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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에게..
옛날에 무술을 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쉬운말로.. 밥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무술만 수련하거나
그러다 보니 사람의 한계를 능가하는 엄청난 파워를 가지게 되거나..
(하지만 잊지 마세요.
옛날사람도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으며,
아무리 강하게 단련한다고해도 결국 한 '사람'으로서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옛날에는 의료시스템도 빈약했기 때문에 다친다는건 엄청난 손실이지요.)
어쨌거나 요즘 무술/격투기 한다는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고수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요.
(그래서 유독 옛날무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가르켜 고류무술 매니아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무술계에서 자주 화자되는 무용담은
'옛날에 누가 어찌어찌 했다더라...'라는 식의 '옛날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옛날무술, 혹은 고류(古流)무술에 대한 환상이랄까요..
옛날은 현재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이죠^^
2. 실제고류무술은 거의 오의를 위한 몸단련 위주에 간결한 기술 위주였다.
물론.. 간간이 취미로 운동하는 사람과 직업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그 차원이 다릅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절박한 마음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더욱 다르겠죠?
일단 무술을 배우는 사람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요즘 시대에는 대부분 취미로 무술을 배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적으로 선수생활을 하며 무술/격투기를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그런 선수생활을 하는게 아닌 이상에야 자기 삶을 전부 수련에 바치지는 않죠.
사실 '선수'라는 사람들은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부류에 속한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나 경찰이나 군대등의 전반적인 치안이 불안했던 과거의 사람들은
무술을 수련하는 목적이나 분위기등이 완연하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기면 좋고 지면 쪽팔리고...의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차원이 대부분이죠.
맨손이 아니라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은 더욱 그러합니다.
진다고 하면 죽지는 않더라도 평생 불구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과 훈련강도가 다른것은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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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수련 시스템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장 미국인과 대화해야 하는데 영어를 10년 20년 배워야 대화할 수 있다면
그런 교육법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예 안배우는 것 보다 나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는 방법이죠.
마찬가지로 과거의 무술은 단기간내에 어느정도의 전투력을 갖추게 하는데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당장 언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10년 20년 수련해서 고수가 되리라 기대할 여유가 없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옛날의 무술, 고류무술'은 복잡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것을 다 배울 여유도 없을뿐더러 ... 다 배울 이유도 없습니다.
적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한 강력하고 빠른 기술 몇개.. (이런것을 오의기술이라 합니다)
그리고 중심기술들(오의기술들)을 더 잘쓰기 위한 다른 부가기술들..
즉 효율적인 '오의 중심 수련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오의를 습득하는 몸만들기에 할애하였던 것이지요.
옛날 무술가들에게 공중 3회전 점프나 요즘 태권도 시범단들이 잘하는 540도 발차기를 해보라고 하면 아마 전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반문하겠지요. "그런것을 왜 해야 하나요? 어디다가 써먹을라고 그런걸 합니까?"라고요.
즉 여러가지 멋지고 화려한 기술을 습득하는데에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일격필살에 쓸수 있는 한가지 기술에 치중했다고나 할까요?
즉, 너무 절박했기 때문에, 따로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고류무술은 원리 이해를 위한 핵심동작 몇가지를 반복수련합니다.
3. 모르는 것이 비전이다. 요리와 헬스의 예를 들어서.
'비전'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무술에도 비전이 있어서, 엄청난 비급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물론 무술에도 비전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럼 비전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미 다른 칼럼에서 여러번 강조한 부분이지만
무술은 분명히 사람이 쓰려고 스스로 만든 '도구'같은 것입니다.
무술의 비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초능력이나 엄청난 특이공능은 절대로 아닙니다.
무술에서 말하는 '비전'이란 아주 단순합니다.
남이 알면 공개된 것이지만, 남이 모르면 그게 바로 '비전'이 됩니다.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요리'를 예로 들어보죠.
어떤 한가지 요리에 여러가지 양념이 들어가는 것은 누구나 대충 알아맞출 수 있지만
때로는.. 단 한가지의 양념이 아주 조금 추가되는 것 만으로 전체 요리의 맛이 확~ 바뀔때가 있지요.
지금도 수많은 요리의 종가에서는 이런 것을 남들에게 가르쳐주지 않고 자신들만 알고 있습니다.
이런것을 남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자신만 알고 있다면 '요리의 비전'이 될 것입니다.
자, 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헬스를 하러가면 몸의 부위별 근육단련을 위한 다양한 기구와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걸 배운 사람들은.. 의례 그러려니 하고 운동을 하지만..
처음부터 아예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한 개인이 스스로 그 정도 방법을 알아내기까지는 과연 얼마나 오랜 세월과 시행착오가 걸릴까요?
타인의 도움도 없고 스스로만 해나가야 한다면 최소한 몇대/몇십년 이상 걸리지 않겠습니까?
바로 이런식이지요,
언뜻 보기에는 별거 아니지만 사실상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작은 변화로 큰 성과를 가져오는 바로 그 노하우!!
이게 바로 '비전'의 실체입니다.
무술의 비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본이나 공개강의로 노출된 것은 비전이 아니겠지만,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 알고 수련한다면 그게 바로 비전이 됩니다.
또한 고류의 비전은 단지 기술 하나하나뿐만이 아니라
몸의 특별한 단련방법에도 비전으로 삼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고류의 모든 비전이 모두 공개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일단 알게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르는 상태에서는 엄청나게 신비해 보이는 바로 그 핵심 노하우.
그게 바로 비전입니다.
복싱의 원투스트레이트는, 요즘 와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게 만약에 공개되지 않고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라면,
역시 그것도 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순식간에 당할테니 말이지요.
(하긴 원투 스트레이트란 알고도 막기 힘들지만 말입니다^^)
4. 무술의 시합화가 진행되면서 기술의 교류가 일어난다.
자, 앞에서도 밝혔듯이
'알면 별것 아니지만 모르면 비전'이 되는 상황에서는.. '전력의 노출'이 가장 큰 적이 됩니다.
내가 어떤 기술로 공격할지 상대가 미리 알고 있다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절반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죠.
상대의 정보를 미리 알아내고 나의 정보를 숨기는 것,
이것은 단지 군대나 병법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격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에도 각종 격투기 시합에서는 상대를 이기기 위하여 상대의 예전시합자료를 분석하죠.
그런데 이와같은 '비밀로 부쳐진' 기술들이 급작스럽게 대거 노출되어 교류될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술이 시합화(경기화) 될때입니다. 즉 공개적으로 노출될 때이지요.
복싱의 원투 스트레이트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결국 복싱이라는 것이 스포츠화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복싱이 경기화가 안되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기술의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복싱은 무술이 아니라 스포츠일뿐이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요,
복싱 안에도 훌륭한 격투기적 요소가 많습니다.
5. 시합을 위한 기술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엄청난 발전이 일어난다.
공개시합(경기)이란 무엇일까요?
각 유파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실력을 겨루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경기'입니다.
이 '시합'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다양한 오의간의 격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기술들이 맞붙으면서
타인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을 고치며 전체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제로 기술의 발전성이나 다양성을 생각해본다면,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폐쇄된 고류무술보다는 오히려 공개된 현대무술쪽이 훨씬 더 앞설때가 많습니다.
오랜 고류무술의 기술이 시합을 통해 개선되거나, 별로 쓸데가 없다고 판단되어 폐기처분된 것도 많습니다.
혹은.. 경기를 통해서 고류무술의 기술들을 정리하고 새로 현대무술로 재창조되는 것들도 있지요.
(다만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은,
시합에서 쓸데가 없다는 것이 실전에서 쓸데가 없다는 뜻은 꼭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실히 쓸데가 없어서 폐기처분되는 기술들도 있지만, 너무 위험해서 폐기되는 기술들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불과 몇백년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각 검술유파의 기술 그 자체가 비전이었으며
이것을 평화시대의 교양과목으로서 '죽도대련'으로 승화시킨 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시합이든, 공정한 시합을 위한 '룰(규칙)'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시합을 통해서 발전하는 기술은 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
실전 그 자체를 위한 기술과는 분명히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현대무술은.. 앞에서 밝혔듯 '취미'의 차원이 많기 때문에
실전에서 꼭 쓰이지 않지만 화려하거나 멋있는 기술들이 많이 주를 이루기도 하지요.
아주 힘들고 고되고, 쓰라린 '몸만들기'의 과정은 거치지 않는 체육관들도 아주 많구요.
매일마다 수련시간에 팔굽혀펴기를 수백번씩 시키고 한다면,
과연 그런 체육관에 수련생이 몇명이나 다닐까요?
관장들도 돈벌고 먹고살야아 하기 때문에 수련생들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 힘든건 사실 잘 안시킵니다^^
그래서 현대무술계에서는
'무술 배워봤자 실제로 싸울때 아무 도움 안되더라'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입니다.
사실은 무술은..
일단 엄청나게 힘든 '몸만들기' 과정을 거치고 나서,
그 위에 필수적인 기술들을 반복훈련해서 몸에 새김으로서 완성됩니다.
(* 위에서 말한 '몸만들기'는 일반적인 헬스나 근육만들기와는 다릅니다.
해당기술에 사용되는 몸의 조건을 만들고 단련하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무술적 몸만들기입니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건 없으며, 무술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시합을 위한 기술들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듣는 것 중에 하나가 태권도입니다.
실제 태권도의 본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만..
스포츠 태권도와 무도 태권도를 따로 구분하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점수를 따기 위한 발차기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발차기는 다를테니 말이지요.
태권도의 손기술이 많이 잊혀져가는 부분은 저도 아쉽습니다.
*태권도는 본래 해방후의 가라테에서 유래하였으며,
경기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창조되었다고 보는 쪽이 옳습니다.
6. 변화속에서 핵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요,
무술의 시합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칫하면 무술을 위한 시합이 아니라, 시합을 위한 무술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무술이 시합을 통해서 발전도 하지만, 또한 시합때문에 변질되기도 합니다.
이것을 판단하는데에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개개인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시합을 위한 무술 그 자체도 꼭 나쁜것만은 아닙니다.
무술을 배우는 목적이 꼭 실전격투를 동반할 필요는 없으니...
하지만 무술은 태생적으로 '실전'이라는 요소를 배제할 수 없죠.
특히 수련생은
시합이나 경기화를 통해서 다듬어진 모습뿐 아니라
그 내면의 진정한 실전적 요소를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 내용들이 많네요....많이 읽혀 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