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나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푸념뿐이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경영자들은
인건비 때문에
못해 먹겠다고 난리다.
원래 사람 사는 일이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늘 "그땐 괜찮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행복과 불행은
역시 마음먹기
나름인 듯싶다.
과거에
빈곤 속을 허덕일 때는
경제적 풍요만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분명히 생활은
향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불만족스러운 걸까.
어느 통계에 의하면
우리는 지금 30년 전보다
30배쯤 잘 산다고 한다.
먹는 물,
전기조차
부족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삶은
거의 극락(極樂) 수준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6·25 전쟁
직후여서겠지만
50년대 중반까지
우리는 호롱불을 켜고 살았었다.
전기는 하도
정전이 심해서
모든 집의 필수품은 양초였다.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못해서
부황 뜬 것처럼 누루퉁퉁했고,
점심시간에는
이를 잡으려고
머리에 DDT를
뿌려댔던 일이 눈에 선하다.
60년대
대학생들의
최신 패션은
남대문 시장에서 산
군인 워커를 신고,
국방색 야전 점퍼를 걸친 모습이였다.
등 뒤에 '염색'이라는 검은
페인트라도 쓰여진 것은
반항의 전형적 트렌드였다.
그와 같은
세대들에게
오늘의 젊은이들은
외계인 수준이다.
풍요가
일반화된 것이
부럽기도 하고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드는 것도
가슴 뿌듯하다.
다만 걱정인 것은
가난과 빈곤을 못 견디면
어찌나 하는 노파심이다.
그러나
옛날보다
잘 산다고 해서
오늘의
우리는 더 행복한가.
오히려 못 살던
그때를
더 그리워하는
이중적 잣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해답은
자명해진다.
지금 우리는 '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그 욕망은
언제나 갈증에 허덕인다.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 문명은
이쯤에서
자신의 위치를
성찰해야 할 때이다.
예부터
동양의 사상가들은
'지족(知足)'의 삶을
동경해 왔다.
'스스로의 처지에 만족한다'는
의미이겠지만
요즘 말로 하면
분수를 지킬 줄 아는 지혜
이리라 생각한다.
또 달리 해석해 보면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절제하는 쪽의 삶이
훨씬 가치로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욕망의 질주로서는
행복이 보장되지 못하지만
그것을 줄여가는 태도가
훨씬 인간답다는 말이다.
아직도
60억 인류 가운데
3분의 1은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어쩌다 한끼
먹고 돌아서면
다시 먹을 일이 막막한
절대 빈곤계층이다.
흔히 제 3세계라고 부르는
이 다수의 인간군은
오늘도
원시적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3분의 1은
교육과 문화를
상상도 할 수 없는
삶 속에 방치되어 있다.
간신히 먹고 사는 일이
해결은 되었지만
이른 바
인간다움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생이다.
이들에게
문화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사치스러운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다행이도 대한민국은
이 3분의 2 속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빵만으로 살지 못한다고
우아하게 말하고 있다.
더구나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 상위의 3분의 1 가운데도
최상급이다.
위를 보고 사노라면
억을한 생각이 들게되지만
그러나 밑을 내려다 보면
언제나
너그러워 질수 있다
지금의
불행이나 고통이
최악은 아니겠지 하는
자기 만족도 필요하다.
헤겔의
'번거로운 인생도
캔버스에 그려 넣으면
아름다운 법이다
라는 말 처럼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이 먹은 이들의 특권이다.
나이를 먹는 것은
서운한 면도 있지만
불편한 일만은 아니다.
내 삶도
객관화시킬 수 있고,
남에 대한
배려의 손길도 섬세해진다.
젊었을 때는
인생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했지만
나이 들면
그것을
관조(觀照)할수 있게 된다.
햇살도
여명의 눈부심보다는
황혼의 낙조가
더 멋있는 법이다.
결국
동양적인 공부는
나이 먹을수록 '
넉넉해져 가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분한 마음을 잠재워야 한다.
천년만년 살듯이
오만과 허세로
인생을 얼룩지게
해서는 안 된다.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미워하는 일에만
쏟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밉지만
용서할 줄 아는 것이
지성의 힘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양적(量的) 팽창이어서는
안 된다.
이웃을 위한
배려가 일상화되는
일이야말로
개인과 사회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여유로워 졌다고
먹고 마시며
노는 것에
너무 치우치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 방식에도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지금의 풍요를
지켜 나갈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