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라고 세계를 말할 수 없는가展] 권순철
오늘의 작가라면 과거나 현재도 깊이 생각해야 하나 또한 미래의 인류생활이나 문화의 향방에 대해 이렇게 될 것이라든가,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가정 아래,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예술 정신을 통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피 흘리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 아래 인류의 고통을 형상화해야할 것이다. 작가들이나 평론가들, 대중들이 치열하면서도 부드러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1982. 11, 『공간』)
● 한국에서는 시골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들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혼을 전하지요. 노동과 고통, 시간은 영혼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찾는 것입니다. 역사의 아픔보다 더욱 강한 그 무엇입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에서나 또는 다른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농민들이 바로 이 아름다움의 수호자들입니다. 영혼이 맑은,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지요. 도시에선 미국식으로 지구촌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저는 그것이 좋은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작가들에게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지요.(2004. 9, 파리, 프랑소와즈 모냉과 대담 중에서) ■ 권순철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또 다른 기억, 낯선 풍경을….
●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
“저는 에곤 실레나 프랜시스 베이컨과 같은 표현주의자가 아닙니다. 제가 찾는 것은 영혼적인 것이죠. ‘형태를 통해 정신을 구현한다’고 말한 중국 동진시대 화가 고개지의 인물 미학론에 마음이 더 끌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