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로봇 헤르츠와 로봇 제작의 '낯선 계곡' 원칙
댈러스 소재 텍사스 주립 대학교에서 개발된 헤르츠(Hertz)는 마치 사람과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다. 헤르츠는 반짝이는 푸른 눈, 속눈썹에 웃는 표정까지 갖춘 여성 로봇이다. 얼굴 뒷쪽으로 전선이 한 무더기 보이는 것이 흠이지만, 말을 걸면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대꾸까지 한다.
헤르츠는 애니메이션 로봇으로 "조각가 로봇 공학자"로 불리는 데이빗 핸슨(David Hanson)에 의해 9개월 동안 개발됐다. 가정교사나 친구, 경호원 로봇처럼 인간과 일상적인 접촉이 많은 로봇을 만들려면 인간과 같은 얼굴을 한 친근한 로봇이 필요하다는 것이 핸슨의 주장이다.
핸슨은 이전에 디즈니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MTV 등에서 로봇 제작가로 일한 적이 있으며 미술 방면의 배경도 갖추고 있다. 케이봇(K-Bot)이라는 표정 로봇을 만들었던 핸슨은 이번에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모델로 헤르츠를 개발했다. 핸슨은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고무로 피부를 만들었고, 찡그리거나 웃는 등 다양한 표정이 가능하도록 얼굴을 소형 모터들로 꾸몄다. 눈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대신 달려 있다.
현재 헤르츠는 나무 의자에 올려져 있으며 뇌는 따로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 있어 휴머노이드형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핸슨은 팔이나 다리, 몸통 등을 덧붙여 좀 더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로봇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핸슨의 '친근한 표정 로봇' 개념에 대해 일부 로봇 학자들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로봇이 나타나면 오히려 로봇에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로봇 공학자인 마사히로 모리(Masahiro Mori)가 처음 제기한 "낯선 계곡" 원칙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과 닮게 만들어진 로봇에 대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심리적 반응을 보이지만 지나치게 현실의 사람과 닮게 설계됐으나 아주 약간의 차이라도 있을 경우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약간의 차이"에는 눈을 깜빡거리는 빈도나 미소지을 때의 어색함 등이 모두 포함되므로 사람의 얼굴과 구별이 불가능할 만큼 똑같은 로봇을 만들기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표정 로봇의 역기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로봇에게 인간과 유사한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과학소설에서 오랫동안 다뤄졌던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 "스타워즈"의 "R2-D2" 로봇은 비록 쓰레기통처럼 생긴 외형이지만 삑삑거리는 소리 등으로 인간의 감정 표현이나 다름없는 자기 표현을 보여주고 큰 인기를 모았다. 2001년의 "A.I."에서는 사람과 거의 구분이 힘든 로봇 소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핸슨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봇학자들은 모리의 원칙에 따른 로봇 설계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큐리오(QRIO) 로봇은 우주복을 입은 소년 처럼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지만, 소니 측 학자들은 큐리오가 지나치게 사람과 닮도록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평면 화면의 TV를 얼굴로 달고 있는 GRACE 로봇도 마찬가지이며, MIT의 감정 로봇 키즈밋(Kismet) 역시 과장된 눈썹과 금속성 얼굴로 사람의 모습과는 일부러 달라 보이게 설계됐다.
미국 2004-02-06 (제어공학, 로보틱스(R16) )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사진은 이미지컷입니다 - Askhow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