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주(州)의 남동부 사막 복판에 있는 도시다. 1700년대 초에 에스파냐인들이 부근 지역을 발견했고 ‘초원’이라는 뜻의 지명은 라스베이거스 계곡을 처음으로 발견해 지은 것이다. 지리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누구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목적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중무휴의 독특한 사막 휴양지로서 카지노, 관광, 쇼핑, 전시ㆍ컨벤션까지 끊임없는 방문객 유입을 위한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展 유치, 경제에 큰 도움
라스베이거스의 사례는 도시마케팅과 도시특화산업 연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930년에 후버댐이 완성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돼 찬란한 네온사인이 있는 유흥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난 78년에 카지노 전문 도시인 애틀랜틱시티가 생겨남에 따라 도시 전체가 위험에 빠졌으나 라스베이거스는 수천만달러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 엔터테인먼트와 레저의 도시로 이미지를 바꿨다.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박람회인 CES를 비롯한 세계적인 전시ㆍ컨벤션 행사가 이뤄지는 등 비즈니스와 오락이 공존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도시마케팅은 해외에서는 발달된 지방자치제의 기반 위에 산업구조의 변화와 세계적인 불황 등에 따른 시ㆍ도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 등을 타개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인 지역정책이 활성화되는 지방화의 물결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도입되고 있는 초기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는 서울도 하나의 브랜드, 즉 상품이라는 인식하에 인간 중심의 친환경 생태도시, 세계 일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하이 서울(Hi Seoul)’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해외 언론 및 광고매체를 통한 마케팅, 서울 컨벤션뷰로(CVB:Convention Visitors Bureau) 설립, ‘하이 서울(Hi Seoul)’ 통합마케팅 등을 추진 중인데 주목할 사항은 도시마케팅을 위해 전시ㆍ컨벤션산업을 연계해 활용한 점이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이 국제적인 전시회나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는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파급 효과와 더불어 ‘부산’이라는 브랜드 가치 상승, 향후 해외 관광객 증가 등의 부가적인 효과까지 포함해 도시 위상을 높이는 도시마케팅 측면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2005년 APEC의 경우, 직접적인 관광 수입으로 약 300억원, 외국인 직접투자로 약 850억~1,600억원 등, 약 4,000억원가량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국제적인 전시회나 국제회의 유치를 위해 국내외에서는 컨벤션뷰로(CVB)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약 300여개, 일본은 70여개를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서울 등 5개 광역 지자체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홍보등 체계화 나서야
얼마 전 뉴스위크지(紙)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10대 도시로 한국의 고양시를 미국 라스베이거스, 독일 뮌헨, 프랑스 툴루즈, 중국 난창, 브라질 플로리아노풀리스 등과 함께 선정했다.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 외에 세계적 규모의 전시장인 KINTEX 개장이 선정 사유의 큰 축임은 전시ㆍ컨벤션산업과 도시마케팅간의 연관성과 중요도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
도시마케팅은 산업뿐 아니라 도시 내 전체에 걸쳐서 가진 모든 것 중 그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을 통해 도시를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ㆍ컨벤션 전문시설을 보유한 도시는 해외의 사례처럼 체계적인 조직 및 체제를 수립해 도시 알리기에 나선다면 세빗(CeBit)을 개최하는 ‘하노버’처럼,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라스베이거스’처럼 되는 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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