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avant-garde)는 원래 군사용어로서 전투할 때 선두에 서서 돌진하는 부대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후 19세기초에 계급투쟁의 선봉에 선 정당과 당원을 가리키는 정치용어로 사용되었고, 19세기 중반부터 미지의 문제와 대결하여 지금까지의 예술을 변화시키는 혁명적 예술경향이나 그 운동을 뜻하는 예술용어로 정착되었다.
전위예술의 일반적 특징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미학적 자의식 또는 자기 반영성을 들 수 있다. 전위예술가들은 신비감을 주기 위해 작품을 장인적·귀족적으로 만들고 자신의 주관적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시각적·언어적으로 꾸미게 된다. 둘째, 동시성을 들 수 있는데, 전위예술가들 가운데 특히 소설가는 작품 안에 연속적인 시간이 아닌 과거·현재·미래를 응축시킨 심리적 시간을 중요하게 다룬다. 셋째, 역설·모호성·불확실성을 들 수 있으며, 19세기 후반에 전위예술가들은 현실 속에서 극히 모호한 이미지와 서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소설가들은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니라 1인칭이거나 매우 제한된 시점을 사용했고, 작품의 결말을 독자가 작품 밖에서 판단하도록 미루거나 전망을 제시하도록 만들었다. 넷째, 주체의 붕괴 또는 비인간화를 들 수 있다. 19세기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문학에서 등장인물들은 구조화된 인격을 지니며 사회와 상호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나 극작가는 행위나 심리상태의 묘사를 통해 종합적 인격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특징은 산업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가중되는 산업사회에서 예술가는 새로운 전문직, 문화의 시장 조달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예술이 19세기 이후 기존의 후원자(patron) 체제가 쇠퇴하고 경쟁시장에서 매매되는 상품이 되자 예술가는 자신의 상품을 잘 팔기 위해 독창성과 혁신을 꾀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중산층은 물론 기업의 무관심 때문에 예술가들은 차츰 무기력해지고 또 산업화·도시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존의 예술가들의 정서적 영감이 되었던 자연의 의미가 변모되었다. 즉 주어진 환경을 정복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인간화는 C. 보들레르 이후 예술이 현실의 반영으로서가 아니라 자기반영의 구성체로 변화된 것이다.
전위예술가들은 현실을 혼돈이라고 인식할 수 없으며 법칙도 없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실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위예술은 경험세계와 관계 없이 비유를 만들어내고 그것의 감정토로를 반복할 뿐 총체적인 형상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사실주의 이론가들은 전위예술이 갖는 이러한 추상성은 역사의 진정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허구의 예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부정적인 것을 다시 부정함으로써 하나의 지양을 이루어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T.
아도르노는 전위예술에서 중요시하는 기교를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제도와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집합체로 보았다.
전위예술에 대한 여러 이론 가운데, 먼저 W.
벤야민은 보들레르를 서로 관련이 없는 사물과 타락한 상품들, 파리라는 도시의 떠돌아다니는 군중에게서 발견되는 회의적인 경험에 도취한 상태로 굴복한 시인으로 보고 그가 역설적으로 도시에서의 인간성 해체를 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W.
보링거나 H. E.
리드는 전위예술이 근대를 기반으로 한 예술이면서도 동시에 예술사의 순환적 흐름에서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추상과 감정이입의 특징 가운데 추상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또한 A.
하우저는 매너리즘과 전위예술의 공통점을 비교하면서 전위예술이 소외의 예술임을 강조했다.
문학에서의 전위예술은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에 처음으로 나타나는데, 시인 보들레르, J. N. A. 랭보, P. M. 베를렌 등은 언어의 지시적·묘사적 기능을 가능한 배제하고 고도의 은유를 사용한 시를 썼다. 그들에게 있어 자연은 독자적 실제가 아니며 언어를 심리적·음악적으로 울리게 하는 자극제이고, 예술은 자연이 아니라 정신을 기초로 하는 고안물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독일에 와서
표현주의 문학으로 정착되었는데, 독일에서는 자신의 불안과 고뇌를 소외되고 억압적으로 느껴지는 기계·도시·가족·대중들에게 비추어 나타났다. 표현주의 문학가들은 자신의 절박한 심리를 도치된 문장이나 토막낸 언어, 단음절적 비명과 과장법을 사용해 표현해냈는데, 이런 기법들은 산업화·도시화·군국주의화 때문에 나타나는 인간의 자아상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F.
카프카가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관료적 통제에 직면해 주체의 자율성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에서의 전위예술은
입체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들은 작품에 자연과 사회의 인간적 구성이라는 적극적 감정을 나타내게 되었다. 입체파들은 산업사회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자연의 기술정복을 인간적으로 표현해내고자 노력했고, 작품의 소재를 인간이 사는 현대 도시의 구성물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입체파의
그림은 원근법에 의해 3차원으로 꾸며져 있지 않고 2차원의 복합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그 전위적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입체파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팝 아트, 하이퍼 리얼리즘, 비디오 아트와 같이 표현매체의 새로운 개발과 예술인식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후기 산업사회의 성격을 수용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음악에서의 전위예술은 보는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가 대두될 수 있으나 연주의 경우 리듬이나 형식을 미리 설정하지 않고 연주자의 선택에 의해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서양음악사). 현대에 와서 전자음악이나 컴퓨터 음악, 혼합 미디어 등이 등장함에 따라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면에서 전 시대와 다른 예술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연극과
영화에도 전위예술이 도입되어 무대에서 자연주적인 소품이 없어지고 계단·입면체·아치 등의 구성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대중은 선동적인 암시에 의해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얼굴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었고, 격렬한 비난과 사랑, 형제애에 대한 호소가 자주 나타나며 관능적이고 격렬한 본능의 해방도 주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