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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330회 | 주제: | 도덕경 79장 | 발표자: |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 / 철학박사) | ||||
일시: | 2016. 11. 16 (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시청각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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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79장
(1) 제79장 원문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有德司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
화대원, 필유여원, 안가이위선. 시이성인집좌계, 이불책어인. 유덕사계, 무덕사철. 천도무친, 상여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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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 : 화하다. 서로 응하다. 화해하다. 화해시키다. 조화하다. 조화시키다.
원(怨) : 원망. 원한. 원망하다. 미워하다. 슬퍼하다. 한탄하다.
안(安) : 편안하다. 즐기다. 좋아하다. 어찌. 어디에. 이에(乃).
계(契) : 맺다. 맞다. 약속. 새기다. 계약. 계약서.
좌계(左契) : 둘로 나눈 부신(符信) 중에 왼쪽의 것(돈 받을 쪽의 증거물)
부신(符信) : 나뭇조각이나 두꺼운 종이에 글자를 기록하고 증인(證印)을 찍은 뒤에, 두 조각으로 쪼개어 한 조각은 상대자에게 주고 다른 한 조각은 자기 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서로 맞추어서 증거로 삼던 물건.
책(責) : 꾸짖다. 요구하다. 따져 밝히다. 규명하다. 책임.
사(司) : 맡다. 벼슬. 관리.
철(徹) : 통하다. 관통하다. 꿰뚫다. 관철시키다.
친(親) : 친하다. 사이좋다. 사랑하다. 가까이 하다. 어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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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큰 원한은 화해해도 반드시 원한이 남는다. 이것(화해하는 것)만으로 어찌 최선이 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좌계(왼쪽의 부신)을 가지고 있지, 상대(오른쪽 부신을 가진 자)처럼 (지불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덕이 있는 사람은 계를 맡을 뿐이고, 덕이 없는 사람은 계를 맡아 그 일을 관철시킨다. 하늘의 도는 사사로이 친함이 없고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3) 해설
이번 79장은 재산관계로 송사(訟事)가 일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문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작은 일(원한)은 법정까지 잘 가지 않고 대화를 통해 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도의적(道義的)인 방식의 대화를 통해 해결이 잘 되지 않으면 법적(法的) 방식인 법정에 가게 되어 송사가 일어난다. 이 송사를 통해 가부간 결정이 나더라도 제삼자의 중재를 받아 해결하였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원한은 남는다. 노자는 그래서 이것만으로는 최선이 될 수 없다(安可以爲善)고 하면서, 성인의 말을 빌러 원한이 남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성인은 금전관계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쪽만 지니고(聖人執左契) 자신이 받아야 하는 쪽 계약서는 지니지 않거나 혹시 지녔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지불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而不責於人)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쪽 계약서를 지녔을 경우 상대가 달라고 요구하면 당연히 즉시 줘야 한다. 아니 상대가 요구하기 전에 계약서에 적힌 대로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인은 원한 살 일을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에 자신이 금전을 받아야 하는 계약서를 지녔을 경우에는 상대가 갚으면 받겠지만, 상대가 갚지 않는다고 독촉하지 않고, 더구나 법원의 힘을 빌려 강제로 받으려고 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서를 맡을 뿐이지만, 덕이 없는 사람은 그 계약서에 적힌 것을 관철시키려 한다(有德司契 無德司徹)고 노자는 말한다. 원한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상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고, 그 요구한 것을 관철시키려는 데서 발생한다. 만약에 상대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상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패해 입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상대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손해배상을 해준다면 원한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간에 미안하다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이 친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사과를 해도 형식적으로 하면서 손해배상을 하지 않거나 피해 입은 것에 비해 적은 액수만 했을 때는 일반적으로 다툼이 일어난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정중한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상대에게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특히 다시는 그와 같은 피해의 반복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의 정중한 사과 속에는 말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보상이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때 상대의 진정성이 느껴지면 물질적 보상을 줄여줄 수는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번 일로 무시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혜를 베푸는 위치에 놓일 수 있음과 피해의 반복을 없앨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준만큼 받는’(give and take) 정신에 입각해 자신이 피해를 입은 만큼 받으려고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인다.
노자는 ‘준만큼 받는’ 정신에 입각해서 자신이 피해를 입은 만큼 상대에게 피해보상을 관철시키는 사람을 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피해보상금을 받아내어 그 문제는 일단락될지 몰라도 상대는 원한을 갖게 되고, 이것이 새로운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노자는 보기 때문이다. 노자가 작은 원한이라도 있으면 이것이 나중에 큰 문제를 낳는 문제의 씨앗이라고 보는 것은 63장에 잘 드러난다. “… 작은 것이 커지고 적은 것이 많아진다. 원한을 덕으로 갚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려운 일은 쉬운데서 큰일은 미세한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데서 만들어지고 세상에 큰일은 반드시 미세한데서 만들어진다. … 그러므로 성인은 쉬운 일을 오히려 어렵게 여기기 때문에 마침내 어려움(에 봉착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입고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원한을 덕으로 갚는) 사람의 행동은 덕이 없는 사람이 볼 때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이해타산적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성인의 행동이 현실적인 손해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보다 더 멀리 밝고 크게 내다본다면 그렇지 않다.
보다 밝고 큰 행위들을 기록해 놓은 책인 “경행록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인생이란 어느 곳에서든 서로 만나게 마련이다.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마라. 길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 경행록의 말은 현실의 작은 이익을 챙겨서 원한을 만들기 보다는 미래의 큰 손해를 미리 예방한다는 의미에서 원한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며, 미래의 큰 이익을 위해서는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푸는 선행을 하라는 뜻이다. 이것은 한자어 ‘선행을 베풀다’는 의미를 지닌 덕(德)이라는 글자가 ‘큰 덕’으로 불리는 이유를 나타내고 있다. 더 멀리 밝고 크게 보면 주위에 선행을 베푸는 것이 일시적인 작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사실은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큰 이익 중 가장 큰 것을 ‘영원히 천국에서 사는 것’으로 보면, 성경(聖經) 중 마태복음에 나오는 ‘원수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과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이야기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노자는 덕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은 이유(근거)로 “하늘의 도는 사사로이 친함이 없고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天道無親 常與善人)는 것을 들고 있다. 여기서의 선인(善人)은 상대의 착함과 착하지 않음에 관계없이 착하게 대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과는 친하고 자신에게 잘못해주는 사람과는 친하지 않는 것이 이해타산에 젖은 일반적인 인간의 도리이다. 그러나 하늘의 도는 그렇지 않다. 성인은 하늘의 도에 따른다.
(4) 문제 제기
1. 하늘의 도를 따른다면서 계약 이행을 관철시키지 않는다면 사기당하지 않겠는가?
2. 원한을 좀 사면 어떤가, 지나치게 원한을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노이로제가 아닌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
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331회 | 주제: | 이순신의 생애 사상과 리드십 | 발표자: | 조무호 (전중부경찰서장/이순신전문가) | ||||
일시: | 2016. 11. 23(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시청각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 |
◎ 2016.11.23. (331회) : 이순신의 생애 사상과 리드십, 조무호(전중부경찰서장/이순신 전문가) ◎ 2016.11.30. (332회) : 이순신의 생애 사상과 리드십, 조무호(전중부경찰서장/이순신 전문가) ◎ 2016.12. 7. (333회) : 세월따라 풍류따라, 김성환(통청아카데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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