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주 : 경우신문 편집국장님이 방금 전 보내준 종이신문 <필자의 칼럼> PDF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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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칼럼】
가슴 뜨겁게 하는 ‘경찰관 퇴직 기념패’
- 거실 진열장 ‘재직기념패 문구’에 담긴 자부심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경찰청장의 친필 편지글을 읽었다. 어느 퇴임 경찰에게 보낸 손 편지였다. 편지를 받은 퇴임 경찰은 치안 총수의 진정 어린 마음이 담긴 서한이 고맙고 자랑스러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면서 누리 소통망에 공개했다. 편지내용은 이렇다.
『○○○ 선배님, 경찰이라는 숭고하고도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먼 길 걸어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끔은 거울에 비친 제복에 가슴 벅차고, 가끔은 힘들고 지치기도 했던 순간순간들… 선배님의 사진 한 장에서 평생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환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합니다. 국민을 위한 경찰의 삶에 젊음을 바치고, 이제 영광스러운 퇴임의 자리에 서 있는 ○○○ 선배님께 진심을 담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 경찰청장 드림』
▲ 퇴임하는 경찰에게 보낸 경찰청장의 친필 손 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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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다 바쳐 성실하게 일한 사람에게 직장 최고 지위에 있는 분이 그 공적을 헤아려 손 편지를 보내준 것이 가슴 뿌듯한 일이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퇴직할 때 받은 기념패와 감사패도 집안 진열대에 놓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편지를 받은 그분은 퇴직한 지 3년 정도 됐다고 한다.
◆ 몸담았던 직장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가슴을 뜨겁게 해
나는 그분보다 14년을 앞서 퇴직했지만 거실 진열장에 보관하고 있는 기념패와 훈장을 바라볼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특히 경찰서 동료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공로패를 볼 때마다 몸담았던 직장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나는 무엇보다 ‘선배님’이란 호칭에서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한 정을 느낀다. ‘선배님’이란 호칭에는 왠지 모를 존경심이 묻어난다. 따뜻한 동지애가 담긴 그 말에는 자긍심을 높여주는 마력이 숨어 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몸담았던 직장이 자랑스럽다. 내가 받은 공로패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선배님께서는 국립경찰에 몸담아 30여 년간을 봉직하시면서 조직의 초석을 다지고 경찰 행정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대덕경찰서에 재임하시면서 탁월하신 경륜과 온정으로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뜻을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간직하며, 선배님의 앞날에 영광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대덕경찰서 직원 일동』
▲ 경찰서 직원 일동이 만들어준 공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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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경찰서장이 전해준 경찰청장 명의의 ‘재직기념패’ 문구 역시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재직 중 감동적인 성실 봉사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뜻깊은 퇴임을 맞아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경찰청장』
▲ 경찰공무원 재직 기념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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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고 다듬어 이런 패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은 얼마나 애썼는가. 계장, 과장은 또 얼마나 공을 들였겠는가. 최종 결재권자인 서장이나 경찰청장은 또 얼마나 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불어넣어 주었겠는가.
◆ 평생 잊지 못하는 직장 후배들의 ‘따뜻한 환송’
퇴임식은 형식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도 중요하다. ‘떠날 때 서운하지 않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현직에 있을 때 자주 들었다. 선배 경찰이 퇴임할 때마다 직원 간에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말이었다.
축하 현수막이 걸린 성대한 퇴임식장에서 따뜻한 정이 담긴 기념패를 드리고, 행사가 끝나면 전 직원이 현관과 정문에 도열한다. 퇴직하는 선배에게 꽃다발을 안겨 드리고 기념사진을 찍고 박수로 환송했다.
평소 끈끈한 인연을 맺었던 동지들은 따뜻한 성의가 담긴 전별금 봉투를 각자 챙겨드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불철주야 긴장하면서 살아온 ‘경찰 인생’이 이렇게 막을 내리면 어떤 추억으로 살아가는가. 가족들은 또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한평생 밤이슬 맞고 다니면서 고생한 한 가장의 노년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쓸쓸한 저녁노을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슬며시 눈길이 가는 것이 진열장의 훈장과 재직기념패다.
각종 감사패와 공로패 문구도 눈에 들어온다. 남들이 볼 때는 한갓 장식품일지 몰라도 기념패 주인공에겐 금은보화 못지않은 소중한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의 증표’다.
며느리도 거실 장식장에 진열된 시아버지의 퇴직 기념패를 눈여겨본다. 아들도 아버지의 공직 생활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랑스러운 국가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일하신 것이 기념패에 고스란히 담겼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는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아비는 자식과 며느리 앞에서 고백하고 싶은 사연이 많다.
“돌이켜보면 힘들 때도 많았지. 특정 종교인은 아니지만 출근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신에게 빌었지. 나만의 ‘출근길 기도문’이라고나 할까.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게 해 주십시오. 경찰관 직무 현장은 돌발 변수가 많습니다. 언제 날벼락같은,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칠고 살벌한 직무 현장입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능력이 미치지 않는 일도 허다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긴박한 상황과 맞닥뜨릴 때는 하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는 30여 년 동안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빌었던 ‘출근길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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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가 퇴임식장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30여 년 봉직하는 동안 징계 한 번 안 당하고 무사히 퇴임하게 된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이 도우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셨죠. 힘들 때마다 주문처럼 외었던 기도문 덕분에 무사히 영예로운 퇴임을 하셨다고 했지요.”
퇴임식장 가족석에 참석했던 두 아들은 아비의 퇴임사를 죄다 기억하고 있었다.
◆ 힘들었지만 보람과 긍지로 헌신 봉사한 ‘가치 있는 인생’
이제 세월이 흘렀다. 손자가 초등학교에 다닌다. 아직 핸드폰이 없는 손자는 할아버지와 이메일로 소통한다.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삶의 이야기가 담긴 ‘수필’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한다.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노상 바쁜 손자는 할아버지가 보내주는 수필을 주말과 공휴일에 몰아서 본다. 손자는 그 어떤 글보다 경찰 출신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준다. 성의껏 읽고 귀여운 문장으로 답장도 보내준다.
할아버지의 글에는 거짓이나 과장이 끼어들지 못한다는 것을 손자도 잘 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온 할아버지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 과거 직장 생활을 떠올리면 늘 자부심 넘치는 할아버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손자가 고맙다.
백발 노년에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족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는가.
▲ <훈장>과 함께 <재직 기념패>를 액자로 제작하여 거실 진열장에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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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보람과 긍지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한 할아버지의 가치 있는 생애 단면이 기념패에 오롯이 담겨 있다.
퇴직 경찰에 대한 ‘정중한 예우(禮遇)’가 담긴 진열장 기념패의 따뜻한 문구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 뭉클한 자부심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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