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7호
한국 문학이 나를 구해주다.
<한국단편소설 40>
박 은 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얼마 전까지 시험 친다고 분주히 준비했기 때문에 책을 통 못 읽었다. 게다가 음악 듣는 것에 푹 빠져서 더욱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 덕에 십 년 동안 잘 읽혔던 책이 읽히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나름 학교에서 책 많이 읽는 문학소년이라 불리고 있는데 활자를 읽기 어렵고 눈이 핑 돌다니, 충격이었다. 작가 될 놈이 책을 잘 읽지를 못한다니, 이건 무슨 지나가는 개가 비웃겠다.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면 된다.
마찬가지다. 책을 잘 읽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으면 된다.
그런 생각을 갖고서 책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책 읽기는 어려웠고 그렇기에 쉬운 책부터 접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낭패가 있나. 쉬운 동화책은 전부 사촌동생 집으로 떠난 지 오래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전에 사두었던 <한국단편소설 40>이란 책이 보였다. 그래, 쉬운 단편 소설부터 접근해 보자. 게다가 수능과 논술, 내신에 자주 나오는 단편 소설을 모아 둔 것이라 하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놀라웠다. 한국의 근현대 문학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전에 한 친구가 <메밀꽃 필 무렵>서평을 써와서 흥미로의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근현대 문학하면 재미없는 문학이라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토속적인 문체와 풍부한 묘사, 짜임 있는 스토리까지. 서양의 어느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봐도 전혀 꿀리지 않는 그런 문학이었다.
아직 40편의 단편소설을 다 읽진 못했지만 읽은 것 중 재밌게 읽어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동인 작가의 <붉은 산>과 현진건 작가의<술 권하는 사회>, 그리고 이효석 작가의<메밀꽃 필 무렵>이다. <붉은 산>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비행적 인물인 ‘삵’이 송 첨지의 죽음으로 인해 정의로운 인물로 각성한다는 내용. 여느 영웅 소설의 구조와 비슷하나 배경이 일제강점기란 특수한 상황 아래 민족주의가 가미된, 익숙하고도 독특한 내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술 권하는 사회>는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듯 근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현진건 작가만의 풍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한 번 더 작가의 실력에 감탄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메밀꽃 필 무렵>은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또한 한국 문학 작품에도 이런 내용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내가 갖고 있던 한국 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주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물론 이 세편 이외의 모든 한국소설도 속도 없이 좋았다.
독서의 슬럼프에 빠진 나를 한국 문학 소설이 구해주었다.
아직 활자를 읽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는 않지만 확실히 책을 읽기 전보다는 좋아졌다. 책을 잘 읽고 싶으면 책을 많이 읽어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제 기말고사까진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 못다 읽은 책을 읽어서 문학소년이라 불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글 읽는 독자들도 나 처럼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한국 문학 소설을 읽어라고 추천 하고싶다. 그렇다면 책이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문학에 가졌던 편견을 깨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문학을 읽는다면, 그것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