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체사레 마르케티가 색다른 상수를 제시했다.
훗날 ‘마르케티 상수’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날마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데 쓰는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일정하다는 것이다.
중세에도, 현대에도 사람들은 걷거나 차를 타며 이동속도가 달라졌어도 대체로 1시간 통근 거리를 오간다는 것이다.
이동속도가 빨라지면 도시는 팽창하는데 상수는 1시간 거리다.
경험적 사례를 다채롭게 분석해 그는 이런 상수가 유효함을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1시간 통근 패턴을 보여주는 여러 조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 조사나 다른 도시·교통공학 연구에서 비슷한 출퇴근 시간을 보여주는 결과가 있었으며,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자료에서도 2010년 도시인의 출근 시간은 10년 전과 비슷한 36.5분이었다.
서울이 40.8분으로 가장 길고 광주가 27.6분으로 가장 짧았다.
경험칙으로 제시된 상수이니 당연히 여러 반박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연구가 마르케티 가설을 다시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미국 보스턴, 유럽 포르투갈,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지국 위치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동거리, 교통수단, 출퇴근 문화는 나라마다 달랐지만 마르케티 상수가 유효함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마르케티는 옛 논문에서 일정한 통근 시간의 패턴을 인간의 영토본능, 여행본능으로 설명했다.
더 넓은 영역을 개척하려는 본능과 안식처의 보호를 받으려는 본능 간의 균형이 날마다 일정 시간 돌아다니는 행동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해석이 적절한지 따지기 전에, 인간 행동에 시공간을 넘는 어떤 본능적 패턴이 있다는 가설과 이를 둘러싼 입증과 반박 연구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대체로 1시간에 수렴한다는 통근 패턴은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오랜 행동양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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