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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1> 문재인정부의 연금개혁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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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유지방안 |
| 기초연금 강화방안 |
|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① |
|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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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대체율 40% 유지 |
| 소득대체율 40% + 기초연금 40만원 |
| 소득대체율 45% |
| 소득대체율 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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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 실질급여액1) |
| 86.7만원 |
| 101.7만원 |
| 91.9만원 |
| 97.1만원 | ||
소진시점 |
| 2057년 |
| 2057년 |
| 2063년 |
| 2062년 | ||
1) 평균소득자(250만원)가 25년 가입했을 경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금액(연계 감액 고려) - 자료: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2018.12) 32쪽 재구성. |
위 세 가지는 정부 설명만 따르면 모두 전향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분석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실제로 개혁안에 담긴 내용이 세 가지 목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씩 검토해 보자.
첫째, 노후소득보장 목표 설정. 정부가 공식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의 목표액을 설정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안은 연금개혁에서 중요한 개념인 ‘최저’와 ‘평균’을 혼동하고 있다.
정부안은 목표액을 제시할 때는 ‘최저’ 개념을 사용하나 그 목표(공적연금 100만원)를 보장받는 대상은 평균소득자(250만원 소득, 25년 가입)이다. ‘최저보장’을 이야기하지만 평균소득자의 보장성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하위계층 노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포용국가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포용국가를 주창하면서 포용을 “성장에 의한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연금개혁안에서는 평균소득자 미만의 노인은 최저노후소득을 보장받지 못한다. 해당 보장금액이 하위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음에도 ‘최저보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다.
둘째,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의 균형.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적연금마다 보장성을 구현하고 재정안정화를 도모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정부안이 두 목표를 함께 추구했다는 설명은 관심을 끈다.
정말 정부안에 두 목표가 구현되어 있는가? 보장성 강화는 담겨 있다. 사각지대 개선 대책과 함께 기초연금이 오르거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재정안정화 조치는 사실상 없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기금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언급하지만 이는 인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수익성을 높이 잡을수록 위험성도 증가하는 게 기금운용의 일반 속성이다.
연금개혁에서 재정안정화는 ‘제도 개혁’을 통한 방안이어야 한다. 정부는 ‘노후소득보장안’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면서 “현재보다 재정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단계적 보험료 인상도 병행 추진”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향후 약 25년간 기금적립금이 계속 증가하며, 현재보다 기금소진년도 연장”된다고 설명한다.
당분간 기금이 늘어나고 기금소진연도가 5~6년 연장되는 것을 재정안정화라고 볼 수 있을까? 이는 국민연금 재정에서 대체율과 보험료율이 지닌 시차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체율 인상은 가입기간 동안 계좌에서만 계산되다가 나중에 은퇴 후에야 비로소 연금 지출로 구현된다. 이에 정부안에서 보험료율 인상 효과로서 우선 기금소진연도는 연장될 수 있지만 연금지급이 본격화되는 소진 이후에는 연금지출이 늘어나고 당시 세대가 책임져야할 필요보험료율도 상향한다.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는 결코 재정안정화 조치로 해석될 수 없는 방안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에서도 평균소득자의 수익비는 2배가 넘는다. 국민연금에서 소득대체율 10% 포인트에 해당하는 수지균형 필요보험료율은 대략 5%이다. 정부안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노후소득보장안은 추가 소득대체율 인상에 필요한 보험료율 인상일뿐, 애초 재정계산의 대상인 소득대체율 40%에서의 재정불균형은 그대로 놔둔다. 이는 국민연금법에 의해 ‘장기재정균형 유지’를 위한 방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는 행정부로서는 책임 방기이다.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재정불균형을 방치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사실상 다를 바 없다.
셋째, 다층연금체계 활성화. 정부안에서 다층연금체계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 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노후소득보장을 국민연금으로 한정해 논의하는 경향이 존재했는데, 이는 기초연금을 넘어 퇴직연금까지 연금체계 시야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안은 실제 다층연금체계의 효과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는 법정 의무연금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존재한다. 노후소득보장에서 다층연금체계란 세 연금을 적절히 조합해 계층별 연금액을 설계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 개혁안에서는 각 방안마다 다층연금체계에서 하나의 연금만을 개혁한다. 2안은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인상하며, 3안과 4안은 국민연금만을 개편한다. 이왕 복수안을 제시하는 거라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개혁해 다층연금체계의 종합 효과를 발휘하는 방안도 필요했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 40만원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2~13%”처럼 기초연금을 인상하되, 지속가능성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을 결합한 대안들도 제시되어야 했다.
2) 재정목표 방기
정부안을 평가할 때 주목해야 할 또 하나는 재정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법 제4조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하고, 정부에게 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하라고 명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4차 재정계산을 맞아 1년 전인 2017년부터 관련 3개 위원회를 구성해 작업해 왔고, 제도개혁을 다루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장기재정 균형을 의미하는 재정목표로 ’70년 적립배율 1배‘를 설정했다. 물론 정부가 위원회 방안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이를 참조해서 정부가 다른 재정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 국민연금법이 ’장기재정 균형’을 달성하라고 명시하고 있기에 정부 나름대로 ‘장기재정 균형’에 부합하는 재정목표를 설정하고 연금개혁안이 그 재정목표와 어떤 관련을 갖는 지를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안에는 아예 재정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연금법이 정한 ‘장기재정 균형’을 도모하는 방안도 제시되지 않는다. 고작 ‘장기재정균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적연금의 이해관계자들이 달성해야한다는 당위적 서술이 전부이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장관은 70년 후의 장기 재정목표 설정이 적절치 않다고까지 여긴다. 이는 국민연금법의 조항을 준수해야 할 행정부의 심각한 독단이며 일탈이다.
물론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장기 재정균형을 도모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 당장 국민연금 재정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려운만큼 그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어 논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재정목표를 제시하고 단기간에 이 목표에 이르지 못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제도개혁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5년 주기에 맞춰 계속 노력하자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3) 정리: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
연금개혁 논의과정에서 행정부의 불성실과 책임 방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안은 ‘최저노후소득보장’을 제시하지만 정작 하위계층 노인은 이 보장금액에서 제외되고,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를 균형있게 추구한다고 설명하지만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불균형은 그대로 방치한다. 이미 존재하는 다층연금체계를 적극적으로 조합하기 보다는 개별 제도의 개편에 머무르는 안이함까지 드러내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법이 명시한 ‘장기재정균형 유지’를 지닌 재정목표조차 수립하지 않아 사실상 법을 어기고 있다.
연금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타협하고 미래 세대까지 감안해야 하는 사회적,역사적 과제이다. 서구에서 오랜 시간 진통을 겪으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연금개혁을 이끌어온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연금정치가 연금개혁을 책임져야 할 행정부에서부터 왜곡되고 있다. 한국의 연금개혁 논의가 생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연금제도의 실태와 정부개혁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