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용을 갔다온 후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상증세를 보인 후 찡이는 미용을 끊었다. 그리고 솜씨없는 나의 야메미용이 시작되었다. 제일 어려운 게 얼굴쪽이라 제대로 못했더니 미남자 찡이가 노숙견이 되어 버렸다고 식구들 원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2주전부터 양쪽 눈에서 진득한 눈곱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게 털이랑 엉켜 눈 주변이 엉망이 됐다. 찡이가 너무 민감하게 굴어서 제대로 닦아주지도 못한 게 화근이었다. 아무래도 눈 주변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왠만하면 가지 않으려 했는데....
엉킨 털을 깎았더니 정말 염증이 나 있었다. 결국 탈이 났네. 얼마나 아팠을까....미안.
그런데 주치의샘이 시간이 1년 정도 지났으니 초음파를 한번 받아보라고 했다. 건강 상태를 많이 알아볼 수 있으니.
그러마했는데 문제는 털을 깎는데 있었다. 초음파를 위해 배의 털을 바짝 깎는데 찡이가 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워낙 미용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은데... 밖에서 지켜보던 내가 뛰어 들어갔다. 그랬더니 보호자가 있으면 더 안된다며 나가라고 투덜댄다. 의료진을 존중해주는 마음도 있어야 할 것 같아 나왔다가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 결국엔 다시 뛰어들어가 데리고 나와버렸다. 다른 곳에 있던 주치의샘도 와서 이 아이는 나이가 많고 눈이 안 보여서 보호자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일단락.
그렇게 나온 찡이는 치매 걸린 개처럼 병원 복도를 정신없이 걸어다니고 물을 마시면서 괴로워했다. 안아 보니 온 몸에 열이 올라있다. 결국 초음파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찡이를 안고 돌아왔다.
마지막에 주치의샘은 일이 있어서 나가고 다른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나오는데 찡이 다루기가 너무 힘들다며 싫은 기색을 내비친다. 예전에 찡이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느 병원에 가나 찡이는 꽤 칭찬받는 아이였는데. 병원에 가면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드라이브를 가니 좋아서 진료 정도야 뭐 가뿐히 받아주었는데. 아픈 주사 맞으면서도 깽 소리를 한 번 안한다고 굉장히 맷집 좋은 착한 아이라 늘 칭찬 받았었는데.
자폐인으로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은 동물들은 통증은 사람보다 덜 느끼는 것 같고 동물들에게 더 두려운 건 통증보다 공포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찡이도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공포가 느는 것이다. 눈 앞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극도의 공포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나이가 많아서 심신이 다 약해진 상태라.
찡이 다리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이번에도 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의료진에게 고맙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늘 가는 찡이를 잘 아는 병원에서도 이러니....
그렇게 고생을 하고 결국 초음파도 못하고 온 찡이는 밤새 앓았다. 새벽 3시까지 잠을 못자고 방황하고....얼마나 스트레스였으면. 고추도 막 핥는다. 최근 들어 안 하던 행동인데... 그 부분 털을 깎을 때 찡이가 비명을 질렀는데 아무래도 뭔가 건드려진 것 같다. 별 문제 없어야 할텐데....며칠 지켜봐야지.
그래서 나이든 동물 전문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각 동물환자의 건강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애정만큼 의술도 좋으면서 기본적으로 나이든 동물의 상태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의료진이 모여 있는.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반려동물 실버 산업으로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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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반려동물을 키우는 우리들에게는 정말 그런 병원 있었음 좋겠어요..통증보다 더 두려운게 공포하는 말에 저는 실감을 너무 많이 합니다..그나저나 찡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은데 별 탈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 카페 분들은 더 공감하는듯해요....
찡이가 너무 힘들었나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병원에서 안반가워하는데 늙어가니 더 걱정입니다.......
찡이는 나이보다 시력과 상관이 있었어요. 눈이 안 보이니 뭔가 강제적으로 하는 느낌이 굉장히 공포스런 모양이에요.
정말 백번 공감합니다. 사실..엑스레이 찍는것도 관절 안좋은 노견들 다리를 붙잡고 쭉 늘여서 찍는데..애가 싫다고 고함치는데도 그렇게 찍어야 한다며 ㅠㅠ 찡이가 얼마나 괴로웠을지..일단 식염수를 솜에 듬뿍 묻혀 냄새맡게 하신후에 눈을 축축하게 만들어 딱아내보세요. 눈에 직접적으로 물을 넣는것보다 솜에 묻히면 일단 편안해 하더라구요. 그리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뭔가 하기전에 늘 전 차분한 목소리로 뭔가 할꺼라고 이야기해요. 그럼 조금 편안해하더라구요. 이제 좀 괜찮아졌나요?
네,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게도 눈곱 닦을 때도 요 며칠은 협조를 잘해주고 있어요.
버텼다가 괜히 병원갈까봐 무서운지^^;;; 저는 크리넥스로만 했는데 솜을 활용해 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__)
세상에 얼마나 놀랐을까요 불쌍해라.. 제가 다 속상하네요 그런데 노견뿐아니라 어린 강아지 맡기기도 저는 불안해요 맘에드는 병원을 별로 못 봤어요 하물며 노견은....눈닦는 안약도 있던데.. 찡이는 눈이커서 눈도 신경많이 쓰이시겠어요
저도 아침에 젤먼저 하는일이 시츄네마리 눈청소 해주는 거랍니다. 병원샘도 시츄는 눈이 튀어나와서 눈질환이 가장 많다고 하시네요.
얼마전부터 미용기 를 구입해서 제가 직접 야메로 하구 있네요.. 미용실 다녀오면 항상 몸이 삐뚤어져서 이상한 걸음을 하더라구요.. 미용이 애들에겐 굉장한 스트레스 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