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계 이상 원인 … 대인관계 자신감 상실 심할 땐 얼굴·겨드랑이 비오듯 펜 잡기도 곤란 스트레스로 악화…
고객 미팅 또는 상담이 잡혀 있을 때마다 생각만 해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는 생활설계사 이미혜(27·여·가명)씨. 신입사원이라 상사와 함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회의가 잦고 동료 앞에서 발표도 많아 늘 긴장상태라는 그녀. 하지만 고객들과 악수를 나눌 때는 축축한 손을 맞잡은 고객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 몹시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한다.
게다가 무더운 여름철이 지나가고 아침과 저녁시간대 기온이 내려가면서 서서히 가을이 다가오지만 땀은 여전히 많이 난다. 손발이나 몸에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을 ‘다한증’이라고 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늘 땀이 많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다한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일상생활 불편 초래=다한증이란 자율 신경계의 이상으로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말한다.
주요 증상으로 손과 겨드랑이, 발 등에서 유난히 땀이 많이 나서 펜을 못 잡는다거나 겨드랑이나 발 냄새가 많이 나는 등 개인생활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까지 영향을 주어 심한 곤란을 겪게 된다. 이 같이 땀의 배출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심할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원래 땀의 배출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체온과 감정 등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의 자율신경인 교감신경이 작용해 그 흐름이 조절된다. 필요한 만큼의 땀은 체온을 유지하고 노폐물도 내보내고 피부의 윤활작용도 하는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이다.
다한증인 사람이 그냥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과 다른 것은 약간의 긴장이나 자극, 더운 환경,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손이나 발, 얼굴에서 많은 양의 땀이 비 오듯이 나며 또한 한번 시작하면 한참동안 그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손바닥의 과도한 발한으로 펜을 못 잡는다거나 글씨를 쓸 때 종이가 젖는 등의 문제로 남몰래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작업능률의 저하와 누전의 위험성으로 컴퓨터 사용애로 및 전기 작업을 못하므로 직장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험들을 가진 사람이 표준적인 다한증 환자라고 볼 수 있다.
◇성인의 1% 내외에서 발생=다한증의 원인으로는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한 성인의 1% 내외에서 발생하고 교감신경의 흥분상태와 관련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이 원인질환이 없는 경우를 원발성 다한증이라고 하며, 반면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 비만, 불안상태, 폐경, 갈색종 등의 전신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이차성 다한증이라고 한다. 이차성 다한증은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땀 많이 흐르는 부위따라 분류=다한증은 땀이 많이 흐르는 부위에 따라서 분류되는 데 우선 ‘손바닥 다한증’(수장부 다한증)은 긴장하거나 더우면 손 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다.
손바닥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기구를 다루거나 타인과 악수 시 불편을 느끼게 된다. 특히 수험생의 경우 손에서 흐르는 땀으로 책이나 시험지가 젖는 경우를 보게 되며, 비즈니스 맨이나 수작업을 많이 하는 직업에 있는 분들의 경우 사회 적응력 및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겨드랑이 다한증’은 겨드랑이 부위에 땀이 많이 나서 옷이 젖을 정도로 심한 경우다. 여성의 경우 블라우스 등 엷은 색의 옷을 피하게 되며, 겨드랑이 부위의 옷이 땀에 젖어 보기 흉해 더운 날에는 사람을 피하게 된다. 땀 냄새로 사람들과의 모임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어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며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된다. ‘안면부 다한증’은 가벼운 긴장 시, 갑갑한 기분이 들면 얼굴과 머리털이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르는 증상이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 시, 긴장을 하면 얼굴에 땀이 흘러 오해를 사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또 여성의 경우 화장이 땀으로 인해 지워지거나 보기 흉한 경우를 경험해 불편하거나 곤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교감신경 절단해 치료=다한증의 치료는 약물요법과 주사요법, 이온 영동 치료법, 수술요법 등이 있다.
수술은 예전에는 10~15cm 이상 절개해 흉부 교감신경절을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흉터가 거의 남지 않은 교감신경 절단술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땀의 분비는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아 해당 교감신경을 차단함으로써 땀의 분비를 막을 수 있다. 보통 얼굴의 다한증은 제2늑골 위에서 교감신경을 절단하고, 손바닥의 다한증의 경우에는 제3늑골 위에서 교감신경을 절단한다.
겨드랑이의 경우 제3, 4 흉부 교감신경절단술을 시행한다. 손바닥의 경우 거의 100%에서 땀이 나지 않으며 얼굴 겨드랑이 부위는 효과가 적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시술도 손발은 좋아지지만 다른 부위에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다. 다한증은 생활의 불편감을 주고, 대인관계에서의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는 질환이지만 간단하고 위험성이 적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도움말/조선대병원 신경외과 김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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