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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간소화, 제대로 되고 있나.. 15개 대학 3년 간 수시운영
2015 수시는 전년 대비 간소화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처음으로 내세운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과 올해 처음 시행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 때문이다. 올해 수시에선 수능최저를 기준으로 한 우선선발이 사라졌고 적성고사가 많이 줄어든 대신 학생부위주전형이 대폭 확대됐다. 고교정상화의 방향으로 대입이 간소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복잡했던 2014 수시부터 2015 수시, 그리고 최근 공개된 2016 전형계획은 3년 간 대입의 가닥을 짐작하게 했다. 영향력 면에서 상위 15개 대학의 2015 수시모집 지원결과와 2016 전형계획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간소화 방침이 미친 영향을 따져보고 대학별 개선점은 없는지, 또 시행 첫해 간소화 방침 자체가 불러일으킨 혼선은 없었는지, 나아가 간소화 방침의 개선점은 없는지를 짚어봤다.
<수시 30% 논술, 선호도 급등.. 정책 재고 필요>
논술전형의 비율과 정원은 내년까지 꾸준히 줄어든다. 14학년 수시에서 37.32%(모집 1만1423명/지원 3만611명, 정원내 기준)에서 올해 2015학년 32.69%(9367명/2만8658명)로 4.63%p 떨어졌다. 내년 2016학년에는 3.04%p 줄어든 29.65%(8754명/2만9529명)까지 떨어진다. 대입 발전방안이 ‘논술지양’의 원칙을 내건 데 따른 것이다. 2015 수시에서 논술정원은 모두 줄었다. 15개 대학 중 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14개교에서 2056명의 정원을 줄였다. 건국대와 동국대는 비율상으로는 증가한 것으로 나오지만 수시정원의 감소폭이 큰 데 따른 것이었다. 2016 수시에서도 3.04%(613명)가 줄어든다. 14개 논술실시 대학 중 12개교가 정원을 더 줄였다. 반면 성균관대가 52명(1.78%p)을, 홍익대가 3명(0.04%p)을 늘렸다. 통상 ±1~3명은 지난해 충원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월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대가 의도적으로 논술전형을 늘린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성대의 경우 논술 ‘위주’ 전형으로 따지면 53명의 정원을 줄인 과학인재전형까지 고려돼 1명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인재전형은 특기자전형으로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2014학년까지 과고, 영재학교 졸업자들이 지원 가능한 특기자전형이기 때문이다. 2016 논술 ‘위주’ 전형 가운데 유일하게 자소서를 제출 받는데다 자소서에 외부스펙작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4월 ‘자소서 공통양식 보도자료’에서 “외부스펙이 제한되는 것은 학생부전형에 한정되며 특기자전형 등에서는 작성이 가능하다”고 설정했다.
문제는 30% 이하로 떨어진 논술의 경쟁률 상승이 갖는 의미다. 논술이 최대 선호 전형이라는 사실이 올해 수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올해 14개교의 논술 경쟁률은 42.95대 1(9367명/40만2307명). 지난해 35.67대 1(1만1423명/40만7474명)보다 상승했다. 15개교가 모두 운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11.46대 1(1만838명/12만4155명),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시립대 등 6개교를 제외한 9개교가 운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9.03대 1(3466명/3만1300명)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인원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논술상승의 함의를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할 듯하다. 논술상승은 당장 유일하게 ‘역전 가능성’이 있는 전형인 때문으로 보인다. 학생부종합은 학생부의 교과와 비교과를 정성 평가해 정량적인 교과성적은 물론 학생의 진로, 전공적합성, 인성 등을 종합 검증한다. 학생부교과는 수능최저를 통과한 학생을 대상으로 내신을 대학 자체 공식에 대입해 나온 결과 순으로 선발하거나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해 면접을 비교과로 치렀다. 꾸준한 학생부 관리가 없다면 지원이 불가능하다. 1~2학년까지 학업성적이 낮거나 사춘기를 겪으면서 학생부 관리가 좋지 못했으나 뒤늦게 학업을 재개한 수험생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교 정상화의 방향은 맞지만 패자부활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낮고 불리한 내신을 논술점수로 극복할 수 있는 논술 선호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접근성도 훨씬 수월해졌다. 고교 교육과정 수준 내에서 출제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인문계열의 경우 제시문이 EBS나 교과서에서 출제돼 체감부담을 덜어주었고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 또는 과학과목 간의 통합교과형 문제에서 단일교과형으로 단순화해 고교 현장의 대응력을 높였다. 출제과정에서 고교 교사의 자문도 이어진다. 교사의 자문을 받는 서강대 측은 “교수와 교사의 눈높이를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교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용이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대학의 연계활동으로 논술준비가 수월해진 점도 기여했다. 대입 발전방안에서 문제와 채점기준을 공개토록 하면서 대학들은 기출문제와 모의논술을 탑재하고 채점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은 논술가이드북을 발간해 배포했고, 한양대는 합격자들의 우수답안 사례까지 공개했다. EBS에서도 논술 강좌를 접할 수 있어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채널은 많아졌다.
쉬운 수능의 기조 역시 논술 경쟁률 증가에 기여했다. 6월 9월 영어 국어가 번갈아 1등급컷이 100점일 만큼 체감 난도를 낮추면서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 수험생들은 상향지원의 경향을 선보였다. 논술의 수능최저는 2014학년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완화 및 폐지 추세로 가고 있다. 논술은 대입 발전방안에서 ▲우선선발 폐지 ▲백분위 지양 ▲수능최저 완화를 권장했다. 대학들은 우선선발과 백분위 사용 수능최저를 없앴고 우선선발과 일반선발의 중간정도에 수능최저를 위치시켰다. 다만 올해 대비 내년에서는 반영과목 확대 및 탐구 축소 등으로 완화하는 대학이 상당수다. 서강대는 탐구를 2과목 평균에서 1과목을 반영한다. 이화여대는 인문계열은 3개영역 2등급 이내, 자연계열은 2개영역 2등급 이내에서 각각 등급합 6과 등급합 4로 요건을 완화했다. 중앙대도 자연계열 2개영역 2등급 이내에서 등급합 4로 완화했다. 고려대는 경영 정경 자유전공을 국어A 수학B 영어 또는 국어B 수학A 영어 등급합 5이내에서 사탐 과탐을 추가해 4개영역 중 3개영역 등급합 5이내로 요건 충족의 길을 넓혔다. 수능최저를 아예 폐지한 대학도 있다. 올해부터 수능최저를 폐지한 한양대에 이어 서울시립대와 건국대도 2016학년부터 논술에서의 수능최저 기준을 폐지한다.
<취지에 반하는 특기자 운영.. 연대 고대 숙대 이대 성대>
특기자전형은 모집단위별 특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 규모축소를 유도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외부 스펙이 과도하게 개입되는데다 어학이나 수학/과학과 큰 관련성이 없는 모집단위에서도 모집을 하면서 ‘특목고에 유리한 전형’으로 지적 받아온 때문이다.
특기자 축소방침에 따라 특기자전형의 선발비율은 줄었다. 인문계열의 경우 2014학년 9.36%(인문계 특기자 정원 2864명/수시정원 3만611명)에서 2015학년 5.46%(1566명/2만8658명), 2016학년 5.28%(1559명/2만9529명)으로 줄어든다.
관련 모집단위로 제한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맞선 대학은 특기자를 오히려 늘린 연세대와 고려대다. 연세대는 특기자 선발비율이 40%에 육박한다. 2016학년 수시정원 2390명 중 40.58%인 970명이 특기자전형(인문/사회/과학/IT/창의/예체능) 선발인원이다. 올해도 2386명 중 40.57%인 968명을 선발한다. 고려대 역시 2015학년 21.56%인 595명(국제인재/과학인재/체육인재)를 선발하며, 2016학년에는 국제인재와 과학인재전형 선발인원이 10명씩 늘어 22.28%를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선발규모가 20%가 넘는다는 점에서 ‘관련 모집단위에 한해 축소’토록 운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특기자전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어문이나 국제계열이 아닌 모집단위를 선발하거나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생긴 수학/과학특기자에서 의대, 치대, 한의대를 선발하는 경우다. 외고 국제고의 어문 국제계열 진학, 과고 영재학교의 이공계열 진학이 고교의 설립목적에 맞는 정상적 운영방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영 사회과학 등 인문계열 전반에서 어학특기자를 광범위하게 선발했고 특히 의치한의 경우 대학들의 특기자전형 운영이 과고 영재학교의 의치한 진학을 유도하는 대표적 채널로 지목되어왔기 때문이다. 과고 영재학교의 설립목적에 맞춘 정상적 운영을 대학이 방해하는 케이스로 바로 잡아야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2016학년 어문계열이나 국제계열이 아닌 모집단위에서 특기자를 선발하는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숙명여대 등 3개교다. 연세대가 7.36%(비어문/국제계열 176명/수시정원 2390명)로 가장 많았으며, 고려대 6.09%(168명/2760명), 숙명여대 3.65%(45명/104명) 순이다. 올해 수시에서도 연세대 8.59%(205명/2386명), 고려대 5.76%(159명/2760명), 숙명여대 4.49%(48명/1068명) 순이었다.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중앙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9개교가 2014학년까지 특기자를 대거 선발하다 2015학년부터 관련모집단위로 축소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연계열의 경우 과고/영재학교 출신의 의치한 선발을 실시하는 학교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4개교였다. 연세대는 의대와 치대를 합쳐 30명(수시 정원내 대비 1.26%)으로 가장 많은 수를 선발한다. 고려대는 14명(0.51%), 이화여대는 8명(0.43%), 성균관대는 5명(0.19%)을 각각 선발한다. 연세대는 의대와 치대 모두 정원대비 20%가 넘는다. 의대는 77명 정원 중 25.97%인 20명이 과학특기자다. 치대는 42명 중 23.81%인 10명이다. 고대는 74명 중 18.92%인 14명, 성균관대는 28명의 17.86%인 5명을 선발한다. 이화여대는 53명 중 15.09%인 8명이다. 특히 이대는 2014학년까지 의전원 체제였다가 2015학년 학부체제로 다시 전환되면서 2014학년 없었던 수학과학특기자를 신설, 2015학년부터 8명을 선발한다. 연대 고대 성대 이대의 사례는 중앙대가 2015학년까지만 특기자전형을 통해 의대생 8명을 선발하다 2016학년부터 폐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제출서류에 추천서가 없는 이화여대와 성균관대는 과고/영재학교 출신들의 의대 진학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 추천서는 이공계열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고 영재학교에서 교사나 학교당국이 학생의 의대 진학 시도를 차단하는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추천서가 없는 이대와 성대의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은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입시 창구가 남기겠다는 대학의 의도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몸집커진 학생부종합.. 여전히 복잡>
학생부종합은 대입발전방안에서 ‘확대’를 천명하면서 선발인원이 10%p 가까이 상승했다. 2014학년 30.24%(모집 9258명/지원 3만611명)에서 2015학년 37.82%(1만838명/2만8658명), 2016학년에는 40.09%(1만1838명/2만9529명)에 이르렀다.
2016학년 기준으로 학생부종합을 가장 많이 선발하는 학교는 서울대다. 2013학년 특기자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변경한 이래 철저한 사정관제를 고수하며 수시에서 학생부종합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해왔다. 이어 시립대 53.95%(403명/747명), 서강대 48.99%(559명/1141명), 성균관대 44.27%(1162명/2625명), 건국대 41.76%(608명/1456명), 경희대 41.56%(1260명/3032명), 한양대 39.79%(850명/2136명), 중앙대 38.41%(1157명/3012명), 고려대 35.87%(990명/2760명), 한국외대 35.78%(662명/1850명), 숙명여대 30.17%(372명/1233명), 이화여대 29.26%(550명/1880명), 동국대 20.41%(309명/1514명), 연세대 17.99%(430명/2390명), 홍익대 11.34%(157명/1384명) 순이었다.
실질적으로 학생부종합 비율이 가장 낮은 학교는 연세대다. 홍익대는 미술계열 선발 특성이 가미된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을 미술계열에 한해서만 실시한다. 실기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학생부와 미술활동보고서를 통해 서류평가와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문/자연계열은 수능최저와 학생부교과성적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한다. 한 시민단체가 홍익대의 전형이 수능최저가 많아 간소화에 반했다고 주장한 점은 실기고사 없는 미술계열만이 학생부종합을 운영한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선발규모는 늘었으나 시행 첫해라는 점에서 상당한 개선점들이 노출됐다. 대입발전방안에서 학생부종합은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해 학생부를 중심으로 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으로 종합평가하는 전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라는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대학마다 서로 다른 해석이 가미되면서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면접 실시 여부, 수능최저 적용 여부, 서류 간소화 여부로 따진다면 올해 학생부종합은 엄청난 종류의 수를 양산하면서 원서작성에서 학생들을 괴롭혔다.
학생부종합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한 대학은 최상위권 대학이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과 융합형인재전형,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 서강대 학생부종합(일반형),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 등이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나머지 대학은 수능최저를 요구하지 않는다.
‘전형 간소화’의 원칙은 면접 미실시의 케이스도 만들어냈다. 2016학년 전형에서 면접없이 서류전형만을 실시하는 전형은 서강대 학생부종합(일반형)과 학생부종합(자기주도형), 성균관대 성균인재와 글로벌인재, 한양대 학생부종합,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 중앙대 학생부종합(탐구형) 등이다.
서류는 간소화 여부에 따라서는 4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졌다. 2016학년을 기준으로, 서울대 지균과 일반전형,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은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외에 학교소개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 시립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고려대 융합형인재전형 등은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를 요구한다. 건국대 경희대 한국외대 동국대는 학생부와 자소서 두 가지만 요구한다. 경희대는 지원자에게 원하면 추천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양대는 학생부만을 제출 받는다. 숙명여대, 이화여대, 홍익대는 2016 전형계획 상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학생들은 서류 간소화, 면접 유무, 수능최저 적용 여부 등을 직접 비교해가며 수시 6장의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체감하기에 아직 간소화가 되지 못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학생부교과, 변별력 확보방안으로 차별화 실패.. 독자전형 재고해야>
학생부교과전형은 서울시내 15개 상위권 대학 가운데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시립대 성균관대 등 6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교에서만 실시하며, 선발비율이 가장 적다. 2014학년 10.78%(모집 3300명/지원 3만611명), 2015학년 12.09%(3466명/2만8658명), 2016학년 12.15%(3588명/2만9529명) 등으로 증가폭도 적었다.
학생부교과전형도 종합전형과 마찬가지로 전형의 정의만 있을 뿐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웠다. 대입 발전방안에서 ‘학생부 교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라 정해두고 ‘모집단위 특성에 맞도록 학생부 반영 권장’이라고만 표시한 게 전부인 때문이다.
고교간 존재하는 내신의 현실적 격차 때문에 대학들은 수능최저 적용이나 면접실시 등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치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방안과 면접을 실시하는 방안으로 변별력 확보방법이 나뉘어졌다.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건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 6개교는 수능최저를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 없이 대학 자체 산출공식에 의해 교과성적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반면 한양대와 이화여대 동국대는 수능최저 적용 없이 면접을 실시하는 학생부교과를 운영한다. 한양대는 올해 2015학년까지 1단계에서 교과성적만으로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면접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2016학년부터는 면접과 수능최저 없이 교과만 100%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이화여대는 면접 없이 수능최저와 교과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던 학업능력우수자전형을 2015학년부터 폐지하고 학교장추천서와 학생부교과성적으로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고교추천전형을 운영한다. 동국대는 2015학년까지 학생부와 자소서를 제출 받았던 학교생활우수인재와 불교추천인재가 2016학년부터 학생부교과만 1단계에서 고려해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학생부교과는 올해 수시에서 9.03대 1(3466명/3만1300명)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논술 경쟁률 42.95대 1(9367명/40만2307명)과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 11.46대 1(1만838명/12만4155명)에 비해 적다. 기본적으로 내신 관리가 돼 있지 않으면 지원이 부담스러운데다 수능최저와 면접 등 대학의 변별력 담보장치 때문에 학생부종합과 구분이 쉽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독자적으로 존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전형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고른기회전형 확대.. 일반고 배려전형도 감안>
고른기회전형은 학생부종합과 더불어 확대일로다. 정원내 고른기회전형은 물론 농어촌학생,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특성화고출신자 등 정원외 고른기회전형까지 정원내로 흡수해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셈이다.
10%가 넘는 대학은 시립대 경희대 건국대 등 3개교였다. 시립대가 20.62%(154명/747명)로 가장 높았다. 경희대 15.90%(482명/3032명), 건국대 12.09%(176명/1514명) 순이었다. 경희대와 건국대, 9.05%(137명/1514명)를 기록한 동국대는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한다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지방대학 중 의대/치대/한의대/약대가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3개 대학은 서울지역에서 의/치/한/약 외의 모집단위에서 서울 경인지역 학생을 배제하고 지방학생들만을 선발한다.
반면 서울대와 성균관대는 정원내 고른기회전형 선발이 없었다. 정원외에서만 고른기회전형을 운영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는 지균을 통해 일반고 자사고 자공고 학생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지만 성균관대는 정원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특별한 지원자격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서울대가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균형선발 노력.. 서울대 고대 이대 일반고 배려전형>
고른기회전형과는 별도 항목에서 대입발전방안에서 확대를 권장한 전형은 ‘고교 유형, 지역, 소득 계층에서 다양한 학생을 균형적으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상위 15개 대학 가운데 특목고를 배제하고 일반고를 대상으로 지원자격을 한정해 균형 선발을 시도하는 전형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가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대는 일반고 자사고 자공고 학생 가운데 학교장 추천을 2명 받은 학생이 지원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운영한다. 선발규모는 수시정원의 28~29% 수준으로 높은 축이다. 전형명칭 탓에 서울경인지역과 지방의 구도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으나 실질은 특목고를 배제하는 전형이다.
고려대도 특목고를 배제하는 학교장추천전형을 운영한다. 선발규모는 22% 수준이며, 2014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변함없이 630명을 선발한다. 지원자격은 초중등교육법상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종합고의 전문과정을 제외한 일반계고 출신 재학생 또는 재수생 가운데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이다. 학교당 추천인원은 인문계와 자연계 2명씩이다.
이화여대도 고려대와 동일한 지원자격을 내걸고 380명을 선발하는 380명을 선발하는 고교추천전형을 운영한다. 다만 추천인원이 계열구분 없이 최대 6명이라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까지 지역우수인재전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다 고교추천전형으로 명칭을 바꿨다. 일반고와 특목고를 대비하는 개념에 ‘지역’이라는 이름이 붙어 수도권과 지방 구도로 오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014학년 270명을 선발했으나 올해 2015학년부터 380명으로 선발인원을 늘렸다.
<개선점 드러난 수시모집.. 기준 정교화해야>
2015 수시모집 지원결과와 2016 전형계획에서 드러난 개선점들은 대입발전방안이 일부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기준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올해 수시는 현장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느끼기에 여전히 복잡한데다 정책과 교육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엇갈리는 시행착오를 선보였다. 2016학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은 현장의 목소리로 개선점을 수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지향점은 물론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간소화, 대학들까지 동의하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술은 ‘축소 및 폐지’ 방향성과 달리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전형이라는 점에서 방향의 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게다가 논술전형 폐지의 명분마저 사라진 상태다. 논술 폐지의 주된 근거는 선행이 필요한 교육과정 외의 출제와 학생들의 부담이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모의논술을 실시했으며, 채점기준은 물론 가이드북 배포 및 모범답안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오히려 현장접근성은 높아진 상태다. 고교 교사 참여 및 교육과정 내의 출제 기조로 학생들의 체감 부담도 줄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세부지침을 통해 실질적 간소화를 이룰 필요가 커졌다.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제출서류 종류와 면접 실시 유무는 학교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무조건적 간소화에 대한 정책 방향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지정된 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해와 달리 면접을 실시하지 않아 진실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서류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밝혀 면접 폐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과성적과 달리 비교과는 정성평가의 요소가 많아 서류만으로는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때문이다. 더구나 대입 발전방안에서 ‘학생부 기재 내실화’를 정했고 2014학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부터 교내 대회 운영 규모 등의 객관성 담보장치를 내세웠지만 아직 현장의 학생부 기재는 완벽하지 않은 상황. 간소화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추가 서류 제출이나 면접 실시를 용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 추천서 폐지도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추천서가 필수인 경우 진로진학상담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때문이다. 학생부 상의 진로희망사항과 지원 모집단위 간의 불일치가 일어나는 경우나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전형을 불문하고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경우 본래의 의도나 취지에 맞게 진로진학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천서가 순기능을 할 수도 있는 때문이다.
학생부교과는 학생부종합으로의 통합이 절실해 보였다. 2016학년 한양대처럼 수능최저나 면접 없이 학생부만으로 선발하는 모습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고교간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전반적인 확산은 쉽지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내신 시험의 난도, 고교 재학생수 등에 따라 똑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다른 등급과 표준편차가 산출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고교 상황 하에서의 내신성적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가장 객관적인 시험인 수능을 활용한 최저등급이나 면접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면접 없이 수능최저를 적용한 후 기준을 충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성적 순으로 선발하는 방식은 논술이 일정부분 대체가 가능하다. 학생입장에서 대학별 고사의 부담이 없으나 내신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지원을 꺼리게 된다. 반면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적어 ‘뒤집기’가 가능한 논술전형이 있어 학생부교과전형을 지원해 모험을 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선택이 적은 이유인 셈이다. 면접 실시의 경우 학생부종합과의 차별점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학생부교과로 정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면접을 치르는 경우 정량적인 교과성적으로는 면접 진행이 불가해 비교과나 인성을 검증할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수능최저의 경우 합리적인 적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대입 발전방안에서는 ‘완화를 유도한다’고만 제시돼 있으나 건국대나 시립대, 한양대가 논술에서 기준을 폐지한 것처럼 수능최저 적용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논술의 경우 대학이 출제하는 대학별고사로 이미 변별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 수능최저를 거는 것은 이중의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폐지가 바람직하다. 반면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계속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객관성을 담보하기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어 수능최저의 적용이 더 합리적일 수가 있다. 수능최저가 이중의 부담이 되지 않고 전형과정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쪽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