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시작은 내 안에 있는 행복을 깨우치는 일
행복 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개인과 가정, 사회가 행복으로 가득차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미 행복한 상태에 있음을 설파하는 이가 있다. 그는 지난 1980년 독창적인 마음수양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30년째 숱한 수련회를 통해 행복한 마음 심어주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용타(龍陀·68) 스님으로, 함양군 함양읍 죽곡리 동사섭 행복마을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재)행복마을 이사장이기도 하다. 세간에선 행복충전소 소장님으로 통한다.
지난주 용타 스님을 만나기 위해 함양을 찾았다. 창원서 차로 두 시간 가까이 달려 함양읍에 도착, 운동장을 지나 웅곡 방향으로 8분여 더 달리자 도로 왼쪽편으로 「동사섭 행복마을(www.dongsasub.org)」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산길로 틀자마자 바로 지리산 자락에 안겨 있는 동사섭문화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우린 이미 행복한 상태
용타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녹차를 준비하면서 대뜸 질문을 던진다. “지금 행복하십니까?” 당혹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글쎄요, 불행합니다.”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씀을 잇는다.
“그런가요? 사실을 알고 보면 이미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확실히 알아야 돼요. 그래서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증명을 시켜줍니다. 3분만 입과 코를 꽉 잡고 있어 보세요. 숨을 쉬고 있다는 자체가 정말 행복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부터 자각을 해야 돼요.”
막 들어서는 박기주 사무총장을 보고 그는 “전 여기 교장선생님(박 사무총장) 모시고 산다는 것이 정말 행복의 조건 중 하나입니다. 교장선생님이 덕이 넘치시거든요. 얼굴이 항상 밝으시고 표현하시면 좋은 것만 나오니까 공동체를 밝게 하는 데 굉장히 긍정적인 작용을 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재작년에 함양고등학교 교장직서 물러난 직후 곧바로 행복마을로 왔다는 박 총장이 사람 좋게 웃는다.
용타 스님 말씀이 이어진다. “인생은 행복론 아닙니까? 인생이 행복론이다 이 말은, 풀어 쓰면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있고 행복을 위해서 이러구 저러구 한다는 말이라. 스님도, 교장님도, 기자님도 다 행복지향이거든. 그럼 행복이란 뭐라고 봅니까?”
어떤 일에 있어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답변에 바로 해답을 내놓는다. “이루어져야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 자체에 함정이 있다. 행복론 이론은 이미 내가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깨달음이 아니고 그냥 인식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때부터 행복 시작이요, 불행 끝이다. 내가 힘써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우린 이미 100% 행복조건, 행복반석 위에 앉아 있다. 그럼 뭐하려고 또 열심히 노력하는가, 그건 심심하니까 하는 거지. 이미 행복하지만 보너스로 좀 하는 것이지. 노력하면 더 행복해지는 거니까. 지금 행복보다 더 행복해지니까. 그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 바로 동사섭 수련회의 핵심이다.”
이뤄줘야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이 함정이예요.
‘동사섭 행복마을’은 수련에 참가한 이들에게
행복을 깨닫게 하는 ‘행복충전소’랍니다.
1980년 수행법 개발 후 수많은 수련생이 거쳐 갔죠
함양을 ‘행복천국’으로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동사섭 행복마을은 행복충전소
동사섭 행복마을은 수련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행복을 깨닫게 하고, 행복을 심어 주는 ‘행복충전소’라고 보면 된다. 스님이 운영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불교신자보다 수녀, 기독교 신자가 더 많이 찾는 범종교적인 수련관이란다. 종파를 초월해 행복을 일깨워 주는 곳이란 설명이다.
행복마을 문화센터는 수용인원 50명 규모의 2층짜리 본관동(수련관)과 별도 식당동 등으로 지난 2007년 3월 말 개원했다. 수련생 등 각계의 후원자들과 SK그룹, 함양군의 지원으로 지어졌다. 특히 최창원 SK그룹 부회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후에 친구의 권유로 수련회에 참가했다가 동사섭 수련 프로그램에 푹 빠져 버렸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동사섭 문화센터는 2008년 사택을 겸한 게스트하우스 3개 동을 신축했다. 게스트하우스는 가족단위 수련자 및 수련회 이수자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출가, 그리고 동사섭 프로그램 개발
용타 스님은 1942년 전남 강진의 한 시골마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유복한 가정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교까지는 고향서 다니고 고교부터는 광주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가세가 기울어 2년간 쉬면서 농민계몽(4-H)활동을 했다. 40명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계를 느낀 그는 더 많이 배워야 하겠다는 결심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전남대 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4년 23세 때 그는 출가했다. 불교를 믿던 친구의 영향도 있었지만 ‘숙명통’ 때문에 출가했다고 했다. 정신집중을 하면 태어나기 전의 전생, 전생의 전생이 기억나는데 이를 숙명통이라고 한단다.
대학 졸업 후 8년간(1966~1974년) 독일어 교사 생활을 했고, 교직에 있으면서 대학원을 수료했다. 더 늦기 전에 깨달음을 얻자는 결심을 한 그는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전국 사찰을 돌면서 20안거 생활을 했다. 6개월간 외부로 나가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면서 수행하는 것을 1안거라고 한다. 용타 스님은 1980년 초종교적인 생활 수행법인 ‘동사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30년간 거쳐 간 수련생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현재 모집 중인 2009년 겨울 동사섭수련회가 5박6일 일반과정 216회~218회, 3박4일 중급과정 31회, 2박3일 고급과정 21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강좌당 수련생 모집인원은 시설 사정상 45명으로 한정되기에 일찌감치 마감되기 일쑤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분주함 속 수련, 또 수련
용타 스님은 바쁘다.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심어 주기 위해 분주하다. 인터뷰를 한 날도 마치면 곧장 서울로 가야 한다고 했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 “그냥 한가하게 살지요” 한다.
“우리 수행자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 그것이 최고 수도여. 그냥 존재한다는 말 알아요? 하하하! 그냥 존재하는 것이 최고의 일인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못해요. 그냥 존재한다는 말을 이해하면 10년, 20년 수행을 한 스님과 맞먹는다고 봐야지. 맡은 일에 충실히 하고, 최고조로 하면 되지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없느냐고. “내가 바둑을 두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바둑 두는 시간에 참선을 더 했어야 된다는 그런 후회가 돼요. 내가 스승 되시는 분에게 말년에 마음이 어떠하시냐고 물어보니까 “후회 막급일세” 이러셔. 절대로 게으름으로 후회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오시고 천하의 귀감이 되실 분이었거든. 그런데 ‘게으름일세’ 이래 버리니까, 나도 ‘후회한다’고 말한 거라. 하하하! 큰 스님께 마지막으로 배운 교훈이 후회일세.”
옆에 있던 박기주 사무총장이 거들고 나선다.
“소위 말해서 깨달음을 얻고 그냥 가만히 있다고 깨달음이 오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반복할 때 그 깨달음이 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큰스님은 끊임없이 반복수행하고 계시는 거지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반복수행하는 것을 권하고 있고요.”
가정과 직장을 천국으로
4대강 정비사업, 세종시 등 국내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용타 스님은 그런 이슈보다는 다른 이슈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 문제입니다. 지구 살리기 문젠데, 궁극적으로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이 최대한 잘한다고 해도 큰 물줄기는 잡기 어려운 것이지요. 끝나는 역사도 있다는 말이지. 그러나 지구의 수명을 늘려야지. 지구 온난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적인 운동이 일어나야 될 거예요.”
이어 향후 계획이나 포부를 묻자, “동사섭 수련회의 비전 1호가 함양군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함양 군민에게 동사섭 수련을 시켜서 가정 가정마다 가정극락, 가정천국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항상 가정부터 들고 나와요. 수련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당부는 내가 속해 있는 가정과 직장을 천국으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가정과 직장을 천국으로 만들리라 하는 이 마음가짐 하나만 가지고 가도 수련회 값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타 스님은 더 많은 수련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수련장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짓는 게 문제가 아니고, 연간 운영비가 부담이 되어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다 많은 기부자들이 나타나 동사섭 행복마을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또 내년 출간을 목표로 집필 작업에도 열심이다. 세상 살아가는 데 이것만 가지고 있으면 되겠구나 할 정도의 수련 지침서 성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행복충전소 소장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는 듯하다. 아직도 가르침을 기다리는 범인(凡人)들이 수없이 많이 있는 까닭이다.
☞ 동사섭(同事攝)이란 말은 불교의 사섭법(四攝法)중의 하나다. 사섭법이란 보살이 중생을 향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베풀고(보시섭), 경우에 따라서는 자애 어린 말로 더불고(애어섭), 또는 이로운 일로 도와주고(이행섭). 나아가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동사섭) 삶의 태도를 말한다.
용타 스님은 불교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수행법을 취합해 긍정, 지족(知足), 초월명상 등 체계적이고 다양한 코스를 만들었다. 동사섭의 키워드는 '행복'. 나와 내 이웃, 사회가 행복해지고 우주에 맑고 청정한 기운을 만드는 것이 수행의 목표다.
글= 홍정명·서희원기자 사진= 김승권기자
경남신문 2009년 12월 02일(수) 22면 오피니언
세상을 보며(홍정명 경제부 부장대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수요일 함양을 다녀왔다. 종파를 초월해 행복을 전하고 있다는 (재)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행복마을 문화센터는 스님이 지난 1980년 개발한 ‘동사섭 수련프로그램’을 지도하는 곳이다.
가는 동안 미처 다 읽지 못한 스님의 저서 ‘10분 해탈’을 읽어 내려갔다. 스님에 대해 조금은 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리 행복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대략 살폈지만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책 내용을 제 맘대로 요약하면, ‘나는 곧 활불(活佛)이다’, ‘일단 웃으라, 암도 퇴치한다.’, ‘행복을 선언하라’, ‘나는 없다고 선언하라’, ‘당신의 행복을 위해 나를 바친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등등으로 이해됐다.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타인에게 베풀 때, 모든 것에 감사하는 긍정의 마음을 가질 때 행복해지고, 행복이 넘치는 세상이 된다는 말씀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세상이 어디 뜻대로만 되는가. 순간의 화를 못 참고 사고를 치고, 자신은 물론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이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한 상태라는 것. 말인즉슨, “코와 입을 꽉 막고 3분만 참아 보라. 그럼 숨 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하게 될 것이다.” 살아 있는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갖고 간단하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말씀이 아닌가 여겨졌다. 스님은 또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행복한 상태에 있지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면 더욱 행복해진다고 했다. 스님은 지난해 ‘지금여기’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친구와 동광사 법회에 갔다가 들은 윤주일 교수의 설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옛날 동광사 옆에 조금 가면 형무소가 있고, 그 인근에 배 처사가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역전 지게꾼인 배 처사는 병든 아내, 일곱 자녀와 방 한 칸에서 살고 있는 극빈자였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아주 부자여서 집이 몇 채나 있고 논밭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집주인의 눈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배 처사의 얼굴이 항상 평화로워 보이는 게 너무 궁금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잘 살펴보니 배 처사의 입에서는 늘 ‘감사합니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였다. 부인의 신음소리에도 ‘감사합니다.’였고, 문지방에 머리를 찧어도 ‘감사합니다.’였다. 그래서 ‘뭐가 그리 감사하냐’고 물었더니, 배 처사는 ‘아, 그것은 신기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합니까. 만약 죽어버리면 저 아이들이 어미 없는 아이들이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 감사하지요. 머리 찧는 것도 감사하지요. 머리 구조가 잘 되어 있어 잘못하면 깨져서 죽을 수 있는데 혹이 난 정도에서 끝나 주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하는 것이었다. 크게 깨달은 집 주인은 ‘아들 같은 나이지만 스승으로 여기겠네’라면서 배 처사에게 보은의 뜻으로 집 한 채와 논을 그냥 주었고, 이후 배 처사는 아이들과 아주 잘 살았다>는 일화였다.
스님을 만나고 오는 내내 가슴속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감사하는 마음, 행복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쉬이 떠나지 못했다. 스님을 만나고 온 지 이틀 뒤 오전 비보를 접했다. 검찰 조사를 앞둔 오근섭 양산시장이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수사를 받고 있던 중에 자살했었는데…. 오죽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하는 연민과 함께 용타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는 가르침을 일찍 받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금방 잘 되지는 않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속삭여 보면 어떨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