자주 간식으로 먹는 거로 했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군고구마야. 내 부하애 들이 다 잘 먹은거고,
세라한테 요리 감수도 받았으니까 맛은 괜찮을 거야. 아, 충분히 했으니까, 양껏 먹어."
한편. 커튼 사이로 보이는... 부엌에는 놓여있던 모든 그릇이라는 그릇에는
모두 군고구마가 넘칠 듯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양은 언듯 보아도 3개 사단은 충분히 먹일 만한 양이었다.
가브는 조금 먹다가
여전히 앞치마를 두른 채 아주아주 만족하는 듯한 미소를 띄고 있는 다이너스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군고구마가 왜 이렇게 물기가 없고 바짝 말라있냐?"
"아, 전기구이 고구마거든."
문득 피브리조가 고구마를 들고 얼굴을 찡그린 채 말했다.
"음.... 근데 이거 좀 덜 익은 거 같아..."
"아, 실수했군... 알았어. 다시 구워줄께..... 다이너스트 브라스!!"
빠지지직~~~~!!!
"자, 이제 잘 구워졌지?"
피브리조는 머리카락이 다 버쩍선 채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응, 정말...... 잘 익었..."
콰당!
"정신차리세요 피브리조 님!!"
세이그람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피브리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독단적이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위험한 행동인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다이너스트였다.
과연... 패왕이란 이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두 시간 동안의 기나긴 식사에도 불구하고 부엌에 가득찬 군고구마들은
전혀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마왕들과 신관들은 문득 튀어나온 다이너스트의 말에
다시 한번 엎어질 수 밖에 없었다.
"실컷 먹어. 산장 밖에도 자아~안뜩 쌓아두었으니까."
또 다시 두 시간이 지났지만...
역시 군고구마들은 그들이 마치 1초당 두 개로 나뉘어지는
체세포 분열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느껴질 정도로 전혀 줄어들 줄 몰랐다.
"더..... 이상은 안 돼....."
천천히 일행들 중에는 낮은 목소리의 절규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이너스트는 자신을 원망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와~~ 벌써 다 먹었네? 이제 산장 밖에 쌓여있는 거 더 가져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다이너스트가 황급히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간 사이.
피브리조가 음침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앞아있는 가브를 바라보았다.
"할 수 없지......... 가브! 네가 책임지고 다 먹어!"
피브리조의 말에 가브는 깜짝 놀라 엉겹걸에 소리를 질렀다.
"엣? 내가..... 왜?"
"이 많은 먹을 거 먹을 수도 없고... 버리기 아깝잖아?
그러니까... 네가 빨리 거대한 카오스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다 먹으라고!!"
".....그러는 니들은!!"
"늑대는 그렇게 안 커." (제라스)
"나는... 별다른 모양이 없거든?" (피브리조)
"........" (다루핀, 물컵에다가 낚시 중...)
가브는 황급히 다루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다루핀... 너 우리들과의 진실된 우정을 걸고
길이 50m의 거대한 고래로 변신해 줄 수 없니?"
"저..... 난 돌고래(dolphin = 돌핀)인데....."
이번엔 자신의 충실한 신관인 바르가브에게...
"바르가브... 너 어떻게 드래곤으로 변신 할 수 없니?"
"저... 그랬다가는 한 달이나 계속 몸이 안 좋아진다고요..."
"빨리 먹어!!"
뒤에서 피브리조가 외쳤다.
"후유~~~~~~"
한동안 가브는 벽에 기대어 자신의 잔혹한 운명을 한탄했다...
어쨌든, 결과부터 말하면 그 엄청난 양의 저녁식사 처리는
마룡왕 가브의 아름답고 헌신적인 희생(?)에 의해 모두 깨끗하게 마무리지어졌다.
잠시 뒤.
수왕 제라스-메탈리움은 근엄한 표정으로 자신의 충실한 신관, 제로스를 돌아보았다.
"가자, 제로스!"
그러나... 제로스는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저.. 제라스 님. 저는... 갈 수 없습니다."
"뭐.....?"
제라스는 눈에 서늘한 노기를 머금은 채 제로스를 노려보았다.
"감히 내 의지를 거역하겠다는 건가... 제로스?"
"하지만..... 제라스님....."
"반항하는 거냐?
역시 신관과 장군을 합친 힘을 동시에 가지게 한 금기를 범하며까지
너를 창조한 것이 나의 실수였나..... 실수였단 말인가!!"
결국..... 제로스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전 여탕에는 들어갈 순 없잖습니까..."
휘잉.....
잠시 찬 바람 썰렁...
"아..... 그랬... 나?"
그제서야 제라스는 자신이 서 있는 욕탕 입구에 붉은 색으로 커다랗게 쓰여진
`女'자를 보게 되었다.
"자기 부하 성별도 모르다니... 쯧쯧쯧..... 갈 때 다 됐군."
옆에서 목욕용품을 한바구니 가득 챙겨든 가브가 중얼거리면서 지나갔다.
(어느 새 부활......)
"캭! 저게!!"
"저... 제라스님, 업무!!"
제라스의 손에 머문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듯한 강렬한 녹색의 빛은
다급한 제로스의 외침과 함께 사라졌다.
"윽..... 그래.....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 내가 참아야지..."
"자~~ 자, 들어가자고. 세이그람! 이따가 내 등좀 밀어줘!"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남탕으로 향하는 피브리조의 뒤를
비누와 때밀이 수건을 챙겨든 세이그람이 따라갔다.
"네에, 물론이지요~~~ 피브리조님."
그 뒤를 다이너스트와 바르가브가 따랐다.
그러고보니... 이 곳에 온 마족들은 대다수가 남자였다.
마족에게 성별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런..... 그럼... 내 등은 누가 밀어주지?"
"제라스 님! 제가 해 드릴께요."
땋은 머리를 풀어내린 세라가 방실방실 웃으면서 탁탁 뛰어왔다.
중간에 미끄러져 쭈-욱 넘어졌지만.
그제야 제라스의 얼굴이 펴졌다.
"아~ 그래, 고맙다. 세라."
그래도... 웬지 시무룩하게 섭섭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다시 떠 올랐다.
"그래도... 이왕이면 내 부하랑 목욕하는 게 나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제로스를 여자로 만들걸... 음, 지금이라도 다시 만들까?"
"저... 사양할께요..."
제로스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슬금슬금 목욕탕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어쨌든 간에 여탕.
상황 묘사는... 생략. (쯔...... 상상하지 마세요! 특히 남자들!!)
"와아! 물이 따뜻해!!"
세라는 욕탕안에 몸을 푹 담근 채 신이나서 소리쳤다.
"후흣~~ 기분 좋~다."
제라스도 빙-긋 만족한 미소를 지은 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수에
발갛게 달구어진 얼굴을 닦았다.
"얘! 세라야?"
"왜요? 제라스님?"
"너 이번 여행온 신관오빠들 중... 누가 제일 맘에 드니?"
"글쎄요... 바르가브 오빤 터프한 거 같구... 제로스 오빤 귀엽고.
음, 모두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명신관 세이그람은?"
세라는 제라스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생각할 거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럼, 제라스 님은 마왕님들 중 누가 제일 좋으세요?"
"글쎄. 우선 피브리조는 꼬맹이니까 제외하고(?),
다루핀은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착한 녀석이고,
다이너스트는... 그 나르시스트는 잘 모르겠어.
가브는... 으그그... 생각만 해도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군..."
"가브님이 뭐 어떤데요?"
".....이야기 하자면 길어. 그 기나긴 세월 동안의 원한을....!!"
제라스는 주먹을 꼭 쥐고 이빨을 부드득 갈었다...
한편 남탕.
상황묘사...를 하고는 싶지만 남탕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관계로 생략!
"하아~~~ 역시 온천이 좋아!! 그 동안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군..."
가브는 온천 물 위에 술잔을 둥둥 띄워놓고 스트레이트로 계속 마셨다.
다루핀은 얼굴이 달아 오른 채로 한 쪽 구석에 엎드려 있었다.
"후유..... 후끈후끈 해..."
한편 피브리조는 튜브를 낀 채로 이리저리 수영을 하고 다녔다.
그걸 보던 다이너스트가 한 마디 했다.
"이봐! 매너없게.. 여기는 수영장이 아니잖아?"
피브리조는 살짝 얼굴 표정을 찌푸리고 말했다.
"마! 너희들은 키가 크지만... 탕이 너무 깊어서 난 빠진다구!!"
바르가브와 제로스도 당당히(?) 욕탕 한 구석에 앉아있었다.
바르가브는 평소 세우고 다니던 머리카락이 습기에 젖어 축 내려져 있었다.
"이야~ 바르가브 씨 머리가 꼭 말라 비틀어진 미역 줄기 같네요?"
"...너 말 다했니? --+"
그걸 지켜보던 다루핀이 문득 다이너스트를 바라보고 말했다.
"쟤네들 또 싸우네..... 저걸 가지고 어른 싸움이 애들 싸움이 된 거라고 하지 않아?"
"그렇지 뭐. 완전히 가브와 제라스 복각판이야..."
(물론, 세이그람... 도 있기는 했는데 그 자세한 묘사는 생략.)
문득... 술을 마시던 가브가 술잔을 탁 내려놓고 일동을 둘러보았다.
"자, 이제 남자의 낭만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응? 남자의 낭만... 이라니?"
"모르는 척 시침떼지 마. 여탕 엿보기가 있잖아?"
순간... 주위에는 대단위 충격파로 휩싸였다. 딱 하나 다루핀을 제외하고.
"아하, 그랬군. 넌 정말 기가 막힌 걸 잘도 생각해 낸다."
"........"
"저, 저어...... 가브....... 님... 설마... 진심...?"
바로 옆에서 탕 속에 코 아랫 쪽까지 푹 잠긴 채
얼굴이 새~빨개진 바르가브가 말을 더듬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가브는 태연히 술잔을 넘기면서 대꾸했다.
"뭐..... 난 흥미없다. 볼게 있다면 모를까,
제라스는 그 볼륨없는 몸매에 볼 것도 없고, 세라는 아직 쪼그맣잖아?"
"아닙니다!"
자신의 창조자이자 주인인 수왕을 두둔하기 위한 충성스런 일념만으로 꽁꽁뭉친
수신관 제로스는 갑자기 욕탕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제라스님이 얼마나 육체파 미인이신데요? 위에서부터 88..... 흡!!"
제로스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88? 휘익~~"
"흠... 생각 외로군, 꽤 괜찮은데?"
"허리는 몇이야?"
모두 한 마디씩 하는 주위 마왕들에
제로스는 정말로 당황해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저, 그러니까...... 그게..."
보는 사람이 딱할 정도로 궁지에 몰린 수신관이었다.
"저... 제발 부탁이어요. 이거... 제가 말했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할까?"
"뭐, 그렇게 하죠......"
"그렇게 해 주십시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신관인 세이그람과 바르가브가 제로스의 편을 들어주었다.
"야, 그보다 너...... 어떻게 그런걸 다 알고 있는거야?"
약간 얼굴이 붉어져 있는 바르가브의 질문에 제로스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면서 낮게 말했다.
"저.. 저어, 그야 제라스님 새 옷을 대신 사러갈 때마다
제대로 치수에 맞게 사야하니까..."
"음.. 그렇군. 나는 그냥 성인용 제일 큰 거로 사오면 되는데."
"그런 거로는 바르가브씨가 편하겠네요."
"어쨌든, 가볼래?"
** 삭 제 **
<<이 글은 청소년 권장용이므로 문제 부분을 삭제합니다... 우하하!!>>
소동이 모두 끝난 후.
제라스는 분노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쳤다.
"어떻게 제로스..... 너마저도!!"
(You too, Brutus? : By CESAR)
세라도 비명을 지르다시피 해서 소리쳤다.
"정말 너무하세요, 다이너스트 님!!"
"아... 글쎄 저는 말리려고 간 거였다니까요...!!"
"나... 도 그렇다고!!"
두 남자는 처절히 변명을 했지만... 화가 날대로 난 두 여자가
과연 이해해 줄지는 정말로 미지수였다.
한편...
피브리조는 머리에 대야가 하나 박힌 채(!)로 주저앉아 있었고
세이그람이 약통을 가져와 얼굴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제라스는 주먹을 꼭 쥐고 부르르 떨더니 천정에 대고 크게 외쳤다.
"역시..... 남자들은 믿을 만한게 못 돼!! 모두 늑대야!!"
그 뒤쪽에서 눈가에 멍이 든 채 여전히 술을 마시던 가브가 대꾸했다.
"늑대는 너잖아....."
콰당!!
제라스는 문득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끝까지 걸고 넘어지는 군..... 이 빨강 도마뱀 자식이~~~~!!!"
"해 볼테냐!! 파란색 늑대!!"
가브는 어느 새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기다리세요!! 그 많은 업무들은 어떻게 해요~~~~~!!!!"
순간적으로 바르가브와 제로스의 합창에 의해 둘의 움직임은 딱 멈췄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하핫....;;재미있네요.하지만 세이그람은 명신관이 아닙니다.명장군,명신관 죽은 지 오래랍니다.
그냥 명신관이라고 치죠~ 꼭 태클 들어 가야 하겠습니까? 암튼 "야 임마! 여긴 스키 루트야! 그 한 가운데에서 낚시하는 놈이 어디있냐!!!" 그러나, 다루핀은 낚시에 집중한 관계로... 전혀 듣고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이 부분 넘 재미있어요~~~ >_<~
하하핫....;;태클이라뇨....;;저는 그냥 워낙 그 루머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바로잡아 주려는 순수한 마음 때문에 그런 거죠....;;만약 이 분이 먼저 알고 계셨다면....저 혼자 백드럼친 거죠.뭐....;;
아... 말머리 달아주심이; [푹]
지성,,, 저두 세이그람이 명신관이 아니란거 잘 알어요 ㅜ_ㅜ(갑자기 왜 우는이모티콘이..-_-^)읽어주셔서 감사
정말 정말 재밌습니다>_<* 마왕중에선 다루핀이..+_+; 제롯과 다이너스트.. 불쌍하군요;;
흠 언제 마족 신족 전체 같이 겨울여행을........... 다음편 기대 할께요!
우꼇습니다 늑대는너잖아! 이부분이 ㅎㅎㅎ
다루핀은 여자 성별 아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