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기자의 맛 이야기] 에스프레소 바

[강영민(신사)]

[김성윤기자의 맛 이야기] 에스프레소 바

‘노(no) 좌석, 노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미국식으로 변질된 커피가 아닌 정통 이탈리아식 커피문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카페가 아니라 바(bar)다.

커피 전문가 바리스타(barista)는 이탈리아 말로 ‘바에서 일하는 사람’, 즉 바텐더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개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신다.

설탕을 한두 스푼 넣고 휘휘 저어 입에 털어 넣고는 바로 나간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좌석이 많고 널찍한 커피점을 찾기 힘든 이유다.

아메리카노는 팔지 않는다. 미국과 아시아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찾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폴리식 에스프레소 바가 국내에 확산된 건 4년쯤 전부터다.

지난 2017년 문 연 ‘리사르커피’는 에스프레소 바를 국내 처음 소개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 약수시장에 있는 첫 매장에 이어 얼마 전 청담동에 2호점을 연 이민섭 대표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매장 형태를 고민하다 보니 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는 뽑아서 바로 마셔야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즉석식품’이다.

바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뽑자마자 바로 팔을 뻗어 손님에게 드릴 수 있다. 이탈리아 커피점 대부분이 바 형태인 이유다.”

4년 전 리사르커피가 처음 문 열 때만 해도 외국처럼 커피를 서서 마시는 문화가 보편화될 수 없다는 시각이 다수였다.

전문가들은 “좌식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상과 달리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얻은

원인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가격은 1500원.

이탈리아 평균 에스프레소 가격인 1.2유로(약 1600원) 수준이다. 가장 비싼 카푸치노도 3000원으로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싸다. 임차료 비싼 넓은 매장을 운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저렴하다 보니 한 잔만 마시는 손님이 드물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에스프레소 바’를 검색하면 잔 여러 개를

겹쳐 쌓고 찍은 인증샷이 많다. 에스프레소 외에도 ‘카페 스트라차파토(초콜릿 가루를 뿌린 에스프레소)’ ‘카페 피에노

(크림과 초콜릿 가루를 뿌린 에스프레소)’ ‘카페 오네로소(우유와 크림을 넣은 에스프레소)’ 등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커피 음료 두세 가지를 함께 주문해 마시고 찍은 사진들이다. 이렇게 여러 잔 마셔봐야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음료 하나 가격이다. 이민섭 대표는 “중장년 손님들은 ‘적은 양을 싸게 마실 수 있다’며 젊은 손님들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했다. 유럽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자 유럽에서 마시던 맛을 잊지 못해

찾는다는 것. 서서 마시는 커피를 새로운 경험으로 여기며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에스프레소 바 열풍이 이어질 듯하다. 오늘은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 한 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